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주자에게 원하는 자질을 여럿 갖추고 있습니다. 상냥한 이미지에 확장성도 갖추고 있으며,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 공화당에 빼앗긴 표를 다시 가져올 잠재력도 지니고 있죠. 대선 투표가 가장 먼저 열리는 아이오와주에서 최근 여론 조사를 했더니,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 주자들 가운데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6선 의원에 부통령 경력까지 갖췄으니 젊은 주자들은 넘볼 수 없는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죠.
그런 그에게도 약점이 있습니다. 고령이라는 점(바이든은 2021년에 78세가 됩니다)을 차치하더라도, 1991년 상원 법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당시 대법관 후보였던 클레런스 토머스가 전 직장 동료 아니타 힐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조사했던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브렛 캐버노 성추행 폭로 이후, 당시 법사위가 아니타 힐을 대했던 방식이 부정적인 의미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27년이 지난 후 다시 보는 아니타 힐 청문회는 불편한 장면의 연속입니다. 상원의원들의 질의는 적대적이고 추궁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런 역사를 의식한 듯 공화당은 캐버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크리스틴 블래지 포드의 상대로 여성 검사를 선택하기도 했죠. 조 바이든은 아니타 힐이 청문회에서 겪어야 했던 일에 대해 후회한다는 의사를 여러 번 밝혔습니다. 블래지 포드의 청문회 직후 인터뷰에서 재차 “당시 아니타 힐이 내 동료들에 의해 인신공격을 당했고, 그런 질문과 질문 방식을 막기 위해 내가 더 노력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발언 역시 자신의 직접적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입니다. 당시 조 바이든의 역할은 단순히 청문회를 감독하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클레런스 토머스에게 아니타 힐 청문회 앞뒤에 모두 발언할 기회를 달라는 공화당 측 요청을 수락해 그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었고, 아니타 힐의 증언을 뒷받침할 수 있다던 증인은 청문회에 세우지 않았죠. “당신이 당했다고 말한 일 중에 가장 당황스러운 일은 무엇인가요?”와 같이, 불편한 질문을 직접 던지기도 했습니다.
조 바이든은 여권의 수호자 같은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입니다. 1994년 여성 대상 폭력 범죄에 관한 법 개정을 주도했고, 2014년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학내 성폭행 방지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이력도 아니타 힐이 겪은 고난에서 그가 수행한 역할을 변호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아니타 힐 사건 직후 1992년은 이 사건에 자극받은 많은 여성이 선출직에 도전한 해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더 큰 “여성의 물결”이 정계로 밀려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관과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숫자의 여성들이 11월 중간 선거에 도전장을 내고 있죠.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미국 정계, 특히 민주당의 모습을 결정할 중대한 움직임입니다.
조 바이든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요? 그가 아니타 힐 청문회에서 다른 상원의원들이 보인 언행에 유감을 표한 적은 있지만, 아니타 힐 본인에게 직접 사과한 적은 없죠. 아니타 힐은 엘르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집에 올 사람이 없는데 초인종이 울리면, 어라, 조 바이든이 사과하러 온 건가? 라고 말하는 것이 가족들 간의 농담이 되었습니다.”
물론 바이든의 사과를 받는 것이 자신의 우선순위는 아니라는 점도 함께 밝혔지만요. 그러나 조 바이든이 2020년 대선에 출마하고자 한다면, 아니 그 대선에서 누군가를 지지할 거라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에게는 우선순위가 될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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