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는 영원한 떡밥일 것입니다. 아니, 사실 이 문제가 떡밥이 된 것 자체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인류가 문명을 이룩한 뒤 지난 수천 년 동안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 문화에서 인간과 동물은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여기에 의문을 던지게 된 된 것은 겨우 150년 전입니다. 찰스 다윈은 진화론을 통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조상이 하나라는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50년은 그 이론이 얼마나 뛰어난 통찰이었는지가 증명된 시기였습니다. 유전자와 염색체가 발견되었고, 모든 생명체의 계보가 그려졌습니다. 과학을 수십 년 공부한 저도 여전히 원숭이나 개를 넘어 길가의 곤충, 풀잎,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조차 모두 같은 유전 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종종 커다란 놀라움을 느낍니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인간이 그저 동물의 하나라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영혼의 존재를 믿고 있고, 이는 자유의지나 환생과 같은 까다로운, 혹은 인류 역사에서 오랜 흔적을 가진 개념들로 이어집니다.
한때 인간과 동물의 차이로 이야기된 것들은 매우 많습니다. 도구는 인간만 사용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원숭이나 까마귀를 비롯한 여러 동물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언어 역시 강력한 후보였습니다. 그러나 인간 만큼 충분한 어휘는 아닐지언정 여러 동물이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자아의 인식 실험이 있고, 인간만이 감정에 의해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물론 대부분 사례에서 동물에게도 비슷한 예가 관찰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특별한 존재임은 두말할 것이 없습니다. 적어도 어떤 생명체도 달에 자신의 힘으로 도착하지 못했고, 이런 생명체의 신비를 파악하고, 더 나아가 다른 동물과 자신의 차이를 파악하려 노력하는 종도 거의 분명히 인간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구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기술을 발전시킨 종도 그렇지요.
지난 22일 뉴욕타임스에는 여기에 한 가지 더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의 후보가 추가되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꼴레주 드 프랑스에서 이 문제를 연구해온 뇌과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앤은 기하학, 곧 도형을 이해하는 능력이 어쩌면 인간만이 가진 것일지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바티칸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초기 인류의 종교에 관해 이야기하며 삼각형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종교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발전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 역시 그 간격이 그리 좁지는 않을 것이라 말합니다. 단지 오늘날 많은 과학자가 이야기하듯 인간의 역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기하학이 인간에게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플라톤은 세계를 이루는 기본 원소와 정다면체를 연결했습니다. 고차원적 사고방식이 인간의 본성, 곧 유전자와 연관되리라는 것도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촘스키는 70년 전 인간의 언어 능력이 타고나는 것이라는 당시에는 혁명적인 생각을 주장했습니다. 드앤은 촘스키가 언어학을 가지고 수행한 연구를 기하학으로 하려 합니다.
그들의 연구 중에는 사람들에게 크기와 각도를 바꾼 5개의 도형과 모양이 조금 다른 하나, 총 여섯 개의 도형을 주고 이 중 다른 하나를 찾게 한 실험이 있습니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마주 보는 변이 평행하거나 각도가 직각일 때 훨씬 더 구별을 잘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기하학적 직각 효과(geometric regularity effect)”라 부르며 어쩌면 인간에게만 이런 능력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개코원숭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개코원숭이들은 다섯 개의 수박과 하나의 사과가 주어진 그림에서는 사과를 잘 골랐지만, 다각형 도형이 주어진 그림에서는 다른 하나를 잘 찾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이제 최근 각광받는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마치 인간의 뇌에 언어를 담당하는 브라카 영역과 같이 기하학을 담당하는 영역을 찾고 있습니다. 드앤의 다음 목표는 인간의 내면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곧 그는 언어가 어쩌면 의사소통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외부 세계를 내면에 표상하기 위한 도구로 인간의 내면에 먼저 등장했으며, 기하학이 그 도구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좀 더 큰 그림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물론 그 큰 그림을 통해 인간과 다른 동물의 진정한 차이도 더 자세히 밝혀질 것입니다.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다른 동물은, 우리가 늘 느끼듯이,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의 느낌은 그런 면에서 정확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인간과 다른 동물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사실 이것도 새로운 사실은 아닙니다. 우리는 배가 고플 때, 졸릴 때,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등 수많은 상황에서 이 사실을 늘 느끼고 있습니다. 즉, 그 느낌도 정확하다는 것이죠. 그런 모순이 아마 다른 동물과 다른 바로 인간만의 특성일 수 있습니다. 물론 어쩌면 어떤 동물은 마치 인간처럼, 자신을 인간이라 여기는 모순을 또 범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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