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의 은퇴로 공석이 될 대법관 자리에 누구를 임명할지 내다본 2월 16일의 글입니다. 많은 이의 예상대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 중 케탄지 브라운 잭슨 판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됐고, 상원 인준을 받았습니다.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이 올해 6월 은퇴를 선언하면서 대법원장과 8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미국 최고 사법기관에 빈자리가 생기게 됐습니다. 후보 시절, 대법관을 지명할 기회가 온다면 흑인 여성 법조인을 선택하겠다고 공약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실제로 지명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SCOTUS)은 입법기관이 아님에도 “정치적”인 사안에 판결을 내림으로써 미국 사회의 큰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이 매우 큰 기관입니다. 역사 속에서 인종 분리 정책, 낙태, 동성결혼 등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사안에 판결한 것은 물론, 2000년 대선 때는 선거 결과에 결정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대법관 지명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 중 하나로 언급될 정도입니다. 대통령은 당연히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지명하기 때문에 대법원의 이념 지형은 어느 당이, 또는 누가 집권하고 있느냐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다만 종신직인 대법관의 퇴임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대통령이 임기 중 대법관을 몇 번이나 지명하게 될지는 순전히 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례로 클린턴, 조지 W. 부시, 오바마 대통령은 연임에 성공해 8년이나 대통령을 하면서도 각각 두 명의 대법관을 임명한 데 그쳤습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4년의 임기 동안 무려 세 번의 임명 기회를 누렸죠.
2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대법관 자리는 대부분 나이 든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말년에 트럼프 치하 진보의 아이콘으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대법원에 여성 대법관이 몇 명 필요하냐는 질문에 언제나 “9명”이라고 답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최초의 흑인 대법관(서굿 마셜)은 1967년, 첫 여성 대법관(샌드라 데이 오코너)은 1981년이 되어서야 탄생했습니다. 2020년 기준 대법관 전원이 예일과 하버드 출신이라,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학벌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코니 배럿 대법관은 노트르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이번에 바이든이 약속대로 흑인 여성을 지명하고, 임명으로 이어진다면 미국 대법원은 최초로 흑인 여성을 대법관으로 맞이하게 됩니다.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후보를 인준하는 상원, 그것도 법사위원회 소속으로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1975년부터 총 여섯 차례의 인준 청문회에 참여한 베테랑입니다. 바이든은 이번 달 말까지 후보를 지명할 계획에 따라 다음 주부터 후보들을 만나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바이든은 유권자와 약속의 취지를 지켜 취임 후 지명한 16명의 연방 항소법원 판사 가운데 8명을 흑인 여성으로 채웠습니다. (연방 항소법원은 대법원으로 향하는 발판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대법관 후보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흑인 여성 법조인 가운데 한 사람인 케탄지 브라운 잭슨(51세)은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초기 워싱턴 D.C. 순회 항소법원 판사로 임명한 인물입니다. 하버드 학부와 로스쿨 출신이면서도 국선 변호사라는, 대법관 후보로는 보기 드문 이력으로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리온드라 크루거(45세)는 캘리포니아주 대법원 판사로, 바이든 정부 출범 당시 백악관의 러브콜을 고사했던 인물입니다. 역시 하버드 학부와 예일대 로스쿨 출신으로, 젊은 나이부터 출세 가도를 달렸고 중도파로 분류돼 지명되면 상원 인준을 비교적 무난히 통과할 수 있으리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역시 바이든이 항소법원 판사 후보로 깜짝 지명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지방법원 판사 J. 미셸 차일즈(55세)도 하마평에 오릅니다. 하원 내 민주당 서열 3위이자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인 제임스 클라이번 의원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노스캐롤라이나주 대법원 판사 아니타 얼스, 뉴욕대 로스쿨 교수 멜리사 머리, 미네소타주 연방 법원 판사 윌헬미나 라이트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충돌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라지만, 이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현재 상원 의석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50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고, 대법관 인준을 둘러싸고 양당 간 갈등이 격화되는 경향이 최근으로 올수록 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법관 임명이 역사에 어떤 그림으로 남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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