*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7월 8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지구 곳곳에서 예년과 다른 날씨, 기후가 나타나는 건 더는 뉴스가 되지 않을 만큼 흔해졌습니다. 이상기후가 잦아진 이유에 관해서는 대부분 과학자가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인간의 활동이 촉발한 기후변화입니다. 물론 모든 이상기후를 기후변화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기후변화를 빼놓고는 지금의 이상기후와 기후 재해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북반구에 여름이 왔습니다. 여름에 나타나는 이상기후는 폭염, 폭우와 홍수 등이 있죠. 이 가운데 불볕더위는 기후변화가 심해진 뒤 점점 더 강력하고, 더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기온이 높은 날이 지난 10년 사이에 몰려 있거나 역사상 가장 뜨거운 7월이 매년 갱신되는 식이죠.
모든 재해가 어느 정도 마찬가지지만, 기후 재해도 모든 사람에게 같은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물난리 장면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불볕더위도 마찬가지입니다. 낮 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씨가 며칠씩 이어지면 무더위를 피할 곳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이나 냉방 시설이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은 치명적인 위험에 처합니다. 그래서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일은 기후변화 대책이기 전에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불볕더위가 찾아오면 가정, 학교, 사무실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에어컨을 틉니다. 제조, 생산 시설 등 온도를 일정하게 관리해야 하는 곳은 말할 것도 없죠. 자연히 전력 사용량은 급격히 늘어나고, 여유 전력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전력망에 부하가 걸려 정전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정전을 예방하는 것도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전문 번역: 여름철 ‘폭염 정전’을 피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텍사스대학교에서 에너지 자원 분야를 연구하는 마이클 웨버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썼습니다. 읽고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그 여파는 아주 커 보이는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 글입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기를 생산, 공급, 사용할 때 수요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공급을 수요에 맞춰 왔습니다. 그런데 예전 기준으로는 몇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의 불볕더위가 매년 찾아오다 보니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수요에 맞춰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웨버 교수는 반대로 전력 공급에 맞춰 수요를 조절하자고 제안한 겁니다.
자발적인 참여에 기대는 한계
수요를 어떻게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요? 한 동네에 해가 시차를 두고 뜰 리도 없고, 더위는 똑같이 찾아와 누구나 에어컨을 찾게 하는 법인데 말이죠.
덥다고 에어컨 펑펑 틀면 전력망에 부담이 가니, 모두를 위해 잠깐만 더워도 조금만 참고 견뎌봅시다.
제가 대충 급조한 문구이긴 하지만, 참으로 마음이 동하지 않네요. 아마 광고 카피계의 ‘미다스의 손’이 와도 자발적인 시민의식에 기대는 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겁니다.
그보다는 가격차별을 통해 누진제를 적용해 전기를 많이 쓰면 요금을 많이 내게 하는 편이 더 나을 텐데, 텍사스 같은 경우엔 기본적으로 공공요금이 싼 편이라서 누진제를 도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고, 어떤 제도든 강제로 시행하는 건 끔직이도 싫어하는 미국, 그것도 텍사스주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여기서 웨버 교수는 또 하나의 묘수를 제안합니다. 의식적으로 절전에 동참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고, 억지로 동참하는 건 내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의식하지 않은 채 돈도 벌고 전기도 아끼는 수를 내준 겁니다. 공장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이미 사용하던 제도를 사람들 사는 집까지 확대하자는 건데, 이는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가능해진 방법이기도 합니다.
바로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각 가정에 설치하고, 기기를 중앙 시스템에 등록하게 해 중앙에서 각 가정의 온도를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그럼 전력 회사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더운 날 오후에 너도나도 에어컨을 틀려고 할 때 알아서 에어컨을 조금씩 덜 틀게 할 수 있습니다. 자발적인 참여에 맡겨두면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에, 혹은 너무 더울 땐 고민할 여력도 없이 바로바로 에어컨을 틀 텐데, 중앙 시스템에 온도 조절을 맡기면 (기기를 등록한 사람) 모두가 조금씩 더 덥고 불편하겠지만, 도시 전체로 놓고 보면 전력 사용을 줄여 전력망의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수요가 아무리 늘어나도 무리 없이 공급할 수 있는 예비 전력을 유지하려면 전기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평소에 쓰는 전기는 친환경 에너지원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깨끗한 발전 방식으로 생산한다고 해도 급할 때는 석탄을 때는 수밖에 없을 때가 많죠. 그래서 공급을 함부로 늘리는 것보다 수요를 자연스럽게 억제하면 무리하지 않고 두 마리,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습니다.
‘기본값 고치기’, 또 다른 발상의 전환
이 제안이 인상적인 건 바로 지금의 상황을 모두 주어진 거로 여기지 않고, ‘기본값’을 바꿨다는 점입니다. 아무런 의사도 표시하지 않았을 때 어떤 제도에 등록하는 걸 기본으로 설정하고, 원하는 사람만 등록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반대로 제도에 등록하지 않는 걸 기본으로 정해놓고 원하는 사람만 등록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이른바 옵트인(opt-in), 옵트아웃(opt-out) 방식의 차이와 같은데, 그 영향에 관해선 이미 많은 사례와 연구가 쌓여 있습니다.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각 가정에 설치할 수만 있다면, 또 사람들이 기기를 거부감 없이 등록하기만 한다면 그 뒤에는 모두가 불편을 조금씩 나눠 지는 대신 훨씬 큰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개인의 선택에 맡기거나 개인과 정부가 불필요한 마찰을 빚는 대신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웨버 교수는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설치하면 보조금이나 추가 보상을 주는 회사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론적으로는 흠잡을 때 없이 좋은 제도가 현실에 접목되지 않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절전에 동참하게 해 정전을 예방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로 걸림돌이 많을 겁니다. 그래도 기후변화 때문에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띠는 기후 재해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도입해 볼 만한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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