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부터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글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1월 5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연말연초는 새로운 결심을 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1월 1일은 여느 하루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날이지만,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일에 어떤 기준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인간이 자기 삶에서 이날을 그저 몇십 번밖에 경험하지 못하며, 따라서 이날을 기점으로 종종 한 인간의 삶의 양식이 크게 변하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매년 새해에 결심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은 끝없는 선택으로 이루어지며, 인간에게는 놀랍게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인간은 다음에는 다른 선택을 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하는 이 결심을 평소에 잘 지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사람들이 세운 새해 결심은 대개 올해 처음 세운 결심이 아닐 겁니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 것, 체중을 줄이는 것, 운동을 하는 것 등 대부분은 지난해에도 세웠던, 그러나 지키지 못한 결심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새해 결심에 관한 글은 다음 몇 가지 형태를 띱니다. 어떻게 하면 결심을 오래 지킬 수 있는지 비결에 관한 글이거나 인간은 왜 자신이 세운 결심을 잘 지키지 못하는지 설명하는 글이죠. 새해에 세울 만한 좋은 결심의 목록도 단골 소재입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그런 의미에서 올해 뉴욕타임스에 실린 개럿 카이저의 새뮤얼 존슨에 관한 칼럼은 특이한 면이 있습니다. 곧, 대문호인 존슨조차도 자신의 결심을 잘 지키지 못했고, 그런데도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고 말한다는 점이죠. 일종의 ‘지키지 못해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글은 지금의 시대정신 중 하나인 위로와 공감을 말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해 결심에 관한 글에서 위로를 이야기한다는 점이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결심이란 어디까지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강인한 의지를 토대로 한 것입니다. 결심이 존재하는 세계는 개인이 홀로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도전장을 내미는 세계이며, 그 모든 어려움과 숱한 패배의 경험에 굴하지 않고, 한 번 더 자기 자신에게 이를 이겨낼 기회를 주겠다는 비장한 각오의 세계입니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지키지 못해도 괜찮다니요.
물론 칼럼의 후반부에는 존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결심을 세웠다는 것, 곧 끝없는 좌절과 실패에도 자신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놓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일종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신도 당연히 매우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결심을 하는 것은 그저 결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엄연히 이를 지켜내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인간은 결심을 하는 그 자체로 일종의 만족감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가짜 만족은 오히려 우리가 정확히 인식하고 거기서 만족해선 안 되는, 어쩌면 배격해야 할 감정입니다. 결심의 목적은 이를 지키는 것이며, 이것은 당연히 힘든 일입니다. 결심을 지키고 보상을 받는 건 소수입니다. 물론 그들에게 결심을 지켜낼 수 있던 특별한 조건이나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조건이나 방법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결심에 포함된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B=MAT
행동 변화 전문가인 니르 이얄은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공식으로 B=MAT를 이야기합니다. 곧, 행동의 변화(Behavior)에는 동기(Motivation), 능력(Ability), 계기(Trigger) 세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동기는 누구나 가질 수 있습니다. 그 행동이 특별히 어려운 일이 아닌 한 능력 역시 대부분 사람에게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찾아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느냐입니다. 그런 점에서 새해는 모두가 자신의 계기를 마련할 적절한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루틴을 체크하는 것으로 결심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새해라는 적절한 기회를 활용해 한 가지 결심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매일매일을 새해 첫날이라 생각하며 나의 결심을 지키겠다는 결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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