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리카 대륙에 발을 들인 적이 없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좋은 말을 한 적도 없죠. 나이지리아인들을 “오두막”에 사는 사람들로, 아프리카 대륙을 “거지 소굴”이라고 표현해 구설수에 오른 적은 있죠. 하지만 25개국을 대상으로 한 퓨리서치 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지역이 바로 아프리카입니다. 나이지리아인의 59%, 케냐인의 59%가 트럼프는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고 답했습니다. 남아공에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39%에 그쳤지만, 여전히 전세계 중간값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치였죠.
물론 케냐인 아버지를 두었던 전직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오바마에 대한 선호도는 전세계에서 고르게 나타났습니다. 일례로 독일인들은 오바마를 좋아했지만, 트럼프에 대한 신뢰도는 10%에 그쳤습니다. “남비아”가 나라 이름인 줄 아는 미국 대통령을 아프리카인들은 왜 좋아하는 것일까요?
또다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케냐인의 38%가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몰랐다고 하니, 어쩌면 무지가 한몫 하는지도 모릅니다. 모르는 사람을 싫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퓨리서치 센터의 리처드 와이크는 아프리카인들이 미국을 좋아하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을 좋아한다고 답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나이지리아인, 케냐인, 남아공인이 미국을 좋아할 가능성은 독일인의 2배입니다. 미국 문화도 큰 트렌드입니다. “블랙팬더” 같은 미국 영화가 아프리카에서 크게 히트했고, 힙합 음악이나 미국 패스트푸드 전문점도 인기죠.
하지만 트럼프의 인기 이유는 그 이상일지 모릅니다. 2015년 남아공의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는 “아프리카인으로서 트럼프에게는 어쩐지 정겨운, 낮익은 구석이 있다”고 말한 바 있죠. 트럼프가 자신의 부와 권력, 지성을
과시하는 모습은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을 연상시킨다면서요. 트럼프의 스타일이 과장되고 허세 넘치는 지도자들이 많았던 아프리카인들에게 익숙하다는 지적은 여러군데서 나왔습니다. 모가디슈 출신의 한 군수업자는 소말리아 부모들이 권력자의 이름을 아들에게 붙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트럼프가 무슬림이기만 했어도 도널드라는 이름의 아기들이 많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케냐 마이 마히우의 한 펍에서는 낮술꾼들이 모여 앉아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칭송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케냐인들은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보다는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를 선호한다는 것이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죠.
트럼프 역시 최근에는 조금 더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멜라니아 여사의 아프리카 방문을 앞두고 “아프리카는 정말 아름답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하지만 마이 마히우의 낮술꾼들은 다른 서구 지도자들의 진정성없는 입발린 칭찬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화법을 선호하는 모양입니다. 미국 프로레슬링 쇼를 틀어주는 술집 TV 앞에서 한 트럭 운전수는 “트럼프는 남들이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로 하는 것 뿐”이라며, “최소한 그는 정직하지 않은가”하고 반문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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