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은 매우 복잡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두 가지 상반된 시스템으로 나누는 것은 종종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가장 유명한 예로는 심리학자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네만이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이야기한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구분이 있습니다. 카네만은 인간에게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자동으로 반응하는 시스템 1과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시스템 2가 있다고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 예들을 흥미롭게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스탠포드 대학의 캐럴 드웩이 말한 “마음가짐(Mindset)”이 있습니다. 드웩은 사람들이 고정된(Fixed) 마음가짐과 성장하는(Growth)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드웩은 자신의 능력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고정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보다 자신의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 성장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 모험과 도전을 더 즐기며, 결과적으로도 더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응용합리성 센터(Center for Applied Rationality)의 공동창립자인 줄리아 갈렙의 신작 “정찰병의 마음가짐: 왜 어떤 사람들은 진실을 바라보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한가(The Scout mindset: Why Some People See Things Clearly and Others Don’t)”에서 갈렙이 이야기하는 군인과 정찰병의 마음은 카네만과 드웩의 예 못지않은 인간의 마음에 대한 좋은 구분으로 보입니다.
줄리아 갈렙은 사람들이 군인과 정찰병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며, 이중 왜 우리가 군인의 마음을 가지기 쉬운지, 그럼에도 왜 정찰병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를 조리 있게 설명합니다.
군인의 마음이란 곧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며, 따라서 신념들의 전장에서 이기기 위해 자기 합리화와 자기기만을 불사하며, 희망적인 근거들만 골라 행복회로를 돌릴 뿐 아니라,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이를 위한 논리를 만드는 마음가짐을 말합니다.
우리는 군인의 마음을 가진 이들과 자주 마주칩니다. 또한, 우리도 이런 마음에 아주 쉽게 넘어갑니다.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면 얼핏 자신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처럼 느껴지며, 그래서 이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실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기 힘든 이유는 우리의 믿음들이 자신이 가진 다른 여러 믿음과 부분적으로라도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하나의 오류를 인정하게되면 이와 연관된 다른 여러 믿음을 수정해야 하며, 때로는 자신이 가진 세계관 전체를 수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종교나 정치에서 의견의 차이를 좁히기가 취미나 점심 식사 메뉴와 같은 일상의 영역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는 일보다 훨씬 어려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또 세계관이 치밀하고 확고해질수록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기는 더 어려워지며, 이는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완고해지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객관적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는 태도를 더 높이 사는 문화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의견과 자신을 분리하는 것은 과학자의 미덕으로 칭송됩니다. 또한, 누군가의 말처럼, 아무리 위대한 과학자의 의견이라도 새로운 실험장비와 젊은 과학자들의 아이디어에는 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갈렙이 말하는 정찰병의 마음이 바로 그러한 태도입니다. 정찰병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군인과 달리 전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적의 수가 얼마인지, 산과 계곡의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에 관해 가능한 한 정확한 정보를 얻어야 하며, 이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의견을 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찰병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는 바로 아군이 잘못 알고 있던 정보입니다. 곧, 정찰병의 마음을 가진 이는 자신의 오류를 발견했을 때 군인처럼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이를 자신이 더 나아질 수 있는 가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바로 이 점에서 갈렙이 말하는 정찰병의 마음은 드웩이 말한 성장 마음가짐으로 연결됩니다.
갈렙은 이 책에서, 정찰병의 마음을 가진 이가 군인의 마음을 가진 이보다 더 나은 이유는 지식이나 영리함이 아니라, 단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일 뿐임을 분명하게 말합니다. 곧, 누구나 정찰병의 마음을 가짐으로써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줄리아 갈렙의 2016년 TED 영상 갈무리.
갈렙의 새 책은 2016년 소개된 TED 연설 “당신이 틀렸음에도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유”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미 600만 명이 시청한 이 영상에서 갈렙은 군인과 정찰병의 마음을 예로 들며 어떻게 우리가 정찰병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말했습니다. 바로,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마주쳤을 때, 방어적 본능을 따르지 말고 이를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며 호기심을 가지고 그 의견을 대하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