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생으로 4년 전 모국을 떠나 시리아 IS에 가담했던 19세 소녀 샤미마 비검은 영국 시민권을 박탈당했습니다. 지난 달 더타임스 지 기자가 난민촌에서 비검을 발견했을 때, 그녀는 영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영국 정부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결정에는 논란이 따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영국 정부가 비검을 무국적자로 만든 것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정부는 어떤 경우에 자국 국민의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을까요?
비검이 시민권을 박탈당한 첫 번째 인물은 아닙니다. 미국 정부는 1907년 국적이탈법(Expatriation Act)을 통해 외국인 남성과 결혼한 여성의 시민권을 박탈했고, 20세기 내내 나치 독일의 부역자와 간첩 혐의자 등 “비미국적 미국인”들의 시민권을 박탈해왔습니다. 2차대전 당시 프랑스 비시 정부는 유대인을 중심으로 15000여 프랑스인의 시민권을 박탈했죠. 1967년 미국 대법원은 시민권을 부정한 수단(과거 범죄 사실 은닉 등)으로 획득한 경우에만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최근에는 테러와의 전쟁 속에서 여러 국가들이 자국 지하드주의자들의 입국을 막기 위해 시민권 박탈이라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죠. “반역자”의 시민권을 박탈할 제도를 갖추고 있는 나라들도 많습니다. 덴마크와 호주가 이를 근거로 IS 전사들의 시민권을 박탈한 바 있습니다.
시민권 박탈은 큰 논쟁거리입니다. 1948년 유엔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은 국적을 갖는 것을 인권으로 규정하고, 국가가 임의로 개인의 국적을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습니다. 1961년의 유엔 조약은 한 발 더 나가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에 의거해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과, 시민권을 박탈당한 개인이 무국적자가 되는 경우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조약 서명 당시 자국법에 의해 무국적자를 만들 권리를 규정한 국가는 예외로 두었습니다. 영국도 이에 해당하지만 1973년 이후로는 그와 같은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죠. 미국을 비롯해, 해당 조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들도 있습니다. 쿠웨이트와 바레인 역시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고, 반체제 인사들의 시민권을 박탈한 바 있습니다.
무국적자를 만들지 않으려고 하다보면 다른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최근 입법에 따라, 영국에서 태어난 영국 시민은 다른 국적이 있는 경우에만 영국 국적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법으로 이중국적을 가진 영국인의 국적이 덜 보호받게 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국적 박탈 전담반”을 만들어 많은 이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시민권 신청서에 거짓 정보를 기입한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추적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시민권 신청서 양식이라는 것이 워낙 까다로운데다가 시민권 박탈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유용한 도구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하드주의자들을 국내에서 관리하거나 가둬두지 못하고 해외를 떠돌게 해, 세계 안보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죠. 또한 국적박탈자를 다른 국가에 떠넘기는 과정에서 외교 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2006년부터 2016년 사이 “공공선”을 근거로 50명의 영국 국적을 박탈했습니다. 2017년 한 해에만 영국 국적을 박탈당한 사람이 104명에 달합니다. 샤미마 비검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얘깁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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