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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편견을 “질병”으로 볼 수 있을까?

10여년 전, 저는 한 정신의학 저널에 “편협함이 정신 질환인가?”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당시 일부 정신의학자들은 일상 생활을 방해하고 망상에 가까운 수준에 달하는 극단적인 편견을 “병적인 편협함(pathological bigotry)”이라는 명칭의 질병으로 공식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러 의학적, 과학적 이유를 들어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일부 편협한 사람들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고, 일부 정신 질환자들이 편협함을 드러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편협함 그 자체를 질병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당시 제 주장이었죠.

하지만 지난 몇 주 간 증오와 편견으로 얼룩진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자 저는 이 문제를 재고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편협함”이 의학적인 질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편협함을 공중 보건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즉 질병 확산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들을 병적인 편협함이라는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질병에 대한 인식 제고 캠페인을 벌이듯 스스로의 편협함을 인식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편협함이 가져올 수 있는 건강상의 문제를 널리 알리자는 것이죠.

최근 의료 전문가 케빈 색(Kevin Sack)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10월 27일 피츠버그 유대교 예배당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를 “악성 반유대주의자(virulent anti-Semite)”라고 지칭했습니다. “악성”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비유적인 표현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더 복잡합니다. 생물학에서 “병독성(virulence)”이란 유기체에 의해 발생하는 병리나 손상의 정도를 의미합니다. 병의 전파성을 의미하는 “전염성(contagious)”과는 다른 개념이죠. 그러나 편협함이 중요한 지점에서 병독성과 전염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즉 사람에게 해를 입히고 사람 간 전파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편협함을 공중 보건의 문제로 다룰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편협함이 편견의 대상이 되는 이들에게 상당한 해가 된다는 점은 정신 건강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습니다. 놀라운 것은 편협함을 갖고 있는 이들도 건강 상의 위험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심리학자 조던 B. 레이트너 박사는 백인들의 노골적인 인종적 편견과 순환계통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했습니다. 노골적인 편견이란 공공연하게 표출되곤 하는 의식적인 편견을 의미합니다. 무의식적고 간접적으로 표출되는 편견과 대비되는 개념이죠. 레이트너 박사의 자료는 인종적으로 적대적인 커뮤니티에서 생활하는 것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율을 높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편견을 갖고 있는 백인과 편견의 대상인 흑인 모두에게 해당되는 현상이었습니다.

레이트너 박사와 UC버클리 연구팀은 이처럼 백인들의 노골적인 편견이 높은 지역에서 흑인, 백인 모두의 사망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물론 연관 관계는 흑인들 사이에서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상심리학자인 비키 M. 메이즈와 UCLA 연구팀은 인종차별의 경험이 고혈압, 심장병, 나아가 높아지는 사망율과 같은 일련의 생리학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차별과 편견의 부작용이 흑인과 백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닐 겁니다. UCLA 길버트 지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차별을 겪는 아시아계 미국인들 역시 건강 악화, 특히 정신 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편협함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높아지는 가운데, 혐오에서 비롯된 행동과 그 악영향이 전염될 수 있다는 인식 역시 생겨나고 있습니다. 공중 보건 전문가 이젤딘 아부엘라이시 박사와 가정의학과 닐 아르야 박사는 “공중 보건 이슈로서의 혐오”라는 글에서 “혐오는 폭력과 공포, 무지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전염병으로 개념화될 수 있다. 혐오에는 전염성이 있어서, 벽과 경계를 넘나든다”고 적었습니다.

디지털 혐오 문화를 연구한 애덤 G. 클라인 커뮤니케이션학 교수 역시 “온라인에서 혐오가 퍼져나가는 속도는 숨이 막힐 정도”라고 평한 바 있습니다.

클라인 교수는 매체 “데일리 스토머(Daily Stormer)”에 반유대주의적 글이 실린 후, 백인 우월주의자 데이비드 듀크가 자신의 팟캐스르를 통해 다양한 반유대주의적 음모론을 어마어마하게 확산시킨 예를 들었습니다.

클라인 교수의 연구와 같은 맥락에서 “반명예훼손 연맹(Anti-Defamation League)”는 최근 “새로운 혐오와 과거의 혐오: 미국 백인 우월주의의 변화”라는 리포트를 실었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습니다.

“대안우파가 오프라인으로 나오고 있지만, 인터넷은 여전히 대안우파 프로파간다의 주요 무대다. 그러나 대안우파의 인터넷 프로파간다는 트위터와 웹사이트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2018년에는 대안우파의 메시지를 세계로 퍼트리는 데 팟캐스트가 큰 역할을 했다.”

혐오의 확산을 추적하는 것은 분명 식중독이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확산을 추적하는 것과는 다를 것입니다. 혐오나 편견의 존재를 밝혀낼 수 있는 실험실 테스트는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의학자로서 저는 “혐오의 전염성” 이론이 상당히 설득력있다고 봅니다. 비슷한 현상으로 “모방 자살”이 있죠. 유명한 인물이 자살을 하면 취약한 집단에서 자살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입니다.

이렇게 혐오와 편협함이 해롭고 전염성까지 있다면 공중 보건식의 접근법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아부엘라이시 박사와 아르야 박사는 “기초적인 예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공중 보건식 캠페인을 통해 혐오가 가져오는 건강 상의 악영향에 대해 널리 알리고, 자신의 편협함을 자가 인식, 진단할 수 있도록 하고, 갈등 해결 방식을 알리며, 도발적인 혐오 발언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상호 존중과 인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것 등이 “기초적인 예방법”에 해당합니다.

원칙적으로 이 같은 교육적 노력은 초중등 교육 과정에부터 도입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명예훼손연맹”은 이미 초중등 학생들 대상 혐오와 괴롭힘, 편견에 대응하는 온,오프라인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다음과 같은 시행 계획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 모든 주가 포괄적인 혐오범죄 관련법을 제정할 것
  • 혐오범죄에 대한 연방정부의 대응을 개선할 것
  • 대학 당국, 교직원 대상 연수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 극단주의적 혐오에 대한 이해와 대응을 도울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의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

편협함이 의학적인 차원에서 에이즈, 심장병, 홍역과 같은 “질병”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알콜 중독이나 마약 오남용의 경우와 같이, 편협함에 대한 대응법은 질병 대응책을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협함을 질병 취급하자는 제안은 비유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편협함을 비롯한 각종 혐오는 실제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소셜미디어와 팟캐스트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빠르게 전염되기 때문입니다.

공중 보건적 접근법은 금연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효과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금연 캠페인은 흡연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죠. 이 같은 공중 보건식 캠페인이 혐오를 완전히 뿌리뽑을 수는 없겠지만 혐오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는 있을지도 모릅니다.

(The Conversation, Ronald W. P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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