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3월 23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 중 일상의 비대면화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팬데믹이 한창일 때는 타인과의 물리적 접촉을 피할 수 해주는 모든 기술과 문화가 사회적으로 장려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지난 30년간 진행된 ‘오프라인 세상에서 온라인 세상으로의 이행’을 가속했습니다. 배달 음식과 온라인 쇼핑은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메타버스의 부상도 그 여파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지구 반대편에 존재하는 이가 화면 속에서 낮은 해상도의 이미지로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이야기할 때도 마치 그가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합니다. 이런 인간의 특성과 기술의 발달, 그리고 코로나19라는 특이한 사건은 전지구적 재택근무라는 도전적이고 거대한 실험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재택근무라는 전지구적 실험
재택근무의 전격적 시행은 절대로 간단한 변화가 아닙니다. 매일 출퇴근을 하던 이들에게 재택근무는 그 사람의 생활 패턴을 넘어 사회적인 삶 자체를 바꾸는 변화입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재택근무를 경험할 수 없었을 겁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이 있었지만, 특정 영역의 매우 제한된 직종이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이 닥치자, 전세계 많은 기업들은 반드시 대면 업무가 필요한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거나 강제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난 지금, 그 실험의 결과가 다양한 형태로 발표되고 있습니다. 여러 조사를 종합해 보면, 직장인 대부분은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상식적으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재택근무는 번거롭고 때로 괴롭기까지 한 출퇴근 시간을 없애주며, 이는 출근 준비 시간을 포함해 하루에 두세 시간의 여유가 새롭게 주어진다는 뜻입니다.
일과시간 중에도 틈틈이 편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으며, 가족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들이 생산성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물론,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감소시켰다는 연구도 많습니다. 재택근무는 생활 패턴을 바꾸는 변화이므로, 생산성을 넘어 사람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전문 번역: 참 좋은 재택근무.. 우리 희망과 달리 건강엔 별로
지난 14일, 스포츠의학 의사인 조던 메츨은 뉴욕타임스 오피니언란에 재택근무가 건강에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칼럼을 썼습니다. 그는 재택근무가 사람들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설명합니다.
재택근무가 신체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주장의 논리는 매우 단순하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곧, 재택근무를 하면 출퇴근할 때보다 사람이 덜 움직이게 되며, 운동량이 줄어드는 건 무수히 많은 질병과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출퇴근을 하지 않음으로써 얻게 된 여유 시간에 운동을 해서 더 건강해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 주어진 시간을 운동에 쓰지 않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메츨은 실제로 사람들의 걸음 수가 팬데믹 동안 감소했다는 연구를 이야기합니다.
정신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량의 감소는 우울증이나 불안증과 같은 정신질환의 위험성 증가와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타인과 교류를 필요로 합니다. 반면 재택근무는 타인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크게 줄였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여전히 직장 동료들을 마주하지만, 메츨은 다른 사람과 직접 얼굴을 대했을 때 심리적인 연결 고리가 더 강하고 오래 갔다는 연구를 인용합니다.
기업과 노동자의 서로 다른 사정
메츨의 경고가 아니라도 이미 많은 기업이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를 줄이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10년 전 야후의 당시 CEO였던 마리사 메이어는 재택근무를 금지했었죠. 물론 기업이 재택근무에 부정적인 이유는 메츨의 우려처럼 직원들의 건강을 걱정해서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직원들이 회사에 나와서 일하는 것이 더 생산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일 겁니다. 이는 인간의 뇌가 공간의 영향을 받는 것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메츨의 말대로 말과 마차, 자동차로 이동수단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으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처럼 기술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건 재택근무를 둘러싼 논쟁과는 무관한 것이죠. 즉, 움직임의 감소로 건강이 위협받는 원인은 재택근무 말고도 많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VR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정말로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동일한 생산성이 보장된다면, 기업은 재택근무를 허용할 겁니다.
결국 이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이 게으르다는 겁니다. 위에서 보듯, 재택근무로 생긴 여유 시간에 자신에게 필요한 운동을 하는 이들이 극소수인 것과 같은 이유지요. 또, 출퇴근을 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하루의 운동량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과도 연결됩니다. 아마 재택근무로 생긴 여유시간에 운동을 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은 재택근무가 끝나 출퇴근을 하게 돼 여유 시간이 사라져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 운동을 할 겁니다. 그러니 우리도 오늘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 걸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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