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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vs 트럼프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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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지켜라

파타고니아를 창업한 이본 추이나드(Yvon Chouinard)라는 인물은 대중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입니다. 산이 좋아 늘 산을 타고, 불교의 참선 수행에 심취했으며,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다는 정도만 알려졌습니다. 1957년, 그는 독학으로 대장일을 배워 직접 등산 장비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만든 장비는 산에 있는 바위를 덜 훼손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그는 친구와 요세미티 국립공원 일대를 다니다 그런 장비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알려졌습니다.

몇 년 뒤 그는 캘리포니아주 벤투라에 가게를 열고 등산을 비롯한 야외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좋아할 만한 옷도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마침내 회사 이름을 파타고니아로 지었습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당시 그는 남아메리카 최남단의 산악 지대인 파타고니아에 다녀온 뒤 그 지역에 대한 경의를 담아 회사 이름을 지었습니다.

브랜드의 열렬한 팬층이 조금씩 생겨나면서 파타고니아는 더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회사는 대체로 추이나드와 친구들에게 자금을 대는 수단이었습니다. 여전히 추이나드에게 사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서핑과 등산, 세계 여행이었죠.

그러던 1972년, 추이나드가 벤투라강 개발 계획에 관한 시의회 공청회에 참석한 뒤로 모든 것이 바뀌게 됩니다. 당시 시 정부는 강의 물줄기를 바꾸려 했는데, 이렇게 하면 서프 브레이크가 훼손돼 서퍼들에게는 소중한 파도의 높이나 위치가 바뀔 수도 있었습니다.

공청회 분위기는 시 정부의 계획이 그대로 승인을 받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마크 카펠리라는 이름의 젊은 환경운동가가 마이크를 잡으면서 분위기가 역전됩니다. 그는 강의 물줄기를 함부로 바꾸면 새들과 물뱀, 강어귀에 사는 사향쥐 등의 서식지가 파괴돼 위험하다는 주장을 준비한 슬라이드와 함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풀어냈습니다. 결국, 시 정부의 개발 계획은 중단됐고, 벤투라강과 서퍼들이 애지중지하던 서프 브레이크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추이나드는 카펠리와 친분을 맺고 그가 하는 일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카펠리가 만든 환경운동 단체 벤투라강의 친구들이 쓸 수 있는 사무실을 무상으로 내줬고, 이후에도 강 개발 계획이 나올 때마다 이를 막는 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벤투라강과 함께한 경험은 좋은 본보기가 됐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지역의 환경운동가들에게 자금을 대거나 고객을 응대한 경험을 살려 마케팅 비결, 사업 수완 등을 전수했습니다. 결국, 환경운동도 메시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느냐가 중요했죠. 추이나드는 또 파타고니아 매출의 1%를 환경 운동을 지원하는 데 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파타고니아는 수많은 환경 운동을 지원했습니다. 알래스카에서는 채광 작업 후에 남은 폐기물을 줄이는 캠페인부터 연어가 많이 잡히는 브리스틀 베이 오염 예방 사업을 지원했습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사는 회색곰 보호 사업에도 뛰어들었고, 폴란드에서는 숲 보호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또한,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 등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적인 싸움에도 발을 담그게 됐습니다.

파타고니아가 직접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여러 편 있습니다. 대개 환경 보호에 관한 기록물로, 이 가운데는 강에 쌓는 댐이 초래하는 환경 파괴를 고발한 “댐네이션(DamNation)”은 특히 유명합니다. 또 2년에 한 번씩 환경운동 단체와 활동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서로 운동 사례를 공유하고 기금을 모으며 소송에 힘을 실어주는 장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2011년에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뉴욕타임스>에 과소비를 자제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싣기도 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상징과도 같은 재킷 사진 위에 “이 재킷 사지 말아요”라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사진 아래는 덜 사고(Reduce), 고치고 기워 쓰고(Repair), 다시 쓰고(Reuse), 재활용하면(Recycle) 된다는 원칙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정치, 정책 환경에서 파타고니아라는 기업의 역할은 상당히 독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그 정치적인 성향을 대중에 드러내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는 점도 다르죠. 회사가 먼저 있고 그 회사 사람들이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기보다는 원래 환경운동에 일생을 바친 사람들이 어쩌다 보니 옷을 팔게 됐고 그 옷이 잘 팔려서 돈도 벌게 됐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토지관리청장을 지냈고, 지금은 환경 관련 컨설팅 회사를 차린 닐 콘지의 말입니다.

파타고니아가 지금의 사업적 성공을 거둔 데는 CEO 마르카리오의 공이 컸습니다. 잘 나가던 사모펀드 CEO였다가 돌연 금융계를 떠나 인도로 가 2년간 불교의 명상을 공부한 마르카리오는 환경 운동에 힘을 쏟는 파타고니아의 매력에 끌려 2008년 재무 담당 최고이사로 파타고니아에 합류합니다.

“저는 사실 지구의 미래가 꽤 걱정되거든요. 그래서 지금 월스트리트에 남아 평생 다 쓰지도 못할 돈을 쓸어담는 대신 여기 파타고니아에서 일하고 있는 거죠.”

2014년 CEO에 임명된 마르카리오는 파타고니아의 계속된 성장과 확장을 감독하고 이끌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파타고니아의 매출과 이윤은 모두 네 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마르카리오 체제에서 파타고니아는 새로운 분야에도 발을 담궜습니다. 틴 셰드 벤처스(Tin Shed Ventures)라는 이름의 자체 벤처캐피털 부서를 운영하기 시작한 건데, 틴 셰드 벤처스는 친환경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에 지금까지 총 7,5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틴 셰드라는 이름은 파타고니아를 창업한 추이나드가 한때 직접 금속을 벼리고 망치를 두들겨 모양을 잡던 그 대장간의 이름에서 따온 겁니다.

또 파타고니아 프로비전(Patagonia Provisions)이라는 음식 사업도 시작하고 말린 물소고기, 렌틸콩을 끓인 수프, 맥주 등을 팔기도 하고,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라 할 수 있는 파타고니아 액션 워크(Patagonia Action Works)라는 단체도 시작했습니다. 파타고니아 액션 워크는 환경운동에 관심이 있는 뜻있는 소비자들과 지역 환경운동 캠페인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지금도 파타고니아에는 환경운동을 지원하고 지역 활동가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는 직원만 18명이 있습니다. 1985년부터 지금까지 파타고니아가 환경운동을 후원하는 데 쓴 돈은 9천만 달러, 우리돈 1천억 원에 육박합니다. 추이나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과학은 죽은 과학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일선에서 환경을 지키고자 싸우는 활동가와 단체들을 최대한 많이 지원할 생각입니다. 무분별한 개발을 막겠다며 불도저 앞에 혈혈단신으로 몸을 던진 할머니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요.”

(뉴욕타임스, David Ge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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