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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부통령,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 됐다”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이 쓴 칼럼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과 고위급 관계자를 만난 펜스 부통령이 북한과 대화 채널을 열고 외교적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방법을 한국 정부와 함께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국내 언론이 앞다투어 칼럼을 소개하고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칼럼 전문을 번역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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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국에서 마주친 미국과 북한 양측 고위급 인사들 사이에서는 내내 냉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막후에서는 조건 없는 북미간의 직접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외교적 해법을 찾는 데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 백악관과 청와대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새로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새로운 기회가 도래했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관전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게 한국에 머무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깊은 대화를 두 차례 나눴다고 말하며,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에 관해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먼저 남북한이 대화를 시작하고 곧바로 그를 바탕으로 미국도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이번 외교적 해법의 틀은 다음과 같다. 미국과 동맹국은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를 향해 분명한 의지를 갖고 행동하도록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압박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압박을 계속하는 가운데서도 북한 정권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할 용의가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를 두고 “최대한의 압박과 관계 개선을 동시에 꾀하는 것”이라고 불렀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실질적으로 굴복하고 핵을 포기하도록 최대한 압박을 가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만 대화 테이블에 앉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번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대단히 중요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렇게 덧붙였다.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인다는 판단을 미국과 동맹국이 내리지 않는 한 북한을 향한 압박은 계속될 겁니다. 북한을 최대한 압박한다는 원칙은 계속 변함없이 유지될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도 대화할 수 있습니다.”

펜스 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회담했고, 10일저녁에는 함께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관람했다. 두 차례 만남을 통해, 또 그 가운데 미국과 한국은 이번 방침을 조율하고 다듬었다. 펜스 부통령은 아시아에 머무는 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행 상황을 매일 보고했다. 사실 이번 회담 전까지만 해도 올림픽 끝난 뒤에 한국 정부가 북한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해도 될지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었다.

펜스 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이러한 불협화음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올림픽을 계기로 물꼬를 튼 남북관계를 계속 잘 다져나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펜스 부통령은 계속해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펜스 부통령이 먼저 문 대통령에게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대가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무언가를 양보하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또 문 대통령의 해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대화를 통해 무엇을 이룩하려 하는지 물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단지 대화에 나서는 대가로 경제적, 외교적 혜택을 얻지 못하리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할 것이며, 오직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의지를 실천에 옮길 때만 북한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겠다고 펜스 부통령에게 답했다.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방침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한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서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20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는 펜스 부통령에게 북한이 정확히 어떻게 하면 지금 부과된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될 것인지 물었다.

“저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대화가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원래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를 의제로 한 협상이라면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협상에 조건을 내건 것은 아니지만, 북한 핵포기에 관한 논의가 아니라면 이야기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 됐음을 선포했고, 국제사회에도 자신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었기에,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북한도 미국에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요구를 해왔는데, 대표적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라는 요구가 그랬다. 애시당초 동맹국의 연합 군사훈련을 두고 다른 나라, 그것도 연합군이 대치하고 있는 나라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었다.

새로운 대화 국면을 여는 데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장애물은 또 있다. 한국에 가기 전 펜스 부통령은 도쿄에 먼저 들러 북한에 사상 최고 수준의 강력한 압박이 임박했다며, 곧 그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에 맞서 올림픽이 끝나는 즉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 설 자리를 잃을 외교적 해법은 그대로 사장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보다 양측이 대결로 치닫고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막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북측 대표단에 평양을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그럴 여건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북미 대화를 서둘러 성사하도록 북측도 적극적으로 움직여달라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빙상장에서 제게 북측에 ‘반드시 미국과 대화해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이 말했다.

이른바 ‘대화를 위한 대화’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실제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앞서 여러 차례 그런 생각을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정도 인식으로 임하는 대화와 실질적인 협상을 벌이는 것은 엄연히 다를뿐더러 무척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진전을 이룩하려면 마주앉아 서로 이야기를 듣는 것은 필요불가결한 첫걸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악관이 조건없이 대화를 시작하는 데 동의했다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미국과 한국 사이에 균열을 우려하던 목소리를 단번에 잦아들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미국이 북한과 머리를 맞대고 끔찍한 국제적 분쟁을 막는 데 필요한 첫걸음을 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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