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미국 정치에서 새로 부상하는 유권자 집단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최근 들어 AAPI(Asian American/Pacific Islander: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이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아시아계 미국인은 미국 정계가 주목하는 집단입니다. 2014년 중간선거와 2018년 중간선거를 비교하면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의 투표율은 50%나 상승했고, 2016년과 2020년 대선을 비교하면 30% 가량 증가했죠.

이코노미스트는 6월 20일자 기사를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화당의 움직임을 소개했습니다. 기사는 판데믹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바이러스” 언급과 아시아계 대상 혐오 범죄의 증가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정치적 각성으로 이어졌음을 설명합니다.

이어 아시아계 사이에서 민주당 지지가 대세이긴 하지만 현 민주당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역시 다른 모든 인종 집단에서와 마찬가지로 떨어지고 있다며, 공화당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어떤 부분을 공략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우선 “아시아계”라는 큰 집단의 동질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출신 국가는 수십 개에 달하고, 언어나 문화도 다양합니다. “아시아계”라는 정체성보다는 “일본계”, “한국계” 등의 정체성이 더 강하고, 이런 하위 집단 가운데는 공화당 성향이 강한 집단도 있습니다.

또한, 아시아계 간의 빈부 격차는 미국의 평균적인 빈부 격차보다 더 큽니다. 이들이 인종적 정체성이 아닌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투표를 한다면 투표 경향도 크게 갈릴 수 있다는 뜻이죠. 아시아계는 다른 인종 집단에 비해 (미국 출생이 아닌) 이민자 비율이 높고, 계속해서 새로 입국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정부 역할, 기후 변화, 총기 규제 등 세부 정책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했을 때 아시아계의 선호도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있다거나, 민주당 지지의 가장 확실한 지표인 대학 학위 소지 비율 역시 미국인 평균에 비해 높다는 점은 공화당에게 여전히 불리한 점으로 꼽히죠.

뉴스페퍼민트는 과거에도 정치적 집단으로서의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기사를 여러 차례 소개했습니다. 2015년에 소개한 시실리아 모 밴더빌트대 정치학과 교수의 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공화당 지지세가 강하던 아시아계가 왜 공화당에서 멀어졌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이 글은 미국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미국 시민으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체감하는 인종적 편견과 부당한 대우와 배제, 생활 속의 미묘한 차별(microagression)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죠.

2016년에는 아시아계 내에서도 복잡하게 갈리는 표심에 대한 글을 소개했습니다. 베트남계처럼 베트남 전쟁과 이민의 역사로부터 비롯된 특수한 정체성을 가진 하위 집단은 이를테면 난민 문제와 같은 특정 이슈에서 다른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다른 의견을 갖기도 하지만, 또 그 안에서도 세대 별로 지지 정당이 나뉘는 모습을 보이죠. 미국 사회 내의 뿌리깊은 반(反) 아시아 정서, 동시에 존재하는 “모범적인 소수인종(model minority)“이라는 인식이 갖는 양날의 검에 대해 설명한 2021년의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나,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집단적 정체성 찾기 운동, 이른바 “옐로우 파워 운동”의 역사를 소개한 NPR 기사 역시 이 주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계속해서 중요성을 더해가는 유권자 집단 AAPI가 올해 중간 선거와 다음 대선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그에 따라 미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계속해서 주목해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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