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멍키케이지, Paul K. MacDonald)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국과 기관의 대사를 누구로 임명할지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바라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습니다. 이달 중순 바이든 대통령은 내무부 장관 출신의 켄 살라자르를 멕시코 대사에, 엔진이 고장 난 여객기를 허드슨강에 안전하게 착륙 시켜 승객 155명의 생명을 구한 ‘허드슨의 영웅’ 체슬리 설리 설렌버거를 국제민간항공연합에 보내는 미국 대사로 임명하는 등 대사 인선을 완료했습니다. 또 시카고 시장을 지낸 오바마 전 대통령의 참모 람 이마뉴엘은 일본 대사로 임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대사직을 정치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논공행상하듯 나눠주는 바람에 미국의 핵심적 이익이 걸린 나라와의 외교가 삐거덕거릴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외교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에게 중책을 맡겨선 안 된다는 비판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고(故) 폴 사베인(민주, 메릴랜드) 상원의원은 이렇게 정치적 연줄로 임명된 대사들을 가리켜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치학계에서도 대통령이 외교나 그 나라에 대한 경험보다 자신과의 친분이나 정치적 충성심을 기준으로 대사직을 임명하는 건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출간된 제 논문을 보면 정치적으로 임명된 대사가 특히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 관한 한 외교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먼저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자신과 친하거나 자기 정당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이유로 외교 경험이 일천한 사람을 대사로 임명하는 건 바이든 행정부 전에도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이는 민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거의 미국 외교의 관행이기도 했죠. 100년 넘게 외교력을 높이고 외교 업무를 전문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와중에도 이러한 연줄 인사는 계속됐습니다. 현재는 전체 미국 대사 가운데 2/3 정도가 전문 외교관 출신으로, 이들은 국무부의 철저한 인사 검증을 거칩니다. 그러나 나머지 대사직의 1/3은 백악관과 연줄이 깊은 이들 혹은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빚을 진 이들에게 사례하듯 임명됩니다.
물론 다른 나라의 미국 대사가 되려는 자는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합니다. 이는 전문 외교관 출신은 물론 대통령과의 연줄로 임명된 대사도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상원과의 관계가 원만해 외교위원회의 반대가 거세지 않을 거라 예상될 때 정치적 대사를 더 많이 임명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어쨌든 지금까지 사례를 통계로 내보면, 대통령이 정치적인 이유로 임명한 대사의 94%는 상원의 인준을 받아 대사직을 수행했습니다.
대통령들을 상대적으로 잠잠한 곳에 정치적인 대사를 임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유하고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려 정치가 안정적인 나라의 대사들 가운데 정치적 연줄에 의한 대사가 많은 편이죠. 서유럽 대사들 가운데는 외교 경험이 없는데도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대사가 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잠잠한 나라에 부임한다고 대사가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법은 없죠. 미식축구 뉴욕 제츠의 구단주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구인 우디 존슨은 영국 대사로 부임했다가 대사관 직원들에게 성차별, 인종차별적인 언사를 해 자체 조사를 받았습니다.
임명할 때마다 논란이 이는데도 대통령이 자신과 연줄이 닿은 이에게 주요 대사직을 맡기는 이유가 있을까요?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미국에서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는 자리 가운데 대사직만큼 정치적인 충성심에 대한 보상으로 주기 알맞은 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대통령들은 그래서 오래된 친구나 정치적인 동지에게 대사직을 주기도 하고, 선거자금을 많이 대 자신의 당선에 일조했거나 당에서 명망 높은 당원에게 대사직을 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선거자금이나 정치 후원금을 많이 낼수록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나라의 대사로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전문 외교관 출신과 비교했을 때 정치적으로 임명된 대사들의 외교 경험이 부족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당연히 다른 나라에서 일한 경험도 적을 가능성이 크고, 대사로 부임하는 나라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앞서 대사 경험은 고사하고 국제무대, 외교 분야에서 일한 경험도 많지 않은 사람이 태반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런 경험 부족을 근거로 정치적 연줄로 임명된 대사들에 대해 우려하는 건 타당해 보입니다. 2015년에 미국 외교학회는 적절한 경험이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를 정치적인 이유로 대사로 임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죠.
그러면 정말 대통령의 연줄로 임명된 대사들이 미국의 외교에 먹칠하고 있을까요? 막상 근거를 찾아보면 많지 않습니다. 물론 최근 미국 국무부 감사국에서 발생한 내부 보고서는 “정치적으로 임명된 대사들이 전문 외교관 출신보다 주요 과제에서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한 주요 과제 중 하나는 국무부 양식에 맞춰 대사로 파견된 나라의 정세에 관해 정리해 올리는 보고서의 품질입니다. 국무부를 포함한 외교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전문 외교관 출신에겐 익숙한 일이 처음 외교 분야에서 일하는 대사에겐 당연히 낯선 일일 수 있습니다.
저는 다른 분야를 살폈습니다. 정치적으로 임명한 대사가 부임한 나라가 그렇지 않은 나라에 비해 미국과 군사적인 문제로 마찰을 빚는 일이 더 많은지 적은지 살펴본 겁니다. 제 연구는 학술지 외교정책분석(Foreign Policy Analysis)에 실릴 예정입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통계적으로 매칭(matching)이라 불리는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정치적으로 임명한 대사를 보내는 나라와 전문 외교관을 보내는 나라가 처음부터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나라들을 미국과 군사적인 마찰을 빚을 수 있는 가능성에 따라 분류한 겁니다. 그러고 나서 미국과 군사적인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은 나라에 부임한 정치적 대사와 외교관 출신 대사의 업무 성과를 비교했습니다. 미국과 군사적인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낮은 나라도 따로 떼어낸 뒤 그 나라에 부임한 대사들의 임명 과정을 분류해 분석했습니다.
놀랍게도 정치적 대사가 부임한 나라가 미국과 군사적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더 낮았습니다. 정치적으로 임명된 대사들의 성과가 들쭉날쭉했지만, 평균적으로 전문 외교관 출신 대사들보다 군사적 마찰을 덜 빚게 됐다는 말입니다. 외교 분야의 경력이 없더라도 정치나 군사 분야 출신의 대사가 사업을 했거나 법조계 출신 대사보다 마찰을 잘 피했습니다.
외교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서 정치적인 이유로 임명된 대사들을 무조건 비판하고 깎아내리는 건 현명하지 못한 비판일지 모릅니다. 또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워 직접 통화할 수 있는 사이거나 여당이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 정치 자금을 많이 대서 그 보상으로 대사가 된 사람들보다 성과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바이든 대통령이 살라자르 전 장관이나 이마뉴엘 전 시장을 주요국 대사로 임명한 건 정치적으로 효과적인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대사 자리에 자신과 매우 가까운 유능한 정치인을 임명함으로써 자신이 그 나라와의 관계나 해당 지역 정세를 얼마나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거죠.
물론 그런 자리일수록 대사 본연의 임무와 외교적인 과제를 잘 처리할 수 있는 외교관 출신을 임명하는 게 순리에 맞기도 합니다. 그래야만 미국의 외교를 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국무부 소속 외교관들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례를 계속 만들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9개국 대사직을 전부 전문 외교관 출신으로 임명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 외교를 위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대통령의 연줄에 따라 임명할 수 있는 대사의 수를 미리 몇 명 이하로 제한하는 식의 규정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가장 알맞은 적임자가 누구인지 찾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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