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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투표 억압의 역사, 여전히 진행 중?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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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애틀랜타 교외 지역에 살고 있는 캐씨는 경선 투표를 위해 선거구 투표소를 찾았습니다. 비와 무더위 속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긴 줄이었습니다. 캐씨가 살고 있는 유니온시티의 인구는 총 22,400명이고 그 중 88%는 흑인입니다. 5시간의 기다림 끝에 건물 안으로 들어갔지만, 이미 투표소는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투표소 담당자는 일단 ‘잠정투표(provisional ballot)’를 하라고 권유하면서, 개표 때 표가 반드시 집계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캐씨는 그 때를 떠올리며 여전히 분노와 좌절감을 느낍니다. 내 표가 집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도 듭니다. 그날 캐씨가 줄을 섰던 투표소에서 마지막 유권자가 투표소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날짜가 6월 10일로 넘어간 후였습니다.

이 투표소의 사례는 큰 패턴의 일부입니다. 조지아 주 전체에 걸쳐 투표소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투표소가 줄어든 것은 주 전체의 공통된 현상이지만, 긴 줄이 나타나는 곳은 비백인 거주지역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백인 인구가 높은 동네가 대체로 최근 등록한 유권자들의 수가 많고, 선거일에 직접 투표를 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투표소가 지나치게 붐비는 현상은 코로나19 발생 훨씬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양 당 간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는 지역 중 하나인 조지아 주에서 흑인들의 투표가 더 어려워지는 현상은 이번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우편 투표와 조기 투표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당일 엄청난 투표 인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6월 경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줄이 길어질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3년 대법원의 셸비 v. 홀더 판결로 인종차별의 역사가 있는 주에 대한 연방 정부의 선거 제도 감시가 사라짐에 따라, 조지아 주의 등록 유권자 수가 200만 명 가까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투표소는 오히려 10% 가량 줄어들었습니다. 늘어난 등록 유권자는 대부분 애틀란타 광역권에 살고 있는 청년, 비백인 유권자들입니다. 애틀란타 근교의 아홉 개 카운티는 특히 투표소 감소의 타격을 크게 입은 지역입니다. 주 전체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이 지역에 살고 있는데 투표소는 무려 38% 줄어들었습니다. 투표소 당 유권자 수가 2012년에 비해 40% 가까이 증가하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선거가 코앞에 닥친 시점에서 투표소를 90곳 새로 지정하면서, 투표 당일 유권자들의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투표소 감소는 지역을 가리지 않았지만,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투표소 줄이 더 긴 이유는 흑인들이 전통적으로 투표 당일 현장 투표를 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입니다. 스탠포드대 조나단 로든 교수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오후 7시 이후 투표소의 평균 대기 시간은 90% 비백인 지역에서 51분, 90% 백인 지역에서는 6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뉴욕대 로스쿨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흑인 인구가 많은 조지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4개 주에서는 투표소 당 평균 유권자 수가 증가했습니다. 대법원의 셸비 판결 이전에는 투표소를 닫기 위해 연방정부의 승인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주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 정부 차원에도 투표소 규모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엄격하게 지켜지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조지아 주 정치인들과 선관위 당국은 투표소 부족과 관련한 민원을 무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많은 투표소가 폐쇄된 2010년부터 2018년 사이 조지아 주 주무장관을 지낸 브라이언 켐프는 이제 주지사가 되어 선거 규정 전반에 대해 방임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주지사실에 투표소 축소 배경에 대해 물었지만, 노코멘트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 결과 조지아 주의 흑인 유권자들은 짐 크로우 법을 연상케하는 장애물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셸비 판결이 흑인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모어하우스칼리지의 정치학 교수 에이드리엔 존스는 이 같은 상황이 명백히 유권자 억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이 투표소까지 가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 우편 투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 잠정 투표를 인정받기 위해 법정까지 가야 하는 것 모두 주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난 8월, 민주당 조지아 주 지회 등이 조지아 주정부와 카운티 정부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투표소의 긴 줄이 직원 수의 부족, 적절한 직원 교육과 필요 물품의 부재, 부족한 투표소 등에 기인한다며 소를 제기했지만, 기각당하는 일도 있었죠.

2019년 새로 취임한 주무장관은 투표소 지원을 촉구했지만, 이런 안들은 주 의회를 통과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무장관실에서는 이런 상황을 민주당 소속 주 의회 의원들의 탓으로 돌리지만, 민주당 의원과 유권자 운동 단체의 활동가들은 주무장관의 법안이 더 많은 책임을 주 정부에서 각 카운티로 이양하여 주 정부의 선거 감시 기능을 오히려 약화시키며, 유권자들의 투표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조지아 주의 투표 억압 역사는 뿌리가 깊습니다. 투표세, 유권자 시험은 물론 협박과 위협을 통해 흑인 유권자들의 권리 행사를 막은 과거가 있습니다. 1965년 투표권법에 따라 조지아 주를 포함한 9개 주에서는 흑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의 투표소를 폐쇄한다든지, 막판에 투표소 위치를 바꾸는 등의 조치를 주 정부가 임의로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조치를 뒤집은 것이 바로 2013년의 셸비 판결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이러한 규정이 구시대적이며 의회가 새로운 규정을 입법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의회는 오늘날까지 제자리걸음 중입니다. 셸비 판결이 없었다면 조지아 주 정부가 최근 취한 조치들은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한 것이었죠.

조지아 주에서 셸비 판결의 영향력이 더 커진 것은 등록 유권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주민이 운전면허국에 기록을 남기면 자동으로 유권자 등록이 되도록 하는 새로운 법안 덕분에 조지아 주의 등록 유권자 수는 2012년 대선 이후 30% 이상 늘어났습니다. 이 법안 덕에 일부 카운티에서는 비백인 유권자 수가 백인 유권자 수를 넘어, 조지아 주가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주 “레드 스테이트”에서 “퍼플 스테이트”가 되는데 기여하기도 했죠.

그 와중에도 투표소는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더 많은 투표소들이 문을 닫게 되었죠. 6월 경선 때 9000명의 유권자를 받았던 유니온시티의 투표소는 근처에 2개의 트표소가 추가되면서 11월 3일에는 줄이 조금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지만, 여전히 5000명 이상의 유권자를 받는 투표소들이 있습니다.

조지아 주 전체에서 투표소 당 유권자의 수는 2012년 2046명에서 올해 10월 기준 3003명으로 47% 증가했습니다. 한 투표소에 무려 22000명의 유권자가 배정된 곳도 있죠. 유권자 수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곳 중 하나인 포사이스 카운티에서는 지난 8년 간 등록 유권자 수가 60000 명 늘어났습니다. 투표소 당 유권자 수는 8000명입니다. 지난 8월 경선 결선 투표에 참여한 귀넷 카운티의 한 유권자는 흑인 유권자들이 많이 찾는 투표소에 고장난 투표 기계가 배치되거나 투표 기계가 모자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지적합니다.

셸비 판결 이후 조지아 주의 선거 관리는 주무장관실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가 규정 위반에 대한 수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켐프 주지사가 주무장관을 지낸 8년 동안 수 많은 선거 규정 위반 신고가 접수되고 처리되었지만, 셸비 판결 이후 폐쇄된 투표소 문제에 대해 조치를 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올해 9월, 조지아 주의 선거 관리 문제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되자, 그제서야 밀려있던 100여 건을 주 법무장관실이 검토하겠다고 나섰죠. 법무장관실의 조사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10월 초에는 긴 줄로 문제가 되었던 4개 카운티에 직원 교육과 대기자 관리 계획에 대해 매주 주무장관실로 보고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선거 당일 세 군데 이상에서 대기 시간이 1시간 이상으로 측정되면 인력과 도구를 추가하거나 유권자가 2000명 이상인 투표소는 투표소를 두 곳 이상으로 쪼개도록 하는 안도 주 상원이 검토했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 이런 조치들을 취했다가는 오히려 유권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투표 방해 수단이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며 반대했지만, 공화당 다수인 상원은 이 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이 안이 하원으로 가서 투표소 문제 해소 부분이 빠진 안으로 바뀌자, 결국 표결은 성사되지 않았고, 2020년 회기는 6월에 그대로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민주당은 주 정부 뿐 아니라 실제로 투표소를 열고 닫는 결정을 내리는 지방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정의를 위한 애틀란타의 아시아계 미국인들(Asian Americans Advancing Justice-Atlanta)’라는 지역 단체 역시 투표소의 긴 줄은 예산과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주로 나타나며, 그런 지역은 주로 유색인종의 비율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애틀란타 교외의 일부 카운티들은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투표소를 추가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풀튼 카운티에서는 14개 투표소가 여전히 5000명 이상의 유권자를 받아야 하지만, 경선 기간의 60개에 비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입니다. 16000명이 몰렸던 한 투표소는 5곳으로 분산되었습니다. 그러나 대선을 몇 주 앞두고 투표소를 추가하고 변경하는 것에는 또 다른 위험이 따릅니다. 이런 조치가 특히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투표 참여율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조지아 주가 여전히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지아 주 선거 관리 당국은 높은 조기 투표율이 투표 당일의 혼란을 감소시켜 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산도 두 배로 늘려 추가 장비를 구입하고, 캠페인도 실시 중입니다. 현재 조지아 주는 체크인 컴퓨터 60대와 300대의 투표 기계를 갖춘 초 대형 투표소를 포함, 총 30곳의 조기 투표소를 운영 중입니다. 조기 투표 첫 날인 10월 12일 하루에만 총 12만 8000명이 투표해, 근래 없었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6월 경선 때 하루 종일 줄을 섰던 캐씨는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 사회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지만, 우리가 소리를 질러도 들어주지 않아요. 역사적으로 흑인 커뮤니티에는 늘 서비스와 재화가 부족했습니다. 투표소 문제는 그런 문제의 일부예요. 이렇게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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