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여러분이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해주고 싶은 부모라면, 사실 여러분은 이미 가장 큰 선물을 아이에게 주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그 선물은 바로 여러분의 유전자죠. 인생은 룰렛과 같고, 아이의 성공은 여러분의 DNA 이중나선의 영향을 받습니다.
최근에 실시된 눈길을 끄는 한 연구는 유전자가 아이의 지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다른 종류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유전적 차이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시험을 쳐서 성적에 따라 학생을 뽑는 선발제 학교(selective school)에 다니는 학생들과 일반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비교했습니다.
킹스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 연구진은 학생 5,000명의 시험 결과와 그들의 유전 데이터를 비교해 본 결과, “유전자형과 학교 종류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왜 선발제 학교의 학생들이 더 좋은 성적을 받는지를 부분적으로 설명합니다.
에밀리 스미스-울리(Emily Smith-Woolley)와 그의 팀은 이 연구로부터 두 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첫째, 선발제 학교의 학생들이 입학하기 전 받은 교육과 성과 등의 지표를 고려하면 선발제 학교가 일반 학교보다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둘째, 입학시험의 결과는 (학습을 위한 노력보다는) 지능의 유전적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즉, 입학시험의 본래 의도와 달리 입학시험의 결과가 유전자에 따라 결정됩니다.
결국 우수학교(Grammar)와 사립학교(Private schools)와 같은 선발제 학교는 유전적 특권을 고착시킵니다.
스미스-울리의 지도교수인 로버트 플로민(Robert Plomin) 교수는 오랫동안 지능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또한, 자유주의 운동가인 토비 영(Toby Young)도 이 연구의 공동저자로 참여했습니다. 그는 학생들의 학업적 성취가 대부분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맹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플로민 교수는 최근 발표한 추가 보고서(review paper)에서 지능과 유전자의 상관관계에 대한 그의 철학을 설명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삶은 하나의 지능 시험이고 유전자는 그 사람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는 것입니다.
지능이 학업 성취 수준을 정하지는 않지만, 학업 성취 수준에 영향을 주고, 이는 직업과 소득 수준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결국 사회적 지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똑똑하면 더 좋은 배우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더 건강하게 살 확률도 높습니다. 요약하자면 지능은 삶의 다양한 이점을 누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가 지능의 약 50%를 설명합니다.
플로민 교수는 추가 보고서의 제목을 “지능의 새로운 유전학(The new genetics of intelligence)”으로 정했고 이렇게 제목을 정한 데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우리는 유전자 전체 연구(genome-wide association studies)가 가능한 생물학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유전자 전체 연구 덕분에 수만 명, 나아가 수십만 명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이들 유전자의 공통적 특질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플로민 교수와 다른 연구자들은 유전자 전체 연구를 통해 그들이 연구하는 특질(플로민 교수의 경우 지능)에 대한 유전자 지도를 조금씩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실 “지능을 결정하는 유전자” 같은 것은 없습니다. 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형은 알려진 것만 해도 수백 가지, 혹은 수천 가지나 됩니다.
지능은 교육을 받은 기간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선발제 사립 학교에 다는 학생들은 학업 성취도와 관련된 유전적 형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유전적으로도 똑똑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국 정부는 이 연구 결과 앞에 부끄러워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선발제 사립 학교가 사회적으로 혜택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삶을 역전할 기회를 준다고 지속해서 주장했습니다.
교육자들 역시 이 결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학업 성취도는 일반적으로 환경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부유한 고학력 부모를 두고 책이 가득한 집에서 생활하며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하고 공부를 잘하는 사립학교에 다니는 것과 같은 요소들이 아이의 학업 성취도를 결정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적 요소들도 결국 유전자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를 유전자-환경 상관관계(gene-environment correlation)라고 합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유전자와 환경이 서로 독립적인 요소이면서, 이 두 요소가 독립적으로 작용하여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우리의 유전자가 우리 아이가 자라는 환경을 크게 좌우합니다.
유전적으로 우월한 사람들이 우월한 환경을 조성하고, 이 우월한 환경이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와 상호작용을 하며 아이의 지능을 발전시킵니다. 아이의 지능이 부모의 유전자의 이중나선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난제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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