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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세계 각지에서 휴교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학생의 4분의 3이 등교를 못 하고 있죠. 이 정도의 휴교 사태는 전례가 없고, 빨리 마무리되지 않으면 그 여파는 치명적일 것입니다.

전염병이 돌 때 아이들을 집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현명한 조치입니다. 계절성 독감의 경우, 아이들은 효율적인 바이러스 매개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아이들은 어째서인지 성인에 비해 덜 영향을 받는 듯합니다. 물론 학교를 닫는 것이 질병의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아이들의 발달이나 부모의 생활, 그리고 경제 전반에 가져올 악영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덴마크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교문을 다시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 같은 나라에서는 가을까지 휴교령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죠.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개교를 촉구했지만, 대부분 주에서 최소한 이번 학기까지는 학교를 열지 않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건 실책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학교는 가장 먼저 문을 열어야 할 공간입니다.

학교를 닫는 것의 비용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그 어떤 헬리콥터형 양육이나 온라인 강의도 진짜 선생님, 학교 운동장에서 배우고 기르는 사회성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한국과 같이 온라인 수업 여건이 가장 잘 갖추어진 곳에서조차 가상 학교는 오프라인 학교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가난한 학생들일수록 더 영향을 받습니다. 줌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집에 와이파이가 없다면, 기기가 한 대뿐인데 형제가 셋이라면 곤란하죠. 부유한 집일수록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가 숙제하도록 독려하고 어려운 부분을 도와줄 수 있겠지만, 가난한 집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학교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공간입니다. 학교가 없다면 부유층과 노동자 계층 학생들 간 성취도는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 한 추정치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동제한 조치로 학교에 못 가고 있는 8세 아동은 나가지 못하는 진도에 잊어먹는 내용까지, 1년 치 수학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학교는 부모에게도 중요합니다. 어린 자녀의 큰 울음소리나 소파에 잼이 쏟아지는 순간의 기이한 고요함은 재택근무의 효율을 떨어뜨립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부모의 경우,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으면 일을 아예 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아이를 돌보는 역할은 대부분 어머니가 맡기 때문에 여성들은 이동제한이 끝난 후 직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것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비용이 더 큽니다. 학교가 제공하는 무상 급식이 영양 부족 문제를 해결해주고, 다른 질병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백신의 허브 역시 학교입니다. 이번 휴교로 인해 집으로 간 아이들은 어쩌면 다시는 학교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가족이 더 가난해지면, 아이들 역시 학교 대신 일터로 향해야 할지 모릅니다. 학교를 열어 부모가 돈을 벌고 아이들은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당연히 반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치명적일 수 있는 질병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함께 사는 조부모에게 병을 옮기기를 원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독감에 비해 코로나19에 취약하지 않습니다. 감염자와의 접촉을 조사한 중국발 연구 두 건에 따르면 아이들의 감염 가능성은 최악의 가정 하에도 어른과 비슷한 수준이고, 오히려 낮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감염되더라도 사망 가능성은 60세 이상보다 2000분의 1 수준입니다.

아이들이 소리 없이 병을 가족들에게 옮길 거라는 증거도 없습니다. 아일랜드와 네덜란드의 연구진은 아직 어린이가 가정 내에 코로나19를 퍼뜨린 사례를 단 한 건도 찾지 못했습니다. EU 질병관리본부 역시 아이에서 성인으로의 감염이 “흔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주 발표했습니다.

이런 결론들이 아직은 표본 수가 작은 연구인 점은 사실입니다. 어쩌면 학교들이 일찌감치 문을 닫았기 때문에 아동 감염 사례 자체가 적은 것일 수도 있죠. 학교가 문을 열면 운동장에서 병이 퍼져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는 단계적으로 문을 열어야 합니다. 어린이집에서부터 초등학교에 이르는, 가장 어린아이들부터 등교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들의 뇌가 가장 목말라 있고, 질병 관련 위험도 낮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또한 부모의 보육 부담이 가장 큰 연령대이자 혼자서는 학습하기 어려운 단계에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서로 거리두기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2부제로 하루씩 번갈아 가며 등교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다음은 시험을 앞둔 학생들입니다. 중요한 시험을 미루거나 취소한 국가들도 있습니다. 이런 조치에 영향을 받을 쪽은 나이 많은 학생들이지만, 이들은 또한 어린이들에 비해 새로운 조치에 더 잘 적응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학급당 인원수를 낮추는 정도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합니다.

개교 후에는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 규정을 조정해야 합니다. 재택 수강이 필요한 학생도 학교에서 직접 챙기고, 교사들 역시 지병이 있는 경우에는 집에서 수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나머지는 철저한 개인위생과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해야 합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각국 정부는 안 그래도 이래라저래라 말라는 목소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반발하는 조치를 앞장서서 추진하고 싶은 정치인도 없을 것입니다. 프랑스는 학교를 열면서, 출석은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접근법의 문제는 역시 교육 불평등의 심화입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부유층의 48%는 자녀를 등교시키겠다고 했지만, 빈곤층의 경우 17%만 학교에 보내겠다고 답했습니다. 영국은 이동제한 조치 하에서도 50만여 명의 학생이 등교할 수 있었지만, 정작 등교한 학생은 5%에 불과했습니다.

더욱 세심한 출석 규정이 필요합니다. 교육은 모두에게 의무라고 강조하되, 특별히 감염을 우려해야 할 상황에 있는 가정에 벌금을 부과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학교가 문을 열고 안전하다는 점이 드러나면 부모들은 알아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무료 여름 학기를 열어 학생들이 진도를 따라잡고, 필요에 따라 방학을 줄이거나 하루 수업 시수를 늘여야 할 것입니다.

학교 문을 여는 것은 아이들의 목숨을 가지고 무모한 실험을 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위험과 효용의 균형을 찾는 과정입니다. 학교는 여전히 모든 사회에서 사회적 계층 이동의 가장 큰 발판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