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다수가 남성인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특히 과학기술 분야(STEM)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는 여전히 적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교사들이 학생의 성별에 따라 수학이나 과학 분야에서 갖는 기대치가 다르고, 그 기대치 대로 학생들의 성적이 나오고 결국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여학생의 수학 능력에 대한 편견이 여학생의 수학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성별 격차의 원인을 찾는 최근 연구들은 교사의 성별이 같은 성별을 가진 학생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사의 성별이 같은 성별을 가진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인과관계를 파악하려면 교사가 무작위로 학급에 배정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성적이 낮은 여학생을 여교사가 담당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성적이 뛰어난 여학생을 여교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사의 성별이 같은 성별을 가진 학생의 성적에 미치는 인과 관계를 파악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서울의 중학교는 연구에 매우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주로 집 근처 중학교에 추첨을 통해 학생들이 배정됩니다. 그다음 중학생들은 무작위로 학급에 배정됩니다. 학생을 반에 배정할 때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식은 전년도 성적에 따라 전교 1등이 1반, 2등이 2반에 배정되는 식입니다. 그리고 담임 교사가 배정되고 과목별 교사가 담당 학급을 돌며 수업을 진행합니다. 과목별 교사가 맡는 학급이 정해지는 방식도 무작위에 가깝습니다. 최근 연구는 과목별 교사의 여러 가지 특징이 수업이 배정된 학급의 특징과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학교 내에서도 어떤 여중생들은 여교사에게 수학을 배우고, 다른 여중생들은 남교사에게 배우는, 소위 교사의 성별이 무작위로 학급에 배정되는 (연구에) 이상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겁니다.
우리는 서울 교육 종단 연구 2010 (Seoul Education Longitudinal Study 2010)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이 데이터는 서울에 있는 370개의 중학교 가운데 74개 학교를 무작위로 선정한 뒤 각 학교에서 2개 학급을 다시 무작위로 선정했습니다. 샘플에 선정된 학급에 포함된 학생은 총 5,065명으로 서울 교육 종단 연구 2010 데이터는 이 학생들을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추적했습니다. 매년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해서 다른 많은 조건을 통제한 뒤, 중학교 때 교사의 성별이 성적, 고등학교 선택, 그리고 대학 전공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폈습니다.
먼저, 여학생들은 중학교 1학년 때 친 시험에서 여교사가 가르친 과목에서 남교사가 같은 과목을 가르칠 때 보다 13.9% 높은 성적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 여학생들이 여교사에게 배운 경험의 효과는 고등학생 3학년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교사가 여학생을 가르친 효과도 컸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수학을 여교사에게 배운 여학생들은 남교사에게 수학을 배운 여학생들보다 수학과 과학에 특화된 고등학교(과학고)를 선택하는 비중이 15.1% 높았습니다. 이 여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심화 수학 수업을 듣는 비중도 크게 늘었으며, 과학기술 분야를 전공하겠다고 답한 비중도 높았습니다.
왜 어떤 과목을 여교사가 가르치는 것이 여학생들에게 특히 영향을 미칠까요? 데이터 분석 결과 이러한 효과는 학생들의 태도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여교사에게 배운 여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더 좋은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비중이 높았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여교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여학생들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선호하고 목표를 더 높게 세우는 등 태도 변화를 보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NBER Working Paper 2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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