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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8년 유리천장지수, 한국의 위치는?

100년 전 뉴욕시에서 의류 공장의 여성 노동자 15000명이 파업에 나섰을 때 이들의 목표는 임금 인상과 근무 시간 단축, 그리고 근로 환경의 개선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성들의 목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파업을 기념해 매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기념하고 있는 오늘날, 근로 환경은 1908년에 비해 훨씬 나아졌지만 풀타임 근무 여성 기준 중위 임금 격차는 여전히 14%에 달합니다. 여성들이 일터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을 측정하는 이코미스트의 유리천장지수는 최근 여성들의 직장 내 지위 향상이 정체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일터에서의 동등한 대우란 급여, 승진은 물론 업계 진입 가능성 자체 등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코노미스트의 지수는 교육 수준, 급여, 고위직 진출 등 10개 지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선진국 클럽인 OECD 내에서 성별 간 임금 격차는 2018년에도 여전히 14% 선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여성 임원의 비율은 23%로 살짝 증가했지만, 관리직 전체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여성의 비율 역시 조금 증가해 64%가 되었지만, 80%인 남성과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였죠.

데이터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유리천장 분야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보여준 나라들의 목록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여성들의 대학 학위 취득(약 절반)과 취직(75%) 부문에서 높은 수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고위직 진출도 활발한 편입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는 고위 직급의 여성 비율이 40% 가량에 달했습니다. 여성 쿼터제는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의 비율을 높이는데 기여했습니다. 북유럽은 상대적으로 훌륭한 육아휴직제도를 갖추고 있고 업무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OECD국가 중 일하는 여성들에게 가장 힘든 곳은 주로 아시아 지역에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유리천장지수에서 꼴찌를 차지한 한국에서 성별 간 임금 격차는 무려 35%에 달합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59%에 불과해, 남성의 79%에 비해 훨씬 낮죠.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정부 고위직의 10%, 공기업 임원의 20%, 정부위원회의 4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갈 길이 멉니다. 한국 상장기업 기준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고작 2%에 불과하고, 109개 회사 중 여성이 대표로 있는 곳은 단 한 곳입니다. 관리직급의 여성 비율은 10%죠. 남성을 위한 육아휴직제도가 후한 편이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입니다.

끝에서 두 번째를 차지한 일본의 상황은 아주 조금 낫습니다. 아베 신조 정부는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의 노동 시장 진출을 독려한 바 있습니다. 그 수치만 두고 본다면 나름의 성과가 있었죠. 2015년 이후 일하는 여성의 수가 200만이나 증가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대부분이 파트타임, 저임금 자리입니다. 성별 간 임금 격차도 25%에 달합니다. “우머노믹스”를 추구한다면서도 지난 10월 새 내각에 임명된 여성 장관은 단 한 명에 불과했죠. (아베 총리는 신임 장관이 ‘여성 두 세명의 존재감을 가졌다’고 변명한 바 있습니다.)

일터에서의 성평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회적, 문화적 규범으로 보입니다. 아시아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가정과 커리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것을 기대받습니다. 나아가 가정에서의 노동 분업은 암울할 정도로 불균형합니다. 일본과 한국에서 여성들은 가사일과 장보기 등 무급 노동에 남성보다 5배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커리어를 선택한 여성들 역시 대기업 취직이 훨씬 어렵습니다. 승진에서도 남성이 선호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죠.

하지만 서구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살펴보면 희망적인 구석도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스페인 총리가 1975년 민주국가로 복귀한 이래 최초로 여성이 과반을 넘는 내각을 구성했습니다. 작년 11월 미국 중간 선거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여성들이 의회로 진출했죠. 리더십이 위협받고 있기는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과 테레사 메이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죠. 정치 권력의 자리에 여성이 있으면 일터에서의 성평등을 가져올 정책이 개선될 가능성도 높아질 겁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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