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6월 19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 번역해 소개하는 뉴욕타임스 칼럼은 보통 일주일에 15편 내외 가운데 두 편을 고릅니다. 뉴욕타임스 오피니언란에 올라오는 글은 물론 일주일에 15편이 넘지만, 계약상 번역할 수 없는 글도 있고, 비디오 칼럼이나 독자 의견, 오피니언 팟캐스트 요약본처럼 번역해 소개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글도 있습니다. 또 한국어로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보기 어려운, 주로 너무 미국적인 맥락을 다룬 주제를 제외하고 나면 보통 일주일에 15편 내외의 칼럼을 훑어보고 작업할 글을 고르게 됩니다.
지난 8일 잭 스미스 특검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뒤로 뉴욕타임스 오피니언란은 온통 트럼프 이야기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치 다른 주제는 잠시 뒤로 미루고, 다들 트럼프에 관한 글을 한 편씩 쓰기로 방침을 정한 것처럼 전직 대통령 기소와 기소된 대통령의 변함없는 내년 대선 출마 의지, 오히려 더 높아지는 인기에 관한 칼럼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오늘은 어떤 글이 올라왔는지 지난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에 올라온 글들을 우선 쭉 훑어보겠습니다.
온통 ‘트럼프 기소’ 이야기
6월 8일 데이먼 링커는 정치적인 역경을 겪고 궁지에 몰릴수록 트럼프의 인기는 높아지고, 트럼프 본인이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글을 썼습니다. 9일에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프렌치가 트럼프의 혐의가 너무 노골적이고 중대한 만큼 기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글을 싣습니다. 이어 전직 검사, 정부 변호사를 지낸 법조인 세 명이 “어떻게 트럼프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것인가(How to Convict Trump)”라는 제목의 글을 썼습니다. 이어 뉴욕타임스 독자들이 칼럼에 관해 보내온 의견을 소개하는 코너 제목도 물론 트럼프 기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어 편집국 명의로 쓴 사설 제목도 “다시는 도널드 트럼프를 국가 기밀을 다룰 수 있는 자리에 앉혀서는 안 된다”였습니다.
주말에도 트럼프 관련 글이 이어집니다. 칼럼니스트 마린 도드는 마라라고 저택 화장실에 창고처럼 쌓여 있는 서류 더미를 사진으로 보여주며, 도대체 백악관 문서를 왜 들고 나간 건지 비판했고, 에즈라 클라인은 직접 트럼프 기소를 다루진 않았지만,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가 문화전쟁 등 몇 가지 이슈에서는 트럼프보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보수적으로,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트럼프와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에게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분석한 글도 있었습니다.
최근 사망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에 관한 칼럼에도 대개 트럼프가 언급됐습니다. 둘 다 보수 정당을 대표하는 포퓰리스트이자,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을 신경 쓰지 않는 등 비슷한 점이 많았죠. 프랑크 브루니도 베를루스코니와 트럼프를 엮어 글을 썼습니다. 얼마 전부터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들이 팟캐스트를 시작했는데, 이번주 주제는 당연히 트럼프였습니다.
칼럼니스트 자멜 부이는 결국, 지금의 트럼프를 만들어낸 건 공화당원, 공화당 지지자들이라고 꼬집었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중에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꼽히는 브렛 스티븐스는 글에 다소 도발적인 제목을 달았습니다. “Lock Him Up”. “트럼프가 있어야 할 곳은 감옥” 정도로 옮길 수 있을 텐데, 트럼프 지지자 가운데 일부가 2016년 대선 때 상대방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향해 던지던 말 “Lock Her Up”을 활용한 겁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정치 제도와 규범이 망가질수록 트럼프는 더 힘을 내고, 이번 기소는 미국 정치의 등급을 또 한 번 낮추게 될 거라고 썼습니다. 로스 두댓도 트럼프가 저지른 잘못이 워낙 많아서 기소 내용을 다 따라잡기도 힘들다고 썼고, 편집국의 제시 웨그만은 법리적인 상식으로 보자면, 이번 기소에서 트럼프를 성공적으로 변호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 될 거라고 썼습니다. 최근의 시사 상식을 퀴즈로 풀어보는 코너에도 트럼프 기소 관련 문항이 가장 많았습니다.
닉 크리스토프는 트럼프가 또 한 차례 기소로 정치적 타격을 입겠지만, 그럼에도 대선 후보로서 인기는 변함없을 거라고 썼고, 데이비드 브룩스는 트럼프에 대해 자꾸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도저히 그러기가 쉽지 않다며, 트럼프가 어떻게 우리의 관심을 독식하는지 썼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한 검사 중 한 명인 닉 애커만은 이번 기소에서 법원과 판사가 어떤 역할을 할지 자세히 분석한 글을 썼습니다.
이 많은 글 가운데 어떤 글을 번역하면 좋을지 고심하다가 이번에 검찰이 어떤 혐의로 트럼프를 기소했는지 이해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될 만한 글을 골랐습니다.
전문번역: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기까지 잭 스미스 특검이 넘어야 할 산
유죄 확실할수록 대통령 후보 유력해지는 아이러니
얼마 전에 정치적 양극화와 언론의 책임에 관해 글을 쓴 적 있죠. 공소장에 명시된 트럼프의 혐의가 확실할수록 그의 정치적 생명이 꺼지기는커녕 오히려 순풍에 돛 단 듯 활활 타오르는 이유도 정치적 양극화로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트럼프는 자신을 향한 모든 수사를 “정치적인 마녀사냥”으로 규정하고, 잭 스미스 특검이나 검찰을 바이든 대통령, 민주당과 한데 묶어 부패한 집단으로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법정에서는 이런 태도가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 트럼프 변호인단은 애가 탈지 모르지만, 트럼프는 이미 “나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고, 나를 향한 수사는 모두 정치 탄압일 뿐”이라는 기조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전략을 어리석다고 비판할 수만은 없습니다. 어쨌든 트럼프는 2024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점점 굳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는 게 목표겠지만, 일단 당내 경선을 통과하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상황을 꼭 나쁘게만 볼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뉴욕타임스가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11명을 대상으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될지 물었더니 제인 코아스톤 한 명을 빼고 10명이 그럴 확률이 50%가 넘는다고 평가했습니다. 가장 평가가 박했던 제인 코아스톤도 10점 만점에 5점을 줬으니, ‘어차피 공화당 후보는 트럼프’라고 넘겨 짚어도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다른 후보들이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도 당연히 한몫했습니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해 여러 후보가 트럼프의 대항마를 꿈꾸고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당내 경선을 먼저 통과해야 하는 상황일 겁니다. 즉,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공화당원, 공화당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공화당 안에서는 트럼프의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트럼프의 대항마가 되고 싶은 사람도 막상 트럼프를 향한 비판은 한마디도 하지 못합니다. 그나마 이름 있는 후보 중에 딱 한 명 트럼프를 거칠게 비판하는 사람이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인데, 트럼프를 욕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공화당 내에서 크리스티의 지지율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멸망전”은 민주주의에 적신호
잭 스미스 특검은 맡은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기밀문서 유출뿐 아니라 지난 대선 직후 일어난 1월 6일 의사당 테러에 트럼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수사하고 있는데, 이에 관해서도 법무부가 트럼프를 기소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트럼프를 둘러싼 송사가 아주 복잡하게 전개될 거라는 뜻이죠. 그러든 말든, 혹은 그럴수록 2024년 대선 구도는 바이든 대 트럼프의 리턴 매치로 굳어지는 모습입니다.
미국 대선 후보가 누가 되느냐보다 특히 우려스러운 건 이번 대선이 “어느 쪽이든 지면 끝장”인 싸움이 되는 것 같아서입니다. 특히 트럼프가 후보가 되면 그런 성격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자신이 다시 당선되면 부패한 바이든과 민주당 세력에 보복할 거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정치적 양극화가 우려스러운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양극화가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사회에서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서로 맞춰 가며 공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하는 적으로 간주합니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정기적으로 치른다는 민주주의의 표면적 요건을 달성하려면, ‘이번 선거에서 지더라도 다음에 잘 준비해서 다시 유권자의 선택을 받으면 된다’는 상황이 일어나야 합니다. 여기서 지면 다시는 재기할 수 없을 만큼 모든 걸 잃게 된다면, 당연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 결과를 뒤집는 것만이 살길입니다. 1월 6일 의사당 테러도 결국, 그 맥락에서 일어났다고 할 수 있죠.
결국, 앞으로 계속될 잭 스미스 특검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법정 공방은 양측이 주장하는 ‘법치’ 가운데 어떤 ‘법치’가 역사에 남느냐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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