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5월 24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마리화나(대마)는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단어입니다.
대마는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마약이며, 따라서 한국인은 전 세계 어디서건 대마초를 피울 경우 처벌받게 됩니다. 특히 마약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불법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손가락질받을 수 있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마약을 사회가 금지하는 것은 마약이 인간의 정신 자체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사회에 필요한 인간의 독립적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전제에는 사회의 개인에 대한 간섭에 극단적인 반감을 가진 자유주의자들도 동의합니다. 곧, 인간은 화학물질의 영향에 휘둘릴 수 있는 동물 기계이며, 따라서 사회와 개인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는 화학물질은 금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에 해로운 것과 그것을 금지하는 비용
문제는 인간에게 미치는 해로운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때, 혹은 해로운 영향이 존재하더라도 금지의 비용이 너무 높거나 금지가 불가능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입니다. 물론 해로운 영향이 아무리 큰 물질이라도 금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금지할 수는 없겠지요. 바로 술과 담배가 그렇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가 술과 담배가 인간에게 매우 해롭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많은 사람이 술과 담배를 사용함으로써 그 효과에 관한 연구가 누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순이 대마에도 존재합니다. 곧 대마가 술과 담배보다 해롭지 않다는 많은 연구가 존재하지만, 그 연구들은 술과 담배만큼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이루어진 연구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한편, 당장은 대마가 술과 담배만큼 해롭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해악이 존재한다면, 이를 합법화함으로써 향후 더 큰 문제가 밝혀진 시점에서는 이미 금지할 수 없어지는 상황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쨌건 이런 입장에서는 누군가가 대마를 직접 권하거나 아니면 그저 어디선가 대마를 했다는 이야기에도 우리는 경계심을 가지게 됩니다.
많은 주에서 대마를 합법화한 미국
하지만 정반대의 입장이 있습니다. 우선, 우리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생각하는 미국의 상당히 많은 주가 이미 대마를 합법화했습니다. 사실 제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십여 년 전, 매사추세츠주는 아직 대마가 합법이 아니었지만, 대학생들의 파티에서, 아니 심지어 고등학생들의 파티에서도 마리화나를 쉽게 구하고 피울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대마는 점점 더 합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의료용 대마는 1996년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현재 41개 주에서 합법화되었으며, 기호용 대마는 2012년 콜로라도와 워싱턴주를 시작으로 현재 23개 주에서 합법화됐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도 의료용 대마는 2018년 합법화됐습니다.
대마의 합법화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습니다. 물론 해악이 분명치 않은 물질을 정부가 금지하는 것을 반대하는 자유주의자들이 주류이며, 금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합법화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고 범죄 조직의 수입원이 될 수 있는 암시장을 없애자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대마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더 쿨하고 논리적인 느낌을 줍니다.
대마의 합법화 논의가 한창이던 2014년, 뉴욕타임스는 언론사 차원에서 합법화를 지지한다고 사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언론사가 특정 사안에 강한 의견을 내는 것이 드문 우리에게는 특이한 일로 보이지만, 서구에서는 이것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닙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마리화나의 해악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이러한 허용이 거대한 실험이라는 사실을 명시했습니다.
전문 번역: 그런 게 ‘쿨’해 보였겠지만… ‘대마초 합법화’는 큰 실수다
지난 17일, 뉴욕타임스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로스 두댓은 미국이 대마를 합법화한 것이 큰 실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오늘날 많은 이들이 마리화나 합법화가 이미 끝난 문제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는 맨해튼 연구소의 찰스 페인 리먼이 쓴 글을 인용했습니다. 리먼은 합법화를 지지한 이들의 주장이 실제 실험에서 증명되지 못했음을 여러 통계를 통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그는 대마 합법화를 통해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은 애초에 대마 소지 때문에 교도소에 간 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경찰이 대마를 수색한다는 명분으로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조사했으며, 그 과정에서 인종차별적 패턴이 있었고 대마 합법화가 그런 패턴을 줄일 것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은 의심스럽다는 판단이 들면 (대마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다른 구실을 들어 그들을 조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먼의 에세이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대마를 사용하는 이들이 합법화 이후 꾸준히 늘었으며, 특히 매일 대마를 복용하는 이들이 2012년 이후 1.5배 이상 늘었다는 것입니다. 두댓은 미국의 대마 사용자가 5천만 명이며 이 중 1,600만명이 거의 매일 대마를 사용하는 일종의 장애 증상을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합법화된 물질을 복용하는 이들이 급격히 증가할 때 이를 막는 쉬운 방법은 세금을 물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마는 암시장이 쉽게 발달할 수 있어 그러한 행정적 조치가 무의미할 가능성이 큽니다.
리먼은 가능한 두 가지 대안으로, 지금보다 훨씬 정교한 규제 및 단속 제도를 만들거나 아니면 전면적인 재불법화를 추진하는 것을 이야기하며, 이 중에서 두 번째가 더 간단하고 효과적이라 이야기합니다.
너무 황홀한 무언가에는 반드시 그만큼의 고통이 따른다
대마가 적어도 어떤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 가지 사고실험을 해보지요. 만약 어떤 물질이 아무런 단점도 없이, 곧 중독성도 없고, 질리지도 않으며, 금단 현상도 없는, 오직 즐거움만을 주는 물질이 있다면 사회는 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물론 저는 바로 그런 특성 자체가 사람들이 그 물질을 탐닉하게 할 것이며, 정상적인 혹은 적어도 그 물질이 발견되기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게 되리라는 이유로 그 물질에 반대할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는 매우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겠지요.
그러나 스탠포드대학에서 중독치료센터를 이끄는 애나 램키의 “도파민 네이션”에 따르면 현실에서 그러한 물질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쾌락과 고통은 인간에게 쌍둥이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언가가 너무나 황홀하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그만큼의 고통이 따라옵니다. 이것은 그저 선대의 성인들이 남긴 지혜를 넘어 뇌과학이 밝혀낸 사실입니다.
이 원칙은 대마에 대한 판단을 넘어 우리 일상의 즐거움과 고통을 조절할 때도 적용됩니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에서 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의 정희원 교수는 알코올을 마약의 하나로 규정합니다. 쾌락의 강도와 중독의 패턴으로 볼 때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마의 해악과 효용을 논하기에 앞서, 대마가 좋든 나쁘든 우리의 정신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면, 적어도 그런 물질이 이 사회에 범람하도록 하나 더 추가하기 전에 가능한 한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어찌 보면 다행스럽게도, 글로벌 스탠다드인 믿을 수 있는 나라에서 아주 큰 규모로 이 물질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을 마침 진행 중이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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