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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논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어디까지 맞나?

*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미군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다른 나라의 안보를 책임지는 상황은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이를 고치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이런 주장은 계속했고, 특히 한국처럼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나라에 미국이 사실상 공짜로 안보를 제공해주는 건 부당하다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하고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해 왔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살바도르 리조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정리해보고 그가 근거로 든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따져봤습니다.


한국을 한 번 봅시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도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한국을 지켜주고 있죠. 매년 수십억 달러씩 들어요. 폼페이오 장관, 존 볼턴 보좌관이 협상을 벌였고, 한국 정부는 5억 달러를 추가로 부담하겠다고 했어요. 전화 몇 통에 5억 달러를 아끼게 된 겁니다. 그러고 나서 국무부, 국방부 참모들에게 물어봤어요. 이렇게 돈을 아낄 수 있는 걸 왜 진즉 하지 않았느냐고. 그랬더니 하는 말이 아무도 문제 삼은 적이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을 지켜주는 데 미국이 부담하는 군비가 무려 50억 달러입니다. 1년에 50억 달러요. 한국은 지금 5억 달러 정도 내고 있죠. 5억 달러 내고 50억 달러 넘는 안보를 제공받으니 한국으로선 남아도 너무 남는 장사 아닙니까? 이래선 안 된다,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더니 한국 정부가 5억 달러를 더 부담하기로 한 거예요. – 트럼프 대통령 (2월 12일 국무회의 중)

 

한국 방위비 분담금 이야기 다들 아시죠? 1년에 5억 달러밖에 안 내고 있던 한국에 동맹국이라도 더 부담해야 한다고 내가 주장하고 요구했더니, 이제 한 9억 달러 내기로 했어요. 전화 두 통으로 단칼에 해결해버렸죠! – 트럼프 대통령 (2월 11일 엘파소 유세 중)

 

미군을 한국에 계속 주둔하는 거 정말 돈 많이 드는 일이에요. 다들 잘 아시잖아요.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이 무려 4만 명입니다. 정말 비싸죠. – 트럼프 대통령 (2월 3일 CBS 뉴스 인터뷰)

 

미국이 한국에 대규모 군대를 주둔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매년 주둔 비용으로 적잖은 돈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뻥튀기를 해도 너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대로 자릿수를 바꿔버린 숫자들을 바로잡아 보도록 하겠다.

***

미국과 한국은 한국전쟁 휴전협정이 조인된 이후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다. 이후 미군은 70년 가까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데, 미국이 한국과 미군 주둔 비용을 나누어 내기 시작한 건 1991년부터의 일이다. 먼저 2018년 주한미군 보고서는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미군은 5,100만 대한민국 국민과 한국에 거주하며 일하는 미국인 20만 명을 북한의 실질적인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 육해공군과 해병대원들은 지난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한국에 주둔해왔고, 굳건한 동맹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지정학적인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이어진 곳 가운데 하나로, 미국의 국제 정책과 동아시아 정책에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큰 곳이다. 미국과 동맹국을 향한 북한의 위협이 여전히 계속되는 지금, 한미동맹을 굳건히 지켜가는 것은 미군 태평양 연합사령부의 임무를 완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최우선 과제다.

지난 2013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발행한 보고서를 보면 1953년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지키고, 북한 정권의 계속되는 예기치 못한 도발에 대응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데 근간이 되는 조약”이라고 쓰여있다.

국무부, 주한미군, 상원 군사위원회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부의 문서와 발표들은 하나같이 주한미군으로 발생하는 혜택을 미국과 한국이 동시에 누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 선심을 써서 그 많은 돈을 들여 남 좋은 일 해주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은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대국과 안보 동맹을 맺어 국방을 튼튼히 할 수 있으니 이득이고, 미국으로서도 전략적 요충지인 동아시아, 그중에서도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함으로써 지역 정세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크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주둔 비용만 콕 집어 허투루 돈이 새어나가고 있는 것처럼 상황을 몰고 갔다. 심지어 대통령이 예로 든 숫자 가운데 몇몇은 사실이 아니었다.

 

  • “한국은 지금 5억 달러 정도 내고 있죠. 5억 달러 내고 50억 달러 넘는 안보를 제공받으니…”

거짓말이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8억 3천만 달러를 냈다. (미국 국무부 보고서, 환율에 따라 8억 3천만 ~ 8억 6천만 달러 수준 / 한국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9,602억 원)

한국은 미군 주둔 비용의 약 40%를 부담했다고 나와 있다. 이를 역산해보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 한 해 50억 달러라는 건 근거 없는 주장이다. 약 12억 5천만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이 한국보다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기 시작한 건 지난 2010년부터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자료: 미 상원 군사위원회 / 워싱턴포스트)

 

  • “5억 달러밖에 안 내고 있던 한국에 동맹국이라도 더 부담해야 한다고 내가 주장하고 요구했더니, 이제 한 9억 달러 내기로 했어요. 전화 두 통으로 단칼에 해결해버렸죠!”

이것도 거짓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듯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방위비를 지금보다 50% 정도 더 부담하라고 요구했고, 협상 결과 한국 정부는 8.2% 정도 방위비를 더 부담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로 5년 계약이던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만료돼 새로 분담금 비중을 정해야 했는데, 지난달 10일 1년짜리 단기 계약에서 한국이 부담하기로 한 액수는 9억 2,500만 달러(1조 369억 원) 수준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몇 통으로 방위비 분담금 액수와 비중을 조정해버렸다는 말은 협상 절차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거나 의도적인 거짓말이다. 실제로 방위비 분담금은 1년 가까이 한미 당국자들이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정해졌다.

한국 외교부가 지난달 10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를 발표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미측은 우리의 동맹기여도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우리의 위상과 경제력에 상응하는 대폭 증액을 요구하였으나, 정부는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위 기여도 ▴우리의 재정 부담 능력 ▴한반도 안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2019년도 국방예산 증가율(8.2%)을 반영한 수준에서 합의하였음.”

또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주한미군이 안정적으로 주둔하는 것의 필요성에 양국이 공감하고 있으며, 방위비 분담금은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하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 관해 우려를 표시하고 상황을 바꿔보려 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3년 상원 군사위원회의 보고서도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꾸준히 늘렸지만, 한국의 지원금 인상률은 미국의 인상률에 훨씬 못 미친다.”라며, 미국이 부담하는 비용이 늘어나는 데 우려를 표시했다. 또 방위비 지출 내역에 관해서도 몇몇 부문은 기대한 효과를 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상원 군사위원회의 칼 레빈(민주당, 미시간)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미국이 내는 돈은 5억 달러 넘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한국 측이 부담하는 돈은 같은 기간 4,200만 달러 늘어났을 뿐입니다.”

대신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의 90%를 부담하고 있다. 해외 주둔 미군 기지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새로운 주한미군 기지를 조성하고 기존 미군 시설을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은 총 108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의 국방비는 지난 2017년 390억 달러를 기록해 인상률만 놓고 보면 지난 10년간 미국의 인상률보다도 높았다.

 

  •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이 무려 4만 명입니다.”

국방부 대변인이 주한미군 병력이 28,500명이라고 정정해줬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방부 자료에 나오는 숫자도 28,500에 가깝다. 전년도인 2017년에는 28,000명 규모로 알려졌는데, 큰 변동이 없다. 2017년 국방부 보도자료는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2만8천 명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렬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쨌든 자신이 북한 비핵화의 적임자라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협상에 공을 들여왔다. 그런 그가 주한미군과 한반도 방위 비용에 관해 근거 없는 숫자를 머릿속에서 나오는 대로 막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 1년에 50억 달러라거나 (실제로는 12억 5천만 달러), 한국이 전화 몇 통에 방위비를 5억 달러 더 내기로 했다(실제로는 1억 달러 미만, 정확히는 767억 원)는 주장은 어쩌면 자세한 숫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일지 모르겠지만, 엄연한 거짓말이다.

(워싱턴포스트, Salvador Riz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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