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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말 보먼은 제2의 AOC가 될 수 있을까?

알렉시아 오카시아 코르테즈(AOC)는 현재 미국 116대 국회에서 가장주목받는 의원 가운데 한 명입니다. 2년 전 뉴욕 14번 지역구에서 민주당의 거물인 당시 10선의 조셉 크롤리 의원을 당내 경선에서 꺾고, 당당히 의회에 입성해 진보적인 의제를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죠.

양대 정당 구도에서 두 정당의 무게중심은 자연히 중도로 쏠릴 수밖에 없는데, AOC 의원은 그런 상황에서 뚜렷하고 선명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며 민주당 내 기득권 주류와 묘한 긴장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AOC의 바로 옆 지역구인 뉴욕 16번 지역구에서 또 한 번 파란을 꿈꾸는 신인 정치인이 있습니다. 올해 44살인 교육운동가 자말 보먼(Jamaal Bowman)은 16선에 빛나는 하원 외교위원장 엘리엇 엥겔(Eliot Engel)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보먼을 발굴하고 후원하는 단체도 2년 전 AOC가 의회에 입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정치위원회(PAC) 민주당의 정의를 위하여(Justice Democrats)입니다. 경선은 오는 23일(화) 치러집니다.

폴리티코의 홀리 오터바인(Holly Otterbein) 기자가 정리한 기사를 요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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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 좌파들은 2016년 버니 샌더스를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낼 뻔했다가 무산된 뒤 당내에서 입지를 더 다지는 데 역량을 모았습니다. 2020년, 샌더스가 다시 한번 조 바이든이라는 민주당 주류 후보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된 슈퍼 튜즈데이 이후 민주당의 정의를 위하여(Justice Democrats)는 샌더스와 워런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11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질 의회 선거에서 기존 주류 정치인을 꺾을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 지원하는 전략을 세우기 위한 자리였죠. 이들은 뉴욕 16번 지역구의 자말 보먼이라는 후보를 골랐습니다. 보먼의 상대는 30년 넘게 뉴욕에서 의원 생활을 한 민주당 중진 엘리엇 엥겔 의원이죠.

현역 의원이 경선 단계에서 다른 지역구의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오카시아 코르테즈(AOC) 하원의원 모두 보먼을 지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각기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민주당의 정의를 위하여와 노동자가족당(Working Families Party)은 보먼 후보를 지지하는 데는 뜻을 같이했습니다. 샌더스와 워런의 보좌관 출신 인사들이 보먼 후보 캠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보먼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자 전통적인 민주당의 주류 기득권들도 일제히 엥겔 의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필두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짐 클라이번 하원 원내총무가 엥겔 의원을 지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열정적인 샌더스 지지자들 가운데는 4년 전에 힐러리 클린턴에게 아깝게 또는 억울하게 패해 결과적으로 트럼프라는 인물에게 정권을 내준 데 대한 아쉬움과 한을 이번 16번 지역구 하원의원 경선을 통해 풀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올해 44살인 보먼 후보는 오랫동안 교육 운동을 해왔으며, 현재 중학교 교장 선생님입니다. 올해 73살인 엥겔 의원은 하원 외교위원장입니다. 2년 전에 오카시아 코르테즈가 일으켰던 파란을 재현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전국 곳곳에 있지만, 보먼을 제외하면 전망이 밝다고 할 만한 후보는 딱히 눈에 띄지 않는 상황입니다.

조지 플로이드 씨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을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은 흑인과 라티노 지역사회에 훨씬 더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해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보먼 지지자들은 엥겔 의원과 같은 인물이 낡은 정치의 상징이라고 비판합니다. 경찰 조직에 배정된 예산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defund police” 정책을 지지하는 보먼 후보는 엥겔 의원이 흑인들의 수감률을 크게 높인 1994년 범죄 법안에 찬성한 이력을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엥겔 의원은 경찰 조직에 배정된 예산의 일부를 조정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예산을 대폭 줄이는 데는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의 정의를 위하여’의 왈리드 샤히드 대외협력팀장은 “지금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의 바람을 가장 잘 받아 안은 후보가 자말 보먼”이라고 말했습니다. 흑인 남성인 보먼 후보는 자신도 경찰의 폭력에 시달린 경험이 여러 번 있으며, 조지 플로이드 씨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시민을 지켜주고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권력이 자행한 끔찍한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일을 지켜보면 한 사람을 지탱하는 가치와 믿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차마 그 끔찍한 장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엥겔 의원이 지역구를 찾았을 때 거리에서 진행되던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시위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경선이 없었다면, 별 신경 안 썼을 것”이라고 내뱉은 말이 녹음돼 공개되면서 보먼 후보의 지지율은 또 한 차례 크게 올랐습니다. 엥겔 의원은 이에 대해 앞뒤 맥락을 잘라낸 ‘악마의 편집’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엥겔 의원은 자신이 경찰의 과도한 진압을 억제하는 법안에 찬성했고, 민권운동의 아이콘 중 한 명인 존 루이스, 뉴욕 출신의 흑인 의원인 하킴 제프리스를 비롯해 의회 내 흑인 의원 소모임인 블랙 코커스(Black Caucus) 산하 정치위원회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중앙의 지원금을 비롯한 예산을 지역구로 잘 가져오는 데는 신예보다 잔뼈가 굵은 경험 있는 의원의 네트워크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엥겔 의원이 하원 외교위원장인 만큼 관련 주제도 첨예한 쟁점입니다. 보먼 후보는 엥겔 의원이 이라크 침공에 찬성했다는 점을 비판하며, “대기업과 부자들, 그 가운데 특히 전쟁 무기를 만드는 군산복합기업에서 정치후원금을 받는 전형적인 기득권 정치인”이라고 맹공을 퍼붓습니다.

철저히 친(親) 이스라엘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의회 안에서도 대표적인 친 이스라엘파 의원으로 분류되는 엥겔 의원인 만큼 수퍼팩(Super PAC)인 이스라엘을 위한 민주당 집권 구상(The Democratic Majority for Israel)도 엥겔 의원을 지지하는 TV 광고를 집중적으로 틀었습니다. 반대로 보먼 후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탄압하는 이스라엘 정부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선거전에 치러져야 할 경선이 차질이 불가피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기대할 만한 후보는 자말 보먼뿐이라고 ‘민주당의 정의를 위하여’의 샤히드 대외협력팀장은 말했습니다.

“버니나 워런을 지지했다가 좌절한 전국의 진보적인 유권자들에게 올해 우리가 승리라고 부를 만한 제대로 된 승리를 거둘 마지막 기회는 23일 뉴욕 16번 지역구 경선이라는 사실을 꼭 알리고 싶습니다. 2년 전 AOC가 일으킨 파란에 버금가는 사건이 될 겁니다.”

ingpp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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