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로 오픈할 아시안 레스토랑의 이름을 고민하던 셰프 켈리 킴 씨와 남편 마이클은 대나무나 드래곤, 연꽃처럼 진부한 단어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이름이 바로 “옐로우 피버(Yellow Fever)”였습니다.
“옐로우 피버”는 지난 수요일,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의 홀푸즈 365 매장 내에 세 번째 체인점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이 레스토랑의 이름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었죠. 이 이름이 인종주의적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게 비판의 핵심입니다.
“옐로우 피버”는 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매년 수 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염병(황열병)을 의미합니다. 또한, 백인 남성이 아시아 여성에게 품고 있는 성적 환상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쓰이죠.
식당 주인 킴 씨는 이 단어를 케이팝이나 가라오케와 같은 아시아적인 것, 아시아 사람에 대한 끌림, 관심이라는 의미로 사용했지, 인종주의적이거나 여성비하적인 의미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합니다. 홀푸즈 관계자들도 레스토랑의 이름을 전혀 문제 삼은 바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홀푸즈 본사는 본지의 취재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홀푸즈는 아마존닷컴이 소유한 기업이고, 본지 역시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제프리 베조스의 소유입니다.)
켈리 킴 씨는 작년에 했던 인터뷰에서 식당 이름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고, 다만 그 의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전유(re-appopriate)”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홀푸즈 내 점포를 연 후 최근에 받은 부정적인 반응은 비아시아계로부터 온 것이 대부분이고, 아시아계, 비아시아계를 가리지 않고 지지를 보내오는 사람들도 많으며 새 매장의 매출도 좋다고 설명합니다. “인종에 대한 시각과 정의가 다른 게 아닐까요.”
하지만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비난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리 명옥 리 컬럼비아대 교수는 트위터에 “가장 백인스러운 홀푸즈 한 가운데 아시안 음식을 파는 옐로우 피버라는 식당이라니 인종주의적 이미지인가, 식민지적 마인드인가?”라는 트윗을 남겼고, 비슷한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개발국가에 큰 피해를 주는 치명적인 질병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다만 이 식당이 홀푸즈 입점 전부터 영업을 해 왔고, 이름을 지은 식당 주인이 아시아계 여성임을 알고 나서는 비난의 강도를 낮춘 사람들도 있습니다.
홀푸즈의 주요 고객층이 부유한 백인들이라는 인식 역시 이번 논란의 중심입니다. “옐로우 피버가 왜 인종주의적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요? 그게 바로 문제의 핵심입니다.” 가게 앞에서 진행된 TV 인터뷰에도 응했던 여성이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홀푸즈가 공개적으로 이 단어의 사용을 용인한 셈이니, 비아시아계들도 마음 편히 이 단어를 쓰게 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켈리 킴 씨는 식당 이름을 고수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목을 끄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이 단어를 협소하게 질병이나 인종적 선입견과 연관짓기보다 우리가 앞장 서서 긍정적인 뜻으로 재해석하고자 했습니다.” 옐로우 피버의 홀푸즈 입점은 식문화 불모지였던 롱비치에서 환영받고 있으며, 자신은 영세 업체의 운영자일 뿐이라는 점도 강조합니다. 실제로 식당 음식에 대한 리뷰는 긍정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맛집 리뷰 사이트에도 “자신이 아시아계라고 해서 스스로를 그렇게 불러도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식당 이름에 대한 지적이 올라와 있죠. 음식 맛에는 별 다섯 개를 주면서도 식당 이름을 지적하는 리뷰도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Alex Hor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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