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기간 중에 이슈가 됐던 또 다른 이야기도 프리미엄 콘텐츠에 소개했습니다. 근대5종 선수가 승마 종목에서 배정받은 말이 말을 듣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 발단이었는데, 사람과 짝을 지어 동물을 스포츠에 참여하게 한 인간의 일방적인 결정을 과연 동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경기는 경기 결과와 관계없는 소식으로 화제에 올랐습니다. 중간순위 1위를 달리던 아니카 슐로이 선수가 제비뽑기로 말을 배정받아 경기하는 승마 종목에서 말이 말을 듣지 않는 바람에 0점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좌절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와 대비되게 이를 드러내고 웃는 듯한 말이 함께 찍힌 사진이 온라인에 널리 퍼졌죠.
승마는 말과 신뢰를 쌓고 관계를 맺는 것이 관건인 스포츠로 알려져 있습니다. 승마인 대부분이 말을 애정과 존중으로 대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야생마라면 인간을 등에 태울 일이 없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동물권 단체 피타(PETA)는 홈페이지에서 말과 함께하는 스포츠에 관해 기본적으로 느껴야 할 문제의식을 제안합니다.
“말을 타기로 하는 결정은 오로지 한 쪽(인간)의 결정이며, 다른 쪽(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그의 의견도 반영되지 않은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예민한 동물의 등에 올라타지 않고도 인간이 보호하고 기르는 말들과 의미 있고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 PETA
승마나 근대5종 등 국제적인 이벤트에 참가하는 말들의 고충은 경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이번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무려 50개국에서 말 325마리가 일본으로 날아왔죠. 이코노미스트가 말들의 국제적인 이동 절차를 자세히 설명한 기사를 보면, 승마 경기에 출전하는 말은 특수 개조된 비행기 내의 에어컨 설비를 갖춘 마구간에 실려 이동합니다. 비행 중에는 탈수가 오지 않게 물 먹인 건초를 먹고, 조종사들도 이착륙 시 특별히 주의를 기울입니다. 사이즈와 특징을 기록한 여권과 예방접종 확인서를 비롯해 갖춰야 할 서류도 많습니다. 전염병이 돌 때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동 전 체온 측정, PCR 테스트와 같은 검역 조치들이 추가됩니다. 대부분 국가에서 비행 전 일정 기간 격리는 의무입니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말들은 유럽에 모여 60일 간 검사를 받았고, 이동 전 일주일간 격리됐습니다. 마침내 벨기에 리에주에 모인 말들은 에미레이트항공 화물기 19대에 실려 두바이를 거쳐 도쿄에 도착했습니다. 하네다 공항에 내려서는 트럭에 실려 올림픽 선수촌의 마구간까지 실려 왔고, 경기 기간 내내 이곳에 격리됐습니다. 이동 비용은 미국에서 유럽까지 “비즈니스 클래스(마구간 하나에 말 두 마리)”로 25,000달러 선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말은 서서도 잘 수 있고, 탈수에도 강하기 때문에 인간보다 비행이 덜 힘들 수 있다고 하지만, 자연의 야생마가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 바퀴를 여행할 일은 당연히 없을 겁니다.
독일의 소리(DW)는 사설을 통해 올림픽 근대5종 종목 자체의 내재적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자신의 말과 오랜 기간 관계를 쌓은 승마 선수들은 경기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말의 웰빙을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에 큰 대회라도 말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경기를 강행하지 않고 기권합니다. 그러나 근대5종 선수들의 경우 수영 등 다른 종목에서 전향한 경우가 많아 승마 경력이 상대적으로 짧은데다 말을 현장에서 제비뽑기로 배정받기 때문에, 서로 맞춰가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마주들도 상대적으로 말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이 참여하는 근대5종 경기에는 좋은 말을 빌려주지 않으려 합니다. 말이 네 번을 거부해야 말을 바꿀 수 있다는 규정도 문제입니다. 세 번의 거부 의사 표시는 충분한 고통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일까요? 사설은 슐로이 선수의 말도 사람 만큼이나 울고 싶었을 텐데 말의 의견을 물어본 이는 아무도 없지 않으냐며, 승마를 산악자전거와 같은 종목으로 대체하자는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말은 본능적으로 달리기를 좋아하는 동물이지만, 통제된 환경에서 인간이 만든 장애물을 넘거나 부상을 무릅쓰고 다른 말과 경쟁하는 것이 본성은 아닐 겁니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말들도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고된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도박과 결합해 큰돈이 오가는 경마에서 도핑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릅니다. 경마에서 도핑은 경마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1666년에 공식적으로 경마에서 도핑을 금지하는 규칙이 생겼지만, 신대륙으로 건너온 경마 문화에서 말들은 코카인부터 헤로인, 스트리크닌, 카페인, 호르몬제, 이뇨제에 이르는 다양한 약을 맞아가며 달렸습니다.
한때는 검사도 어려웠고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쳤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2020년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로 수십 명의 경마 관계자들이 조직적 도핑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업계는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며 문제를 축소하려 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방어 능력이 없는 동물을 도박 칩으로 사용하고 부상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학대가 일상인 스포츠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019년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인 경마 대회 브리더스컵 당시에는 경기 중, 경기 전후로 여러 마리의 말이 죽어 반대 여론이 높아졌고, 개빈 뉴섬 주지사가 “개혁 없이는 경마의 시대도 끝”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업계는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반도핑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동물 서커스, 수족관의 돌고래쇼, 한때 동계올림픽 시범 종목으로 선 보였으나 정식 종목은 되지 못한 개썰매 경주와 같이 경마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는 여론은 진보적인 성향이 우세한 지역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꾸준히 세를 넓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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