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관계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각하니 이를 고쳐달라고 우방인 캐나다 트루도 총리에게 말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트루도 총리가 미국이 캐나다에 무역적자를 지고 있지 않다는 통계를 확인했다고 하더라고요. 똑똑한 사람이잖아요. 우리는 늘 당하기만 하고, 하하. 그래서 일단 트루도 총리에게 이렇게 질러놓고 봤죠. ‘그럴 리가 없어요. 아녜요. 당신이 틀렸을 거예요. 만약 그 통계가 사실이라도, 난 못 믿겠어요. 안 믿을래요. 그럴 리가 없으니까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정치 후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을 상대로 직접 이렇게 말했습니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무책임한 발언을 한 사실을 뽐내듯 말했다는 건데, 어쨌든 여기서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기인 관세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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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매겼습니다. 과연 이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죠.
경제학자로서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우려스럽습니다. 그러나 이미 많이 제기된 우려와 비판에 말을 보태기 전에 먼저 관세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하고 나서 트럼프 행정부가 세우려는 무역 장벽이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관세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관세를 가장 간단히 정의하면 수입하는 제품에 매기는 세금입니다.
관세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먼저 종량세(從量稅, unit tariff / specific tariff)는 수입하는 제품의 양에 따라 단위당 관세를 매기는 겁니다. 예를 들어 수입하는 철강 1톤당 300달러의 관세를 매기는 식이죠. 또 다른 하나는 종가세(從價稅, ad valorem tariff)로 이 또한 문자 그대로 수입품의 가격에 따라 관세를 매기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수입하는 자동차 가격의 20%를 관세로 매기는 식이죠. 두 가지 관세가 작동하는 방식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관세는 가장 오래된 무역정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적어도 18세기에는 관세가 도입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관세를 부과한 가장 큰 이유는 수입을 올려 국고를 채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1913년, 수정헌법 16조를 통과시켜 정식으로 소득세를 거두기 전에는 정부 수입의 대부분이 관세로 거둔 돈이었습니다.
초반에는 그랬지만, 현재 관세의 주요 목적은 관세 수입 그 자체보다 다른 나라 업체와의 경쟁에서 국내의 특정 산업을 보호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관세가 실제로 미치는 영향은?
관세의 영향력은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의 크기에 좌우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크기란 국토의 면적이 아니라 국제 무역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입니다. 즉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의 세계적인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 해당 분야의 경제력에 따라 관세의 영향력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가나는 면적이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조금 크고, 인구는 2,821만 명으로 많지 않지만, 코코아 수출은 전 세계 1위입니다. 반면 이 코코아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네덜란드로, 네덜란드의 면적은 한국의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계 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을 결정하는 데는 다른 무엇보다 두 나라의 무역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네덜란드가 (실존하지는 않지만) 자국 코코아 생산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가나에서 수입하는 코코아에 관세를 매겼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다음 세 가지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먼저 수입품인 코코아 가격이 오를 겁니다. 네덜란드 국내 소비자들은 같은 코코아를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내야 합니다. 네덜란드 초콜릿 제조업체들에는 명백한 악재입니다.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코코아버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고, 네덜란드 사람들은 초콜릿을 정말 사랑하죠. 하지만 수입 코코아와 경쟁하던 네덜란드 코코아 생산자들에게는 희소식입니다. 코코아나무를 네덜란드 기후에선 기를 수 없으니 온실 속에서 길러야 할 테지만, 어쨌든 네덜란드에서 직접 생산한 코코아가 이제 가나에서 수입한 코코아보다 싸졌고, 코코아버터 생산업체들도 값이 싼 국산 코코아를 쓰기 시작할 겁니다.
둘째,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가 크기 때문에 해당 상품의 수출가격 자체가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여기서 나라의 크기는 앞서 설명한 대로 해당 상품 무역량이 많다는 뜻) 따라서 관세를 매기기 전에 가나에서 네덜란드로 수출하는 코코아 가격 자체가 낮아지고, 가나의 코코아 농부와 생산자들의 수입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가나의 국가 경제도 타격을 입게 되죠. 경제학에서 이를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가 얻는 무역 이익(terms of trade gain)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경우 관세를 매겨도 네덜란드에서 코코아 가격은 관세를 매긴 만큼 오르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나라 사이의 전체 교역량은 줄어듭니다. 이는 수요와 공급이 모두 줄어드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귀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가 무역량이 많지 않다면, 두 가지 효과만 나타나게 됩니다. 해당 상품 가격이 올라 국내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값을 치르고 물건을 사야 하고, 생산자들은 그만큼 물건을 더 많이 팝니다. 관세를 부과한 나라의 교역량은 줄어들겠지만, 해당 상품의 전 세계적인 가격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혜택과 비용
큰 나라에 관세의 혜택은 상당히 복잡합니다.
코코아버터를 만드는 네덜란드 회사들이나 다크초콜릿을 좋아하는 네덜란드 소비자들에게는 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높아진 만큼 돈을 더 내야 하므로 손해입니다. 하지만 국내 관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더 갖추게 돼 물건을 더 많이 팔 수 있고, 그만큼 보호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로서는 전에 없던 수입을 부가로 올릴 수 있기도 하죠.
결국은 무역 이익과 경제적 효용 손실(efficiency loss)로 인한 손해 가운데 어느 게 더 크냐에 따라 종합적으로 득인지 실인지를 따져보면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효용 손실이란 관세 때문에 가격이 왜곡되고 생산과 소비에 관한 결정이 그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을 받음으로써 발생한 손실을 뜻합니다.
만약 무역 이익이 효용 손실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크면, 결과적으로 관세를 부과한 국가는 이득을 보는 셈입니다. 반대로 효용 손실이 더 크면 손해를 보는 것이죠.
전 세계적인 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작은 나라”는 무역 이익이 0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관세를 부과하면 이론적으로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됩니다.
관세의 정치경제학
경우에 따라 큰 나라가 관세로 이득을 본다는 사실 때문에 때가 되면 교역 상대국에 “적정 관세”를 부과해 취할 수 있는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적정 관세란 무역 이익과 경제적 효용 손실의 차이가 가장 많이 나도록 관세를 설정하는 것으로 흔히 “근린 궁핍화 정책”으로도 알려진 전략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러한 전략적 관세는 법적으로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할 뿐만 아니라, 관세의 효과가 한 번 미치고 마는 게 아닙니다. 관세 때문에 피해를 본 교역 상대국은 보복관세를 매기거나 무역정책을 조정해 어떻게든 손실을 만회하려 할 겁니다.
이렇게 전략적인 보복 카드를 하나씩 주고받다 보면 금세 무역 전쟁에 돌입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역을 전공한 경제학자들이 대체로 보호무역이나 인위적인 개입에 반대하고 자유무역이 낫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컨버세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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