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뉴스페퍼민트에 올 여름 인턴으로 합류해주신 연수현 님이 선정, 번역한 기사입니다.
기후 과학자들은 연일 종말론에 가까운 위기론과 경고를 쏟아내지만 대부분 미국인은 여전히 기후 변화가 “전 인류가 직면한 가장 긴급한 위협”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예일대학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미국인은 20%에 불과했습니다. 퓨리서치 조사에서는 기후 변화 원인에 관해 과학자들이 말하는 정보를 믿는다고 답한 미국인은 절반도 안 되는 39%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바닷가 지역의 부동산 시세의 변화를 보면 지난 수천 년간 인류가 그랬듯,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이성적인 현실주의자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바닷물이 자꾸 뭍으로 넘어오는 해안침수가 잦아지자 바닷가에 집이나 땅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점점 더 지대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하버드대학 교수 3명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단독주택 가격 인상률은 지대의 고도와 관계가 있다.”라는 가설을 실험해 그 결과를 <환경 연구>에 실었습니다. 이들은 1971~2017년 총 107,984개의 부동산 가격 정보를 활용해 고도가 높아질수록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경우가 총 82,068건으로 76%였다고 밝혔습니다.
콜로라도 대학과 펜실베니아 주립대 경제학자들이 한 비슷한 연구에 따르면 마이애미의 해변 근처 주택들은 해안 침수에 덜 노출된 주택보다 평균 7% 정도 낮은 값에 거래됐습니다. 특히 지난 10년간 이 가격 차이는 더 벌어졌는데, 비슷한 주택에 세를 놓는 경우 월세는 해변에서의 거리나 지대, 고도에 따라 별 차이가 없이 거의 비슷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집값의 차이에 영향을 미친 요소가 현재 집의 상태가 아니라 앞으로 예상되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자연재해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와 정교한 통계 분석의 결과는 아니지만, 매사추세츠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현장에서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보스턴 북쪽에 있는 리비어(Revere)라는 마을의 부동산 중개인 마우린 셀라타는 전용 해변이 딸린 주택을 시가보다 낮은 79만 9천 달러에 내놓았는데도 무려 55일이나 걸려 처음 불렀던 가격보다 9%나 낮은 가격에 간신히 팔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55일은 이곳 부동산 시장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영원히 안 팔리는 줄 알았다니까요.”
캘리포니아, 보르도, 토스카나의 와인 생산자들은 이미 기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국립 과학원 회보(PNAS)에 실린 국제보호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와 지중해 지역에서 고급 와인을 생산하기에 적합한 땅이 앞으로 50년간 최대 85%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행히도 와인 생산자들은 새로운 포도밭을 찾아 북쪽으로 가고 있는데, 심지어 겨울이 춥고 혹독하기로 유명한 미시간이나 몬태나, 와이오밍주가 미래의 와인 생산지로 떠올랐습니다.
과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는 품목에 따라 캐나다가 과일 생산지로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캐나다의 생물학자 존 페들라는 실제로 온타리오 남부 사람들이 그동안 재배하던 복숭아 등 일부 작물의 재배지를 북쪽으로 옮기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농무부가 작물별로 추위 등 적합한 기후를 분류해 발행한 작물 재배지역 지도와 일치하는데, 대부분 작물의 남방, 북방 한계선이 동시에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가 물론 미국 농업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농부들은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정부도 가뭄에 강한 작물이나 옥수수 등 유전자 변형 작물의 재배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정부와 정책 결정자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입안할 때 다음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정부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주리라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21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수준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지 않게 억제하자는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 지켜질 가능성은 5%도 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둘째, 허리케인이나 열대 폭풍, 잦은 홍수 등 기후 변화로 인해 잦아진 자연재해를 더 잘 견딜 수 있도록 건축법을 개정해 건물을 더 튼튼하게 지으면 물론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고 복구도 상대적으로 수월할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봤자 기후변화 자체를 늦추지 못한다면 결국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만 더 걸리게 될 뿐입니다. 오히려 더 빨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생각이라면 바닷가에 건물을 지으면 주는 보조금을 없애거나 허리케인, 홍수 등에 대비한 작물 재해 보험을 없애는 게 낫습니다.
무엇보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시장 논리를 왜곡해서는 안 됩니다. 기후변화는 막지 못하면서 보조금이나 보험금만 잔뜩 늘려놓으면 부동산 가격은 계속해서 왜곡됩니다. 오히려 자산 가격에 기후변화의 위험이 반영되게 하면, 부동산 소유주들은 알아서 더 높은 지대로 옮겨 갈 겁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지금껏 해왔듯이 정부 정책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앞세워 행동할 때 기후변화에 오히려 더 잘 적응할 수 있을 겁니다.
(CNN, Terry L. And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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