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가상화폐와 경제 불평등

이른바 ‘코인’으로 불리는 가상화폐는 한때 소수 전문가만의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저녁 뉴스에도 종종 오르내릴 만큼 많은 이들의 일상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테라 사태 이후엔 가상화폐 관련 뉴스가 훨씬 자주 보도됐고,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구독자 수가 많은 채널 중에도 ‘코인’ 관련 소식을 다루는 매체들의 채널이 많죠. 오늘은 미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과 가상화폐가 어떻게 엮여있는가를 소개한 기사들을 모았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 간 경제적 불평등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여전히 공고한 현실입니다. 불평등에 대한 글을 소개하는 Inequality.org는 지난달, 흑인 가구의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칼럼을 실었습니다. 가상화폐는 한때 소수 인종의 부를 늘리고, 기존 체제에 뿌리 깊게 자리한 경제적 불평등을 좁힐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가상화폐 투자로 백만장자가 된 이가 유명해지기도 했고요. 가상화폐를 보유한 미국인의 44%가 유색인종이라는 통계나 미국 흑인의 23%가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흑인들이 보유한 가상화폐 수량을 보면 실질적인 경제 불평등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원래 여유가 있던 일부의 성공 사례를 모두에게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것이 칼럼의 주장입니다. 이미 소득이 낮고, 잃어도 상관없는 여유자금이 없는 가구에 위험도가 높은 가상화폐는 좋은 투자처가 아니며, 보편적인 의료보험 제도와 더 공평한 세금 제도 등 정책적인 개혁만이 진정으로 인종 간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죠.

사진=Unsplash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가상화폐 시장 폭락으로 미국에서 흑인들이 더 큰 타격을 입었을 거라는 내용의 기사를 썼습니다. 이 기사 역시 가상화폐를 보유한 비율만 놓고 보면 백인 집단(15%)보다 흑인 집단(25%)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가상화폐를 인생 최초의 투자로 삼은 비율이나 가상화폐가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가능성도 흑인 사이에서 더 높습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도 달랐습니다. 흑인 집단에서 가상화폐를 안전한 투자법, 정부의 규제를 받는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하는 비율이 더 높았죠. 이는 저축, 주식, 채권 같은 기존 투자 방식, 은행 등 금융 기관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투자 수단으로서의 가상화폐에 대해 좀 더 낙관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칼럼에서도 미국의 흑인 커뮤니티가 전통적인 금융 시장에서 배제되어 온 역사 때문에 기존 체제에 불신을 갖게 된 역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보유 비율이 인종뿐 아니라 성별, 연령별로도 다르다는 점 역시 꾸준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가 기존의 통화나 투자를 대체하거나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투자 수단이나 금융 지식에 대한 접근 면에서도 사회의 불평등은 고스란히 반영돼 왔습니다. 그래서 가상화폐의 성장은 불평등 심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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