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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온라인에 넘쳐나는 포르노를 보고 무엇을 배우게 될까?

집에서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다 성인영화의 한 장면을 보게 된 건 드류가 8살 때의 일이었습니다. 몇 년 뒤 HBO의 심야 성인물을 또 우연히 접했던 드류는 사춘기가 한창이던 중학교 3학년 때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온라인 포르노 사이트를 알게 됐습니다.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동영상들이 대개 오래 붙잡고 볼 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면서도 드류는 앞으로 여자친구를 사귀어 섹스를 하게 되면 어떤 체위를 시도해보면 좋겠다는 식의 아이디어 정도는 꽤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남자는 자고로 근육질 몸매여야 한다, 침대 위에서는 주도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섹스할 때는 상대방을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좋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여자는 끊임없이 신음을 냈고, 자신감에 가득 찬 남자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곧바로 흥분했습니다. 특히 부드럽게 섹스를 유도하려는 정중한 남성에게는 따분해하다가 훨씬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남성을 너무 좋아하던 어떤 여성의 모습은 드류의 머릿속에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무렵부터 드류는 학교에서 마주치는 여학생들을 보면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어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공부 잘 하는 우등생에 야구도 잘 하고, 랩 가사도 곧잘 써 내려가며 아직 어머니에게 비밀이 없는 착한 학생인 드류에게 포르노 속의 자극적인 장면들이 이상한 영향을 끼친 겁니다. ‘저 친구의 가슴도 포르노에서 봤던 그 배우의 가슴처럼 생겼을까?’, ‘여자들은 항상 섹스할 때 포르노에 나오는 그런 눈빛으로 상대방을 쳐다볼까?’, ‘입으로 해주는 것이나 포르노에 나오는 온갖 것들을 실제로 다들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드류를 처음 만난 2016년 말, 드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그는 기사에 자신을 별명인 드류로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어느 목요일 오후, 또래 남학생들과 함께 작은 회의실에 앉아 과자와 음료수를 마시며 방과후 수업이 시작하기를 기다리던 중에 드류는 제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드류 옆에는 Q가 앉아있었습니다. (Q는 자기 별명의 앞글자인 Q로만 자신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15살 Q는 드류처럼 착한 학생에 야구도 좋아했고, 무엇보다 포르노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에 적잖이 당황해 있었습니다. Q는 아직 섹스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자기보다 나이가 더 많고 현실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이상형을 찾는 Q가 마지막으로 연애를 해본 건 6학년 때의 일로, 성에 제대로 눈을 뜨기 전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Q는 여자친구에게 뭐가 좋고 어떤 게 싫은지 정확히 물어볼 수 있던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Q를 혼란스럽게 하는 건 포르노뿐만이 아닙니다. 스냅챗이나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미디어에서 접하는 선정적이고 난폭한 사진, 영상을 보고도 정말 저럴까 싶었다고 Q는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를 거칠게 벽에 밀어붙이는 ‘움짤’의 자막이 “난 이런 남자가 좋더라.”인 식입니다. 드류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나오는 “고통의 방”을 본 여자의 반응으로 “죽인다!”는 자막을 달아놓은 영상도 봤다고 덧붙였습니다.

Q의 행동불안이 심해진 데도 포르노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본적으로 포르노 속의 등장인물은 어른이잖아요. 남자들은 특히 몸도 좋고 우월하고, 성기도 크고, 섹스도 오랫동안 하잖아요.”

드류도 말을 보탭니다.

“포르노에 나오는 남자 배우처럼 섹스할 줄 모르면 여자들이 날 싫어하고 떠나버리진 않을까 걱정이 되는 거죠.”

드류는 의자에 앉아 상체를 뒤로 젖힌 채 똑똑하고 세심한 남자보다 거칠고 힘센 남자가 더 좋다고 하는 또래 여자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친구들의 말이 진심일까요? 가식은 아닐까요? 여자들은 그런 남자를 원해야 한다는 분위기라도 있던 걸까요? Q도, 드류도 거기에는 답하지 못했습니다. 몇 자리 떨어진 곳에 앉아있던 한 학생이 아마 여자애들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은 포르노를 본 적이 손에 꼽을 만큼 몇 번 없고, 그마저도 불쾌하고 싫었다고 말했습니다.

“여자애들이 무언가를 원하고 바라야 한다는 것도 소셜미디어가 은연중에 주입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자애들 중에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두려워하는 애들이 있을 것 같아요.”

Q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각인 효과가 뛰어난 셈이죠. 이 여자가 이렇게 하기를 원하더라는 영상을 한 번 보고 나면 대부분 여자가 다 저런 걸 좋아할 거라고 단정하는 거예요.”

그는 성관계를 갖기 전 상대방과 동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지만,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를 때 일일이 동의를 구한다는 것이 전혀 현실적으로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추상적이었다는 겁니다. 섹스할 때 어느 시점에 머리를 당겨도 되는지 물어봐야 할까요? 어느 시점이든 너무 뜬금없는 말 아닐까요? 아니면 무언가를 한 번 해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는 게 나을까요? 그는 특정 성인용품을 사용할지, 아니면 항문 섹스를 할지 같은 문제는 당연히 반드시 상대방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라면 그냥 해볼 것 같은데.”

청바지에 추리닝 상의를 입은 한 남학생이 말했습니다. 무얼 그냥 해보겠다는 건지 묻자, 그 학생은 항문 섹스는 그냥 해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포르노에서 봤는데 여자가 항문 섹스를 좋아했고, 다른 여자들도 대부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한다는 겁니다. 드류가 다시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난 뭔가 어떤 식으로든 불편해 보이는 건 절대 먼저 안 할 거야. 대신 이렇게 물어보면 되잖아. 나 이거 포르노에서 본 적 있는데, 이렇게 우리도 한 번 해볼까?”

오후 4시가 다가오자 학생들은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포르노 바로보기” 수업을 들으러 갔습니다. 방과후 수업으로 진행되는 이 과목의 정식 명칭은 “포르노그래피에 관한 진실: 성폭력과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고등학생 대상 포르노 바로보기 과정”입니다. 이 수업은 보스턴 사우스엔드에 본부를 둔 청소년을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 스타트 스트롱(Start Strong)의 일환으로, 보스턴시 공중보건 당국이 후원하고 있습니다. 보스턴 공립고등학교와 학생들 가운데 매년 25명 남짓 이 수업을 듣는데, 대부분이 흑인이나 라티노 학생들이고 간혹 아시아계 학생도 있습니다. 공립학교 외에 일부 소위 입시 명문 고등학교나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고등학교도 학생을 보내기도 합니다. 일 년 내내 진행되는 수업에서 청소년들은 건강한 관계, 데이트 폭력 문제, 성소수자 관련 이슈 등을 배우는데, 단체 토론과 역할극을 비롯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합니다.

5주 동안 고등학생들은 매주 2시간씩 “포르노 바로보기” 수업을 듣는데, 수업의 목표는 성과 성생활, 공격적인 성향, 동의, 인종, 동성애, 관계, 그리고 우리 몸의 이미지가 포르노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 학생들과 함께 살펴봄으로써 학생들이 포르노를 보더라도 제대로 알고, 비판적으로 보도록 돕는 것입니다. 원하는 학생들은 포르노와 실제 자연스러운 성생활이 어떻게 다를지 토론할 수도 있습니다.

인디애나대학교 언론대학원의 브라이언트 폴 교수는 포르노를 처음 접하는 시기가 남자는 평균 13세, 여자는 평균 14세라고 말합니다. 폴 교수는 포르노 콘텐츠와 청소년, 성인의 포르노 시청 경향을 연구해 왔습니다. 2008년 뉴햄프셔대학교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남학생의 93%, 여학생의 62%가 18살이 되기 전에 포르노를 봤다고 답했습니다. 굳이 찾아서 보지는 않았다고 답한 학생의 대부분은 여학생이었습니다. 남학생의 35%는 청소년기에 10번 이상 포르노를 봤다고 답했습니다.

보스턴대학교 공중보건 대학원의 에밀리 로스만 교수는 “포르노 바로보기” 수업을 여는 데 필요한 선행 연구를 맡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로스만 교수는 앞서 데이트 폭력과 청소년기의 포르노 시청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여러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로스만 교수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포르노에 중독되면 인생을 망친다거나 제대로 된 관계가 파탄날 테니 성욕을 억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어차피 거의 모든 청소년이 포르노를 보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렇다면 포르노가 던지는 메시지를 꼼꼼히 분석해 잘못된 건 바로잡아주는 수업을 하는 것이 아이들이 포르노 없는 세상에 살았으면 하는 허황된 기대에 빠져있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겁니다.

당신이 지금 14살 청소년이라고 상상해 봅시다. 학교 가는 길에 버스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자기 폰에서 짧은 포르노 영상을 보여줍니다. 아니면 같이 축구하고 집에 오는 길일 수도 있겠죠. 스냅챗에는 소위 ‘야동 움짤’이 널려 있습니다. 아니면 ‘fishing(낚시)’ 같은 단어를 쓰다가 실수로 잘못 쓰면 ‘fisting’으로 입력돼 폭력적인 영상이 줄줄이 나오기도 합니다. 14살 청소년이 대개 그렇듯 당신은 아직 섹스 경험이 없습니다. 하지만 호기심은 끝이 없을 나이죠. 그래서 직접 찾아보기로 합니다. 유튜브의 성인 버전이라고 봐도 될 것 같은 수많은 포르노 사이트를 찾기는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입니다. 전 세계 웹사이트 방문자 100위 안에 드는 사이트 가운데 포르노 사이트도 꽤 많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사이트의 일일 방문자 수는 8천만 명으로 핀터레스트나 텀블러, 페이팔을 능가합니다. 포르노 사이트에는 대개 성인인증 절차가 없으며, 어른들의 감시를 피해 스마트폰에서도 쉽게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설사 부모님이 성인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청소년 보호 기능을 설정했더라도 이를 우회하거나 풀어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게다가 부모님은 당신이 포르노를 볼 리가 없다고 생각하실 가능성이 무척 큽니다. 2016년 인디애나대학교가 600쌍 이상의 자식과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들은 자식을 철석같이 믿은 나머지 자식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14~18세 청소년 가운데 포르노를 본 적이 있다고 답한 부모에게 물었더니 자녀가 포르노를 봤을 것으로 생각하는 부모는 절반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성행위에 관해 부모들이 자녀가 어디까지 봤을 것으로 예측하는지 답한 것을 보면, 부모들의 예측보다 자녀들은 실제로 열 배 이상 많은 것을 봤습니다.

청소년들이 방문자 수 1위를 자랑하는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첫 화면에 나오는 동영상은 과거 이들이 클릭했던 기록을 바탕으로 알고리듬에 따라 분석, 정렬된 영상입니다. 첫 화면에 나오는 추천 동영상 외에도 다양한 항목의 카테고리가 있고, 카테고리별로 분류된 영상들은 총 600만 개가 넘습니다. 영상들은 대개 짧고, 화질도 나쁘며 온라인상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공짜 영상이 대부분입니다. 해당 사이트 측에서는 금지하고 있지만, 유료 사이트에서 무단으로 복제된 영상도 종종 있습니다. 이성 간의 섹스를 담은 포르노물은 대부분 남자의 관점에서 제작됐습니다. 대개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촬영한 것이나 다름없는 시각에서 화면 속 여자의 임무는 오럴 섹스든, 성교든, 항문 성교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자를 흥분시키며 사정하게 하는 데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야기라고 부를 만한 것도 대부분 없다시피 한 영상은 그저 여성의 성기, 혹은 섹스하는 장면에서도 남녀의 성기 부분만 과도하게 확대해 보여주곤 합니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장면은 따분할 정도입니다. 물론 14살 청소년의 눈에는 그렇지 않겠지만요.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 소수자, 혹은 페미니즘 관점에서 제작한 포르노의 줄거리는 좀 다릅니다. 또한, 동성애, 혹은 양성애자인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대안 포르노가 우리 사회에 자신과 성적 지향이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실제로 어떤 영상을 얼마나 보는지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연구에 드는 자금이 없어서인데, 특히 어린이와 포르노그래피에 관한 연구는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기 꽤 어려운 축에 드는 주제입니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제대로 된 관련 연구가 없어도 너무 없음을 알게 된 라시다 존스와 질 바우어, 그리고 론나 그래두스는 여러 재단과 자선단체를 설득해 포르노 시청과 성적 태도, 행동에 관한 전국적인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넷플릭스에 테크놀로지와 포르노에 관한 다큐멘터리 “핫걸스 원티드: 턴드 온”을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인디애나대학교 공중보건 대학원의 데비 허버닉 교수는 동료 브라이언트 폴 교수와 함께 설문조사를 이끌었는데, 14~18세 청소년 614명이 자신이 겪은 포르노에 관한 경험을 소상히 밝혔습니다. 허버닉 교수는 인디애나대학교 건강한 성생활 센터장이기도 합니다. 설문조사를 일차 분석 결과, 포르노를 시청한 적이 있는 청소년 300여 명 가운데 약 25%의 여자, 약 36%의 남자가 포르노에서 남자가 여자의 얼굴에 사정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최종 분석을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는 올해 논문으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응답자의 성별과 관계없이 세 명 중 한 명은 결박하거나 상대방을 구타하거나 폭행당하면서 흥분을 느끼는 변태적 성행위를 담은 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26%의 남자와 20%의 여자 응답자는 여성의 성기나 항문에 둘 이상의 남성의 성기 혹은 물건을 집어넣고 하는 성행위를 담은 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남자 청소년의 31%는 집단 섹스 동영상이나 구강에 거칠게 하는 섹스 등을 담은 동영상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동영상을 봤다고 답한 여자 청소년의 비율은 남자 청소년의 절반도 안 됐습니다.

그런 동영상을 본다고 구체적으로 청소년의 행동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포르노를 더 많이 보는 청소년들이 상대적으로 더 어린 나이에 첫 섹스를 하고, 성에 대한 고정관념도 더 강하게 형성되며, 또래보다 성에 관한 관계 전반에서 훨씬 애정표현을 덜 한다는 몇몇 연구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일 뿐 인과관계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들의 성생활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허버닉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해 학술지 <성 의학>에 실린 논문에 인용된 미국인의 성생활에 관해 최대 규모로 치러진 조사 결과를 보면, 2009년 18~24세 여성 가운데 항문 성교를 해봤거나 시도해봤다고 답한 이들은 40%로 나타났습니다. 1992년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여성이 16%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겁니다. 같은 조사 결과를 좀 더 살펴보면, 18~19세 여성의 20%가 항문 성교를 시도해봤고, 14~17세 여성 가운데도 6%가 이를 시도해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2016년 스웨덴에서 16세 여자 청소년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포르노를 본 사람이 항문 성교를 시도해볼 확률이 포르노를 보지 않은 사람보다 두 배 더 높았습니다. 섹스와 포르노에 관한 다른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상관관계를 나타낼 뿐입니다. 성생활과 섹스에 관해 원래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 더 포르노를 보게 될 확률이 높다 보니 나타난 결과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섹스를 하다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될까 두려운 10대 여성에게 항문 성교는 임신할 걱정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안전한 것처럼 생각될 여지도 있습니다.

인디애나대학교는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섹스에 관한 다른 행동에 관해서도 물었습니다. 응답을 전부 분석하지 않았지만, 일차 분석 결과 섹스 경험이 있는 남자 청소년 가운데 여섯 명 중 한 명꼴로 누군가의 얼굴에 정액을 사정하거나 상대방의 목을 졸라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설문조사 문항은 목을 조르는 것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았지만, 제가 만나 이야기한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부드럽게라도 상대방의 목 근처에 손을 대는 행위부터 목을 움켜쥐는 행위까지를 모두 목 조르기로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얼굴에 사정하는 행위 혹은 섹스 중 상대방의 목을 조르는 행위가 과거보다 지금 더 흔해진 건지 확인하는 데 필요한 종적 연구 자료는 없습니다. 그리고 뉴햄프셔대학교 아동 범죄연구소의 데이비드 핀켈로르 소장이 말해준 것처럼, 과거에 비해 어린 나이에 성관계를 하는 청소년들의 비율은 낮아졌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 미국의 중학교 3학년 여학생 가운데 섹스해 본 적이 있는 학생은 24%로, 1995년 37%보다 낮았습니다) 성폭행 등 성범죄로 체포되는 청소년의 숫자도 덩달아 줄었습니다. 다만 포르노 시청이 무조건 청소년들의 성폭행이나 성범죄로 이어진다거나, 포르노는 폭력적인 남성을 길러내는 온상이라고 결론짓는 건 섣부를 수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이 섹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는지, 혹은 더 나아가 남성성, 여성성, 성행위, 관력 관계 등을 인식하는 데 포르노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스타트 스트롱 프로그램에서, 또 전국을 돌아다니며 10대 후반의 청소년 수십 명을 만나 이야기했습니다. 많은 청소년이 항문 성교나 거칠고 폭력적인 섹스가 만연한 현상으로 묘사된 건 포르노만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TV에서 방영되는 만화 “패밀리 가이”에는 목을 조른다거나 항문 성교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었고, 니키 미나즈의 노래 “트러플 버터” 노랫말에는 섹스에 이어 항문 성교를 향한 환상이 담겼습니다. 리한나의 노래 “S&M”에도 “막대기와 돌덩이에 내 뼈가 으스러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난 채찍과 쇠사슬만 보면 흥분돼”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이러니 청소년들이 오해할 만도 하죠. 드류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영화 <미스터 앤드 미세스 스미스>를 봐도 여자들은 섹스할 때 압도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묘사돼 있다는 겁니다.

“여자는 탁자 위에 올라가 있고, 남자는 대개 여자를 마구 거칠게 다루죠. 때리기도 하고요. 어려서부터 본 거라고는 온통 그런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식의 이미지가 범람하면 청소년들은 장차 하고 싶은, 또 하게 될 섹스에 관해 혼란스러워지고,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됩니다. 우선 청소년들에게 포르노에 묘사된 장면 가운데 어떤 것이 가짜고, 어떤 것이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인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제게 포르노는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환상이나 과장으로 가득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 청소년도 있지만,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둘이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는 점을 빼면 딱히 가식적이라고 할 것도 없어 보인다고 말한 청소년도 있었습니다. 포르노가 어느 정도 진실이라고 믿는 이들은 섹스에서 즐거워하거나 흥분을 느끼는 장면들이 대단히 정확하게 묘사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6년 영국의 11~16세 청소년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도 일맥상통하는데, 포르노를 시청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절반가량(남자 청소년의 53%, 여자 청소년의 39%)이 포르노의 묘사가 사실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인디애나대학교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포르노에 등장하는 여자 배우가 실제로 전혀 즐겁지 않으면서 억지로 흥분한 척 연기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청소년은 많지 않았습니다. (남자 응답자의 1/6, 여자 응답자의 1/4) 최근 교외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학생은 제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지금껏 본 포르노 속 여자 배우 가운데 섹스가 즐겁지 않거나 따분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상황이 이러다 보니 포르노를 보고 따라 하려는 청소년이 꽤 많다는 것도 놀랍지 않습니다. 2016년 로스만 교수가 72개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들이 섹스에 관한 정보를 얻는 첫 번째 수단이 포르노였습니다. 친구나 형제자매, 학교, 부모는 성교육 주체에 있어 포르노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사실 섹스에 관해 배울 수 있는 곳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포르노 배우들은 그야말로 그 방면에서는 전문가잖아요.”

앞서 교외의 고등학교 학생이 제게 한 말입니다. 미국에 존재하는 섹스와 포르노 사이의 역설이 이 학생의 말에 고스란히 묻어났습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청소년들이 포르노를 그 어느 때보다도 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미국의 성교육은 여전히 욕망을 억눌러야 한다는 고루한 개념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마저도 사실상 고사 상태입니다. 미국에서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주는 매사추세츠주를 비롯해 26개나 됩니다. 성교육 교재와 콘텐츠가 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사실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에 명시한 곳은 13개 주밖에 없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피임, 생식기의 해부학적 분석, 가족계획, 성병 예방, 금욕과 건강한 관계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성교육 지침을 세우고 이를 장려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예산안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모두 빼버리고 욕망을 억누르는 데 초점을 맞춘 옛날식 성교육 예산을 늘려 편성했습니다. 효과가 상당히 미미한 성교육이 공허하게 시행되는 동안, 청소년들은 클릭 한 번이면 펼쳐지는 포르노 세상에서 궁금증을 해결합니다. 그렇게 포르노는 미국 청소년들의 성교육 선생님 지위를 다시 공고히 했습니다.

“포르노 바로보기” 3주차 수업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느 목요일 오후 열린 수업에는 청소년 십여 명이 참석했는데, 반원을 그리고 앉은 이들의 옷차림새는 또래 청소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퍼가 달린 노스페이스 점퍼에 조던 운동화, 워커 부츠를 신고 커다란 귀걸이를 한 학생들은 늦은 오후의 나른함 때문인지 어깨들은 처져 있었습니다. 3주차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미 수업의 몇 가지 원칙을 숙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원칙이란 포르노를 본 적이 없는 학생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다른 이의 기호를 존중할 것, 즉 성적 취향이나 성적 지향을 조롱하거나 폄하해선 안 된다, 그리고 수업에서는 섹스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을 직접 공유하지 않는다 정도입니다. 로스만 교수와 함께 수업을 개설하고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정리했으며 토론을 이끌어 온 니콜 데일리와 제스 알더가 오늘도 학생들과 함께했는데, 30대에 접어든 두 선생님은 따뜻하고 편안한 대화 상대를 자처했습니다. 10대 청소년을 위한 스타트 스트롱 교실의 운영 책임자인 제스 알더가 무엇이든 거리낌 없이 물어봐도 될 것 같은 큰언니 인상이라면, 지난달까지 스타트 스트롱 프로그램의 디렉터로 일했던 니콜 데일리는 알더보다는 약간 더 진지한,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이모 같은 느낌을 줬습니다. 대부분 수업에 가능하면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로스만 교수도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점 가운데 특히 포르노에 관한 연구 결과를 알려주고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 주는 등 수업 도우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르노가 그 자체로 중독성이 있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는 아직 없지만, 사람들이 포르노를 보고 자제력을 잃을 소지는 있다는 사실을 짚어주는 것은 로스만 교수의 몫입니다.

첫 수업 때 데일리는 포르노에 등장하는 몇몇 용어들을 각자 어떻게 생각하고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했습니다.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 용어에 대한 개념이 달라 오해하는 일을 막고, 학생들도 보기 싫은 영상을 보지 않으려면 각각의 용어를 아는 게 여러모로 좋다고 데일리는 말합니다. 또한, 정답이 없는 주제에 관한 학생들의 가치관을 묻는 투표도 합니다. 포르노를 볼 수 있는 법적 연령 18세가 낮은지, 혹은 높은지? 포르노 산업에서 일하는 건 괜찮은 돈벌이인지? 포르노 자체를 불법으로 정해야 하는지? 같은 문제에 학생들은 저마다 의견을 냅니다. 이어 데일리는 1940년대 미녀가 등장하는 화보, 일본 게이샤, 그리고 킴 카다시안의 사진을 들고 시대에 따라 아름다움과 몸에 대한 문화적 가치관이 어떻게 바뀌는지 토론을 끌어냅니다. 다음 수업에서 학생들은 포르노에서 그려지는 식의 유혹 대신 어떤 식으로 좋아하는 관심과 친밀함을 표현해야 하는지에 관해 토론할 것이고, 또한 성차별을 담은 언사를 빼고 좋아하는 이에게 말하는 법도 배울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일리는 성적으로 문란한 메시지를 보내거나 주고받는 행위, 그에 관한 법률에 관해 설명하고, 전 이성 친구의 알몸 사진이나 동영상을 상대방의 허락 없이 인터넷에 유포해 버리는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소개합니다. 청소년들은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이에 서로 동의한 채 주고받는 알몸 사진이라도 사진 속 인물이 미성년자이면 사진을 보낸 이도, 받은 이도 법에 저촉돼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란 듯했습니다.

수업 3주차를 맞은 데일리의 목표는 포르노 업계의 취약점을 낱낱이 드러내 포르노를 향한 청소년들의 환상을 본격적으로 걷어내는 것입니다.

“사실 포르노에 등장하는 두 명의 연기가 다가 아니잖아요. 하나의 거대한 산업일 뿐이고, 촬영장에도 많은 사람이 있겠죠. 그걸 생각해보면 딱히 섹시하다고 느낄 만한 지점이 없죠.”

이어 데일리는 보통 여자 포르노 배우가 얼마를 버는지 이야기합니다. 데일리는 2008년 다큐멘터리 “즐거움의 대가”를 토대로 한 수치를 읽어내려갑니다. “입으로 남자 성기를 애무해 사정해주면 300달러, 항문 성교 1,000달러, 남자 성기 두 개를 동시에 삽입하면 1,200달러, 남자 여러 명과 돌아가며 동시에 섹스하면 1,300달러. 남자 한 명 추가할 때마다 100달러 할증.”

“와, 듣다 보니 진짜 최악이네요.”

드류가 중얼거립니다. 카메라 앞에서 섹스하는데 고작 저 정도밖에 돈을 못 받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남학생도 있었습니다.

이어 어른들이 좀처럼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세계에 관해 무엇이든 물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 학생들은 온갖 질문을 쏟아냅니다. 데일리와 로스만, 알더는 답하느라 정신이 없어질 정도죠.

“남자는 얼마나 버나요?”

한 여학생이 물었습니다. 로스만은 남자가 여자보다 벌이가 시원찮은 몇 안 되는 직업 가운데 하나가 포르노 배우라고 설명해줍니다. 대신 남자는 배우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더 길죠. 그렇다면 여자 배우는 보통 얼마나 오래 이 일을 할까요? 평균 6~18개월에 불과합니다. 남자 배우가 실제로 흥분되지도 않는데 어떻게 발기하는 걸까요? 보통 비아그라를 씁니다. 아니면 때로 카메라를 잠시 꺼놓고 다른 사람이 배우를 직접 흥분시켜주기도 합니다.

이어 데일리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리얼리티 TV쇼에 출연한 참가자라고 가정하고 다음 주어진 특정 과제에 도전할 의향이 있는지, 돈을 받는다면 얼마는 받아야 도전하겠는지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부모님이 TV쇼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첫 번째 과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고, 누군가 얼굴에 끈적끈적한 물질을 들이붓는 것입니다. 아니면 다른 과제는 대변에 닿았던 숟가락을 핥는 일입니다. 학생들은 두 번째 과제부터 이야기를 나눴는데, 최소한 20억 원은 받아야 해볼지 말지를 고민해보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첫 번째 과제와 관련해 끈적이는 물질이 어떤 냄새가 나는지 누군가 궁금해했습니다. 아예 다른 학생이 물었습니다.

“정확히 끈적이는 물질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이제 데일리가 두 가지 과제 모두 실제로 포르노에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임을 알려줍니다. 먼저 끈적이는 물질은 남자들의 정액으로 무려 남자 13명이 여자 배우의 얼굴과 가슴, 입에 사정하는 대본입니다.

“뭐라고요?”

티파니라는 이름의 한 여학생은 당혹감과 분노에 섞인 말투로 소리쳤습니다.

대변에 닿았던 숟가락을 핥는 두 번째 과제는 “항문에서 입으로”라는 포르노 행위를 변주한 것으로, 남자 배우가 성기를 여자 배우의 항문에 삽입했다가 바로 여자 배우의 입으로 집어넣는 것입니다.

15살 남학생 한 명이 말했습니다.

“너무 역겹네요. (입에 넣기 전에) 씻으면 안 돼요?”

데일리는 단호히 말합니다.

“그럴 순 없어요. 그런데 우리가 사실 포르노를 볼 때는 말도 안 된다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을 잘 안 하죠, 그렇죠?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자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여러분 가운데 몇 명은 특히 비위가 약해서 이 장면을 생각하기도 싫을 거예요.”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는 드류의 목소리는 어딘가 침울하게 들렸습니다.

데일리는 2004, 2005년 제작된 포르노물 가운데 인기 있는 영상 속에 이렇게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장면이 몇 번이나 있는지를 기록해 정리한 2010년 연구를 좀 더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전체 장면의 88%가 언어폭력 내지 물리적 폭력을 담고 있었으며, 상대방을 세게 치거나 때리고 재갈을 물리는 등 입을 억지로 막는 폭력 행위가 많았습니다. 이 연구보다 더 최근에 브라이언트 폴 교수와 동료 연구진이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이성애자 포르노 영상 6천여 개를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해할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을 공격으로 정의하고 영상을 분석했는데, 전체 장면의 33%가 공격에 해당했습니다. 두 연구 모두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90% 이상) 공격을 받는 쪽이었습니다.

학생들 앞에 선 데일리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포르노를 보면 여성을 더욱 폭력적으로 대하게 될까요? 사실 이건 아직 그렇다, 아니다 밝혀지지 않은 문제입니다. 토론해봐야 하는 주제죠.”

10학년이자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 키라가 망설임 없이 답했습니다. 키라는 운동선수 같은 단단한 몸매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했습니다.

“포르노는 여성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성적 대상화 하는 것에 관한 환상으로 가득하죠. 어린이들은 포르노를 보면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고요. 포르노에 등장하는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을 사실로 착간한 나머지 여자가 “거기는 만지지 말라”고 말해도 결국에는 좋아할 거라는 대단한 착각에 빠져 있으니 말을 못 알아듣죠!”

키라의 절친인 티파니도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거들었습니다. 그때 불쑥 한 남학생이 다른 의견을 냈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아요. 포르노에서 남자가 여자의 목을 조르는 장면을 보면 누구나 저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렇게 해서는 안 되기도 하고요. 폭력이니까요.”

이 학생은 앞서 (포르노에서 봤더니) 항문 성교는 여자들이 대부분 좋아하기에 항문 성교만큼은 굳이 여자친구나 파트너에게 의사를 묻지 않고 시도해보겠다고 했던 그 학생이었습니다.

포르노 영상이 남자의 즐거움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거나 제일 중요하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포르노 업계 자체가 내세우는 배우를 빼면 제작부터 촬영까지 모두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자연히 모든 것을 남성 중심적인 관점에서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신디 갤롭은 말합니다. 갤롭은 “포르노 말고 진짜 사랑을 나누세요(MakeLoveNotPorn)”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사이트는 사랑하는 연인이 합의하에 하는 아름답고 즐거운 섹스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곳입니다. 자신의 동영상을 올릴 수도 있고, 돈을 내면 다른 일반인들이 올린 영상을 볼 수도 있습니다. 갤롭은 서로 원해서 하는 섹스야말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값진 사랑의 결실이라고 말합니다.

오랫동안 갤롭은 누구나 쉽게 포르노를 접할 수 있는 상황이 섹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똑똑히 지켜봤습니다. 현재 50줄에 접어든 갤롭은 지난 10년 넘는 세월 동안 20여 명의 남성과 교제했는데, 그녀가 젊은 남자와 연애하려는 나이 든 여성들이 찾는 사이트에서 주로 데이트 상대를 골랐습니다. 그녀가 사람을 만나는 기준은 그 사람이 착하고 자신에게 잘 해주느냐에 달렸는데, 갤롭은 같이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는 더없이 착하고 젠틀하던 남자들이 섹스만 하면 포르노에서 본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요구했다고 말합니다. 얼굴에 사정하고 싶다거나, 거칠게 섹스하는 것을 선호하거나 항문 성교를 원하는 사람도 많았고, 더 젊었을 때 만난 남자들은 대개 기본적으로 섹스 상대인 자신의 오르가슴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그저 자신만 흥분해 일을 치르면 그만이었다고 합니다. 갤롭은 포르노를 통해 섹스를 배운 남자들을 다시 교육해 섹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한다며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런 행위를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갤롭은 그런 하드코어 포르노가 어린 10대 여성에게도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습니다.

“예를 들어 남자애들은 누구나 다 여자의 얼굴에 사정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하거나, 남자친구를 사랑한다면 당연히 사정할 때 얼굴을 내줘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다른 여자들도 다 그럴 것이니) 싫은데도 억지로 좋아하는 척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할까 봐 정말 걱정이죠.”

스타트 스트롱 수업을 듣는 남학생 가운데는 여성의 얼굴에 사정해본 적이 있다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갤럽의 말을 듣고 나니 여러 도시를 만나며 인터뷰했던 사람들 가운데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던 학생들이 생각났습니다. 고3 남학생 한 명은 제게 포르노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남자가 여자 얼굴에 사정하길래 다들 그런 것인 줄 알았고, 여자친구와도 그렇게 해봤다고 말했습니다.

“사정할 것 같은데 얼굴에 사정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여자친구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제가 기대했던 모습이었고, 여자친구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남자들끼리만 이야기를 할 때 그 행위에 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는 특히 남자가 어디에 사정할 때 여자가 반드시 아래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남자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이 성행위를 주도하고 원하는 대로 리드한다는 느낌 같아요. 반드시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중요하죠. 어쨌든 남자들은 자신의 정액을 여자의 몸에 뿌려놓는 걸 좋아하거든요.”

스타트 스트롱에 있던 많은 여학생은 단호하게 그 행위가 싫다고 했습니다. 고3 여학생 한 명은 남자친구가 섹스할 때 자신의 얼굴에 사정하고 싶다고 했을 때 안 된다고 분명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여학생 3명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고3 여학생 한 명이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얼굴에 정액을 맞는 게 싫으면 어떻게 해야 하죠? 제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친구들은 남자가 휴지로 닦아준다며, 제 또래 여자애들은 대부분 다 얼굴에 남자친구가 사정하게 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잠시 후 그녀는 진짜 자기 생각을 밝혔습니다.

“전 사실 제 또래 가운데 그걸 좋아하는 친구는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저 남자친구가, 섹스 상대가 그걸 하도 좋아하니 동의해주는 거죠.”

옆에 있던 한 2학년 여학생은 나이가 좀 더 있는 언니들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 남자의 정액이 얼굴에 묻으면 솔직히 역겹다고들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때로는 감정을 억제해야 할 필요도 있는 것이 내가 안 해주면 그렇게 하도록 허락해주는 다른 누군가를 만나 그 사람과의 섹스를 더 좋아하게 될 테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의 결론이 났다고 합니다.

청소년기 남녀 사이의 역학 관계 혹은 권력 관계는 예전부터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청소년들의 항문 성교에 관해 2014년 영국 연구진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10대 여성들에게서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는데, 이들은 고통을 느꼈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아픔을 감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6~18세 이성애자 1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은 남자들이 항문 성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포르노에서 보고 배웠다고 생각했습니다. 항문 성교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남자들은 대개 친구들이 항문 성교가 좋다고 추천해줬으며, 다른 남자들도 하는데 자기만 못하면 뒤처지는 것 같아 경쟁심에 그렇게 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항문 성교를 해본 적이 있는 여성은 대부분 자신이 원해서 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섹스 상대의 설득에 넘어갔거나 강제로 한 경우도 있었죠. 어떤 남자들은 한 번 해보고 어떤지 그때 판단해보자며 손가락이나 성기를 여성의 항문에 넣어보며 여성이 거절하지 않으면 계속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한 청소년은 “상대방이 질려서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둘 때까지 끈질기게 했던 얘기를 하고 또 해 끝내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항문 성교를 할 때 고통스러운 건 여자가 좀 더 긴장을 풀고 익숙해지려고 노력해야 했는데, 그걸 잘 못 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남자는 물론 여자 가운데도 있었습니다. 항문 성교가 즐거웠다고 말한 여학생이 한 명, 그리고 남학생이 몇 명 있었습니다. 포르노에 빠진 청소년들은 쉬이 짐작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지난 2009년 미국인 성생활 조사 결과를 보면 항문 성교를 해본 적이 있는 남녀 가운데 이를 주기적으로 즐긴다고 답한 사람은 극소수였습니다. 인디애나대학교의 데비 허버닉 교수와 동료 연구진이 2015년 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항문 성교를 해본 여성의 70%가 고통스러웠다고 답했습니다.

드류는 포르노가 현실의 쾌락을 그대로 묘사하지 않은 것임을 한 가지 직접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처음 섹스를 할 때 드류는 자신이 여자친구보다 어떤 힘의 우위를 과시하며 육체적으로 섹스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니 모든 게 어색하고 이상해질 뿐이었죠. 설렘과 즐거움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거칠기만 했으니까요. 샤워하며 섹스하기, 입으로 상대방 성기를 애무해주기 등 포르노에서는 모두 너무 쉬워만 보이던 것들이 현실에서는 전혀 쉽지 않았습니다.

드류보다 한 살 더 많고 경험도 많았던 당시 여자친구는 섹스하던 중 그에게 자신의 목을 만져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여자친구가 시키는 대로 손을 가져다 댔습니다. 목을 조르거나 손에 힘을 주지는 않았죠. 그 자체가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딘가 좀 불편했습니다. 드류는 여자친구에게 왜 목을 만져달라고 했는지, 혹시 포르노에서 그런 장면을 보았기 때문인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궁금했습니다. 여자친구가 포르노를 봤다면 섹스 중 했던 행동 가운데 다른 것도 포르노를 보고 따라 했던 걸까요? 하루는 “포르노 바로보기” 수업이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다른 친구들과 둘러앉아 혼자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드류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여자가 정말 만족스러운 섹스를 했는지 정확히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여자친구는 분명 제게 좋았다고 말해주긴 했어요. 섹스 중에는 신음을 내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바로 그게 문제인데, 혹시 그게 가짜 신음이었을 수도 있고, 그런 척해준 걸 수도 있잖아요?”

한 졸업반 학생은 포르노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보더라도 여전히 포르노 때문에 어떤 기대치가 생기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둘이 옷을 벗고, 대개 여자가 남자 밑으로 가죠. 남자가 섹스의 과정을 대체로 주도하죠. 아주 간명하고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는 사항이죠.”

아직 섹스를 하기 전에 그는 포르노를 통해 구강 성교에 관해 일종의 환상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남자가 여자 위에 서 있으면 여자가 무릎을 꿇고 남자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해주는 장면이 포르노 속에선 워낙 흔해서 그도 언젠가 섹스를 하면 그렇게 애무해달라고 부탁해야지 생각을 했던 겁니다. 그러나 마침내 그는 여자친구와 섹스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식의 역학관계가 드러나는 섹스는 여자친구는 물론 본인도 원치 않는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2016년 여름 어느 수요일 오후, “포르노 바로보기” 첫 번째 수업을 들으러 온 한 고3 여학생과 스타트 스트롱에서 두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신의 중간 이름의 첫 글자를 따 A라고만 써달라고 부탁한 이 학생은 자신의 지난 중·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가정이든 학교든, 아니면 사회 어딘가에서 청소년을 위해 진행하는 성교육 프로그램이든 섹스에 관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그녀는 포르노를 보며 섹스를 배웠습니다. 처음부터 포르노를 볼 생각으로 접하게 된 건 아니었습니다. 6학년 때 또래 남학생들이 포르노 사이트를 같이 보자고 꼬드겼다고 합니다. 그 사이트가 포르노 사이트인 줄도 모르고 접속했던 A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그 전까지 남자의 성기를 그림으로도 본 적이 없던 A였습니다. 몇 년 뒤 그녀는 학교에서 다른 여학생들이 자위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건너 듣고는 다시 포르노 사이트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섹스에 관해 워낙 보수적이고 쉬쉬하시던 부모님은 여성의 몸이나 성생활 등에 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학교에서 처음 성교육을 진행했는데, 그저 온통 성병이 얼마나 위험한지, 계획하지 않은 임신이 얼마나 잘못된 건지 경고하는 내용뿐이었습니다.

실제로 몇몇 사립학교나 혁신적인 공동체 교육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에게 특히 여성의 몸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주거나 상호 합의로 이뤄지는 즐겁고 건강한 성생활, 다양한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제대로 된 성교육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입니다. 여성의 성욕이나 즐거움에 관해 토론할 수 있는 자리는 더욱 찾기 힘듭니다. 결국 A가 자위의 기본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경로는 포르노밖에 없었습니다. 16살 때 그녀가 가까운 친구 중에 처음으로 섹스를 했을 때 그녀가 일종의 교재로 삼은 것도 역시 포르노였습니다. 여성이 어떻게 구강성교를 해주는지 포르노 영상을 넘기며 익혔고, 섹스 중에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신음을 내는지도 포르노를 보고 배웠습니다. 자신의 성기 주변을 면도한 것도 포르노에 나오는 여자 배우 가운데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포르노가 무조건 다 나쁜 건 아녜요. 어쨌든 저는 포르노로 섹스를 배웠는데, 그렇다고 그런 저 자신이 싫은 건 아니거든요.”

진솔하게 이야기를 해준 A는 쾌활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대학교 수업을 고등학교 때 미리 듣는 심화 고급 수업도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놓은 그의 자신 있는 태도에 어른들은 감명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포르노를 통해 섹스를 배운 탓에 혼란스러웠던 것도 있는데, 포르노 속에서 여자 배우들이 황홀해 하는 모습이 진짜라고 생각했던 A는 처음 섹스를 하고 전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을 때 살짝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원래 처음이라, 또 자신이 경험이 부족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A는 포르노가 온통 섹스에 관한 허구로 가득 찬 상품이라는 걸 아는 데서 그칠 수 없었습니다. 실제 사람들은 어떻게 섹스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죠. 로스만 교수와 동료들은 “포르노 바로보기” 수업을 준비할 때 성교육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일부러 안전한 섹스에 관한 내용은 기본적인 지식 외에 더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수업 중 진행하는 “포르노 퀴즈쇼”에 관련 내용을 집어넣었는데, 팀을 이룬 청소년들이 네 가지 카테고리(성병, 피임, 10대들의 폭력과 성폭력, 포르노가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하나를 골라 문제를 푸는 겁니다.

“성병 관련 300달러 도전할게요.”

한 학생의 말에 알더가 질문을 읽습니다.

“왜 섹스할 때 윤활 물질이 중요할까요?”

드류가 묻습니다.

“윤활이라뇨?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다른 학생이 설명하려는 듯 말을 뗍니다.

“윤활유 같은 거 있잖아.”

검은 머리가 긴 한 여학생이 질문을 보탭니다.

“그런데 윤활유든 윤활제든 어떤 제품을 써야만 하는 건가요? 아니면 자연스럽게 원래 몸에서 그런 물질이 나오나요?”

윤활 작용을 하는 무언가를 써서 마찰을 줄여줘야 즐거워야 할 섹스가 아프지 않을뿐더러 피부에 상처가 날 위험이 덜해 성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드류는 이날 수업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그 전까지 드류가 공교육에서 접한 것 가운데 그나마 성교육에 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체육 선생님이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 것이었는데, 말을 하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던 선생님의 결론을 요약하면 “섹스는 그저 나쁜 것이니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정도였습니다.

오래전 그 선생님의 잘못된 가르침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라도 하듯 알더는 당장 칠판에 여성의 음문을 그려가며 짤막한 해부학 강의를 시작합니다. 그려놓은 음문에서 음핵, 질, 그리고 요도가 어딘지 각각 짚어가며 학생들에게 설명을 이어갑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것이 음문을 그려놓은 거예요.”

음문을 뜻하는 ‘vulva’라는 단어를 알더는 학생들에게 외국어 단어를 가르쳐주듯 천천히, 크게 여러 번 반복해 읽어줍니다.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동시에 이 단어를 처음 들어봤을 학생들을 배려한 것이기도 합니다. 알더는 말을 잇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음핵, 클리토리스예요. 여성이 흥분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곳이죠. 대부분 여성에게는 지스팟이 따로 없어요. 섹스 파트너가 여성일 때 그 여성을 흥분시키고 싶다면 가장 먼저 익혀야 할 부분이 바로 클리토리스인 셈이죠.”

“자, 다음으로 넘어가죠.”

이번에는 로스만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바통을 넘겨받습니다. 방금 전 알더의 설명은 해부학에서 시작했지만, 여성의 몸과 여성의 욕망, 즐거움 사이를 어느 정도 오갔습니다. 바로 그 점이 아이들에게 포르노를 가르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즉, 섹스와 관련해 우리 몸이 실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려주고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고 금기시돼 있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로스만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수업은 너무 노골적으로 섹스의 한 단면만 부각한 포르노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이지, 어떻게 섹스를 해야 즐겁고 좋은지에 집중하는 건 아녜요. 특히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부모가 거북해하거나 걱정할 만한 내용을 억지로 수업에 끼워 넣으려 하지 않았죠.”

데일리도 덧붙였습니다.

“사실 수업 내용에 스스로 완전히 만족했다고 하긴 어려워요. 그렇지만 우리가 결국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창출하려면 이 사회에서 오는 일종의 제약을 무시할 순 없죠.”

포르노를 가르친다는 것, 포르노에 관해 교육한다는 것은 정말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어떤 내용을 포함해야 하고 어디서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정석이라고 아직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공립학교에서 포르노 교육이 곧 보편화되리라고 내다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성교육 전문가이자 2017년 저서 <성적 결정: 10대를 위한 완벽한 참고서>를 펴낸 크리스 고웬은 몇 년 전 “노골적으로 섹스를 묘사한 콘텐츠”를 10대 청소년에게 어떻게 비판적으로 가르칠지에 관해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써서 배포했습니다. 고웬이 사는 오레곤주가 미국 전체에서는 그나마 성교육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지역에 속하지만, 고웬이 보기에는 교사들이 여전히 포르노에 관해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고웬은 교육 콘퍼런스를 열심히 찾아다니며 가이드라인에 관해 발표했고, 누구나 가이드라인을 받아볼 수 있도록 웹사이트에 올려놓았지만, 아직 고웬의 가이드라인을 실제 수업에 적용해봤다는 교사는 적어도 고웬이 아는 한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고웬은 사람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지 관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감히 “포르노를 들먹이는 것” 자체가 자칫 포르노를 홍보하거나 지지하는 것처럼 비칠까 봐 두려워 차마 엄두를 내지 못하는 학교와 교사들도 분명 적지 않을 겁니다.

세계보건기구 유럽 지부가 가장 최근 펴낸 성교육 지침을 보면, 늦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시작해 고등학교 때까지 꾸준히 성교육을 해야 하고, 특히 포르노가 성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학생들이 꼭 토론하게 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침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토론을 진행하면 좋을지에 관한 내용은 담겨있지 않습니다.

영국에서는 비영리 단체와 교사 노조가 뜻 있는 국회의원들과 손을 잡고 공교육 현장에서 섹스와 관계에 관한 학생들의 가치관 형성에 포르노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토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에서 포르노그래피와 청소년기에 관해 연구하는 막달레나 마테보 연구원은 스웨덴에서도 포르노 바로보기 같은 수업이 의무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300여 개가 넘는 학교, 청소년 단체, 정부 산하 교육기관에서 “In the Picture”라는 포르노 관련 교육 자료를 활용해 성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활용할 수 있는 자료란 관련 통계, 연구, 그리고 학생들이 풀어볼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문제 등인데, 이 자료를 만든 건 성폭력과 포르노 교육 전문가인 마리 크라베입니다. 호주 멜버른 근처에 사는 크라베는 지난 2016년 저도 참석한 미국에서 열린 교사와 사회복지사 연수 프로그램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섹스에 관해서는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자위도 마찬가지예요. 나쁘게 볼 이유가 없죠. 반면, 포르노그래피는 비판의 대상입니다.”

포르노 바로보기 수업에서 종종 간과되는 것 중 하나가 수업을 듣는 청소년뿐 아니라 이들의 부모와 함께 가는 문제입니다. 즉, 부모들이 이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와 관련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지난해 페미니스트 포르노 제작자인 에리카 러스트는 성교육 교사들을 위해 직접 학부모를 위한 포르노 교육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포르노 컨버세이션이라는 사이트에는 관련 연구와 기사, 읽을거리를 정리해놓았을 뿐 아니라 부모들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팁도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조차 모르는 부모들을 위해 자녀와 포르노, 성생활에 관한 말문 열기 팁이 대표적인데, 포르노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몸이 일반인과 얼마나 다르고 특이한지, 성관계를 하는 두 사람이 모두 만족하고 즐기는 데 필요한 팁은 무엇이 있는지 등입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왜 포르노를 보냐며, 누가 이 나쁜 걸 보여줬느냐며 다그치고 추궁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을 그르친다고 러스트는 말합니다.

“주류 포르노는 그냥 광신도 같아서 싫어한다고 그만이 아닙니다. 결국, 아이들에게 포르노를 노출한 것도 우리 사회고 어른들이 저지른 일이잖아요. 그럼 아이들에 어떻게 이를 헤쳐나갈지도 알려줘야죠.”

러스트가 제작하는 포르노는 다른 무엇보다 여성의 관점에서 흥분과 즐거움을 찾는 데 방점을 둡니다. 러스트는 특히 중고등학생 부모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자녀와 대화를 유도하고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여성의 성욕, 즐거움도 균형 있게 다루고 있으며, 공정한 노동 환경에서 제작된 포르노가 있다면 이를 “건전 포르노”로 분류하고 같이 이야기해보라는 식입니다. 저는 러스트에게 현재 7살, 10살인 그녀의 두 딸에게도 적당한 나이가 되면 지금 하고 있는 방식대로 성교육을 할 생각인지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15살이 되면 괜찮은 사이트를 추천해줄 거예요. 15살 정도면 성생활에 관해 알 만큼 성숙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누구나 섹스에 관해 호기심이 많죠. 사람들은 대개 자기 자신의 성적 매력에 자신 없어 하거나, 성생활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아요. ‘이걸 좋아해도 되나? 이렇게 해도 괜찮은가?’ 이런 생각을 줄곧 하죠. 어쨌든 저는 포르노를 일종의 감정 배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노골적인 성행위, 성적 표현도 그 자체로 두렵지 않아요. 제가 걱정되는 건 그보다도 그 기저에 흐르는 나쁜 가치관이죠.”

또 다른 페미니스트 포르노 제작자이자 작가인 트리스탄 타오르미노는 대학교에서 자주 강연을 하며 성인을 위한 직설적인 성교육 영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 성교육 영상은 XXX 등급으로 미성년자 관람불가입니다.

“10대들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제작한 영상을 보면 안 돼요. 방침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영상 내용 가운데 몇몇은 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지 않냐고요? (동의하는 듯한 제 표정을 보면서)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섹스하기 전에 참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죠. 준비 과정이 길다고 할까요? 아니, 실제 성교 행위만 섹스가 아니라 그 준비 과정도 모두가 만족스러운 섹스에 필요한 요소인 거죠. 윤활제나 성인용품 등 제품과 도구도 꽤 많이 나와요.”

대부분 학부모는 물론이고 10대 가운데서도 나이가 든 축에 속하는 청소년 가운데는 이 영상이 어색하고 거북한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습니다. 예를 들어 학부모가 자녀에게 이 사이트를 알려주고 관련 영상을 보여주며 섹스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기로 했다고 합시다. 하지만 아무리 성교육 영상, 혹은 ‘건전 포르노’나 ‘공정 포르노’라고 해도 엄연히 18세 이하의 미성년자는 볼 수 없는 영상을 보여주는 건 불법 아닌가요? 게다가 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자녀가 반드시 부모님이 그런 영상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했으면 하고 원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또 성교육 영상 가운데 어떤 것을 보여줘야 할지도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크라베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유기농 식품하고는 달라요. 유기농 인증을 받은 제품을 고르면 그만이지만, 윤리적인 포르노, 페미니스트 포르노라고 인증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 같은 게 없으니까요. 콘돔이나 덴탈 댐을 사용하는 성행위를 촬영하고도 얼마든지 기존의 포르노처럼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건전한 포르노”는 대개 무료인 경우가 없고, 찾기도 어려워요. 주요 포르노 사이트에서 흔히 무료로 접할 수 있는 영상 가운데는 좋은 포르노가 있을 수 없죠.”

진보적인 성교육 전문가로 잘 알려진 알 베르나키오는 포르노 바로보기와 같은 수업을 전체적인 성교육의 일부분에 정식으로 편입하는 것이 더 나은 해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교외에 있는 퀘이커교 계열 사립학교 소속인 베르나키오는 2014년 “For Goodness Sex: Changing the Way We Talk to Teens About Sexuality, Values, and Health”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으며, 고등학생들에게 직접 섹스의 기쁨과 서로 즐기는 법, 건전한 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 등에 관해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몇 안 되는 교육자입니다. 베르나키오는 포르노가 그저 여성을 폄하하고 대상화하며 건강하지 않은 관계를 보여줘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포르노만 봐서는 절대로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할지는 배울 수가 없거든요. 즐거움이나 서로 긴밀한 사이로 발전하는 데서 오는 기쁨을 배우고 싶다면 포르노는 절대로 봐선 안 돼요.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으니까요.”

크라베는 특히 젊은 남성들이 포르노를 보고 느낀 바를 아무 여과 없이 현실에 적용하는 우를 그나마 덜 범하게 할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그저 게으르고 이기적인, 자기만 만족하면 그만인 매력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포르노를 보세요, 그렇지만 혹시 섹스 후에 상대방으로부터 “정말 좋았어.”라는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듣고 싶다면, 그 비법은 포르노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어요.

신디 갤롭은 또 학부모도 자녀들이 사랑을 나눌 때 이기적이지 않고 주고받을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주기를 바라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부모님은 항상 열심히 일하고 예의 바르게 사회생활 해야 한다고 자녀를 가르치잖아요.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침대에서 섹스할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부모는 사실 아무도 없죠.”

베르나키오는 학생들이 실제 섹스 상황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어색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수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미리 남녀 성기의 사진들을 보여줍니다. 그림이 아니라 사진입니다.

“이 세상에 거의 모든 사람은 실제 자기 같은 보통 사람과 섹스를 하죠. 포르노 배우가 아닌 이상 포르노 배우와 섹스할 일은 거의 없을 거예요. 그런데 사람의 몸이란 실제로 굉장히 다양하거든요. 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몸에 관해 궁금증이 생기거나 혼란스럽거나 심지어 웃음이 나는 때가 사랑하는 사람의 알몸을 처음으로 봤을 때가 아니라 그보다 앞서 들었던 제 성교육 수업에서라면 잘된 일 아닌가요?”

그는 2012년 저서 “Sex Made Easy: Your Awkward Questions Answered for Better, Smarter Amazing Sex”를 펴낸 허버닉 교수와 함께 대부분 여성은 삽입만으로 오르가슴에 이를 수 없으며, 그래서 혀나 손, 아니면 성인용품으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특히 청소년들이 꼭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허버닉 교수는 이는 엄연한 인간의 삶의 일부분인 만큼 지혜롭고도 아주 섬세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포르노 바로보기” 수업을 이수한 첫 졸업생들이 다시 학교와 일상으로 돌아간 지 1년이 더 지났습니다. 적어도 수업 중에 나눈 토론 일부는 학생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세 차례 다른 학생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의 1/3은 여전히 파트너가 해보자고 하면 포르노에 나온 행위를 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포르노에서 본 것을 (따로 의견을 구하지 않고) 한번 해보고 싶다는 학생도 더러 있었습니다. 이런 흔치 않은 수업을 찾아 들으러 왔지만, 그들도 여전히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성에 관해 호기심 가득한, 아직 생경한 것투성인 청소년들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봤더니, 당장 “섹스 중에 찰싹 때리거나 구타하거나 머리채를 잡아당기면 상대방이 흥분할 것이다.”라는 문장에 동의하는 학생이 거의 없었습니다. 수업 시작 전에는 전체 학생의 27%가 저 문장에 동의했었습니다. 또한, 수업 전에는 45%의 학생이 포르노가 청소년이 섹스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답했지만, 수업을 듣고 난 뒤 그 비율은 18%로 줄었습니다. 수업이 끝날 때쯤 되자 포르노가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수업이 시작할 때는 학생 네 명 중 한 명꼴로 포르노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만 봐서는 수업의 어떤 부분이 구체적으로 학생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수업 내용이나 교재 덕분일 수도 있고, 데일리와 알더의 교육법이 주효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학생들이 스스로 마음을 열고 사실을 받아들였고, 서로 솔직하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의견을 나눈 끝에 생각을 바꾸게 됐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A로 써달라고 부탁했던 여학생은 포르노를 보기 전까지는 남자의 성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몰랐다며, 포르노를 그저 모든 청소년에게 백해무익한 것으로 몰아가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적어도 어린이가 포르노를 보고 밖에 나가지 않는 한 (원치 않는) 임신을 할 위험은 없잖아요.”

하지만 그랬던 그도 최근 제게 더는 포르노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즐겁기는커녕 고통을 참아가면서 억지로 흥분된 척, 좋은 척해야 하는 포르노 속 여자 배우들의 모습이 그녀를 한없이 불편하게 했습니다. 드류는 어느덧 포르노를 보면 과연 저 여자 배우가 하고 싶어서 섹스를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한 친구는 농담조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데일리, 알더 선생님이 포르노 보는 재미를 아주 싹 다 망쳐주셨어요.”

수업이 끝나고 몇 달이 지나 A는 스스로 목표를 한 가지 정했습니다. 앞으로 모든 섹스를 할 때 반드시 오르가슴을 느끼기로 한 겁니다.

“정말 그렇게 됐어요!”

제게 말하는 A의 목소리는 활기가 넘쳤습니다. 특히 그녀가 사귀던 사람이 성격이 개방적이고 항상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확인했던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포르노 바로보기” 수업이 직접 세세한 사항을 다 다루지는 못했더라도 A는 간접적으로도 기준을 잡아준 역할이 크다며 수업에 공을 돌렸습니다.

“쉽게 말해 괜찮은 것과 잘못된 것을 가르는 기준을 세워줬다고 할까요? 포르노를 보면 대개 남자들이 자신의 성욕만 신경을 쓰잖아요. 오직 단 한 가지 목표죠. 포르노를 보던 시절 저는 아무래도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나?’ 혹은 ‘잘못하고 있나?’ 이런 질문을 계속 스스로 던질 수밖에 없었어요.”

포르노는 여성의 오르가슴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랬던 겁니다. 하지만 이제 A는 그런 쓸데없는 질문으로 자기 자신을 옭아매지 않습니다.

한때 최고의 성교육 선생님으로 주저 없이 포르노를 꼽았던 드류는 이제 섹스에 관해 아예 관점을 바꿨습니다. 그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언가 자극적이고 흥분되는 것을 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어떤 것이 필요해요.”

성기를 비롯한 몸에 관한 토론을 통해, 또 포르노 속 배우들의 흥분한 모습이 모두 가식과 연기였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야 비로소 드류는 모든 여자가 포르노 속 여자배우처럼 쉽게 반응하지 않으며, 원하는 것도 그야말로 제각각임을 알았습니다. 사실 원하는 게 다 다른 것은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중하고 부드럽던 남자가 여자 배우에게 홀대받은 포르노 영상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드류에게는 (포르노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행복한, 좋은 섹스를 할 수 있을지 그와 마찬가지로 마음을 터놓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그런 여자친구가 필요했던 겁니다. 얼마가 걸릴지 모르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입니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순간도 몇 번은 지나야 할 테고요. 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드류는 이제 막 진짜 사랑을 찾기 시작한 것이니까요.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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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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