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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마의 2시간 벽 언제쯤 깨질까

육상계에는 대표적인 기록 장벽이 세 개 있었습니다. 그 중 1마일 종목의 4분 장벽은 1954년 영국의 로저 배니스터 경이, 100미터 종목 10초 장벽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미국 육상선수 짐 하인스가 깨뜨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류가 넘어서지 못한 기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42.2km를 2시간 안에 주파하는 것이죠.

마라톤 종목의 현재 세계 기록은 2시간 2분 57초로, 2014년 케냐의 데니스 키메토 선수가 세운 것입니다. 육상계에서는 올해 9월 24일 열린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서 케냐 출신의 올림픽 챔피언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가 이 기록을 깰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키메토 선수의 기록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와 마찬가지로, 장거리 육상 선수들은 라이벌과 자기 자신은 물론, 환경적인 요소와 맞서 싸웁니다. 일반적인 마라톤 경기에서 선수들은 공기 저항을 극복하는데 에너지의 15%를 소모한다고 합니다. 여러 명이 무리를 지어서 뛰면 혼자 뛸 때보다 훨씬 힘이 덜 든다는 것이죠. 물론 보다 효과적으로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규정에 어긋나는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5월 6일 나이키는 이탈리아 몬자의 자동차 경기장을 빌려 “브레이킹2″라는 행사를 열고, 킵초게 선수를 비롯한 정상급 선수 3인을 초청했습니다. 주최측은 페이스메이커를 대규모로 고용해 선수들과 함께 달리게 하고, 커다란 시계를 장착한 테슬라 자동차를 선수들 앞에 달리게 했죠. 두 가지 모두 국제육상연맹(IAAF)이 허용하지 않는 트릭입니다. 이 행사에서 킵초게 선수는 2시간 25초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스포츠 과학자 로스 터커는 두 가지 조건에 의해 줄어든 공기 저항으로 킵초게 선수가 약 2분 정도를 단축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여기에 코스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 날 킵초게 선수의 퍼포먼스는 규정에 맞는 일반적인 조건에서 세계 기록을 가까스로 깨는 수준이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지만 공기 저항이 기록 갱신에 유일한 장애물은 아닙니다. 정확한 영향력이 파악된 바는 없지만 비나 습도, 온도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012년에 나온 한 연구에 따르면 정상급 선수들에게 최적의 기온은 섭씨4도로, 기온이 10도 오를 때마다 스피드는 1.4%씩 떨어졌습니다.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일 수록 기온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죠. 2007년의 또 다른 연구에서도 기온이 8도에서 17도로 오르면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1.6%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나이키 이벤트가 시작된 5월 아침의 기온은 11도였으니, 기온이 조금 더 낮았다면 기록은 좀 더 향상되었을지 모릅니다. 킵초게 선수는 그냥 정상급 선수가 아니라 지난 9개 대회 중 8개 대회에서 우승한 “역대급” 선수니까요.

지난 달 말 열린 베를린 마라톤 대회는 킵초게 선수에게 현실에서 가능한 최적의 무대가 될 수 있었습니다.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정상급의 동료 윌슨 킵생과 에티오피아의 케네니사 베켈레 선수가 함께 출전했고, 날씨는 서늘했습니다. 베를린 대회는 평지 코스고 급커브도 드물어, 현 세계 기록을 비롯해 6번의 세계 기록을 배출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육상의 신은 킵초게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온도가 14도까지 올라갔고 (현 세계 기록이 나왔을 때의 기온은 8도), 두 라이벌이 모두 경기를 중도 포기해버린 것입니다. 킵초게 선수는 이날 2시간 3분 32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이날 기온 조건이 최적이었다면, 킵초게 선수의 기록은 1%, 즉 75초 가량 단축되었을 것으로 추청됩니다. 나이키 이벤트 직후 로스 터커가 “베를린 대회에서 조건이 좋다면” 킵초게 선수가 세울 것으로 예측한  2시간 2분 20초와 비슷한 수준이죠.

마라톤 선수들은 보통 1년에 두 번 정도만 경기에 참가하고, 선수로서 최고 수준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1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7대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도시 가운데 베를린이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고 11월부터 2월 말까지 열리는 대회는 없기 때문에, 앞으로 킵초게 선수가 베를린 대회보다 더 유리한 조건에서 뛰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킵초게가 아닌 누구라도 공식 대회에서 마의 2시간 기록을 깨려면 운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할 겁니다. 연구자들은 순수한 통계학적 접근법부터 생리학적 계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인간 능력의 한계를 추정했습니다. 그렇게 도출된 “마라톤 기록의 한계”는 1시간 57분 58초에서 2시간 47초 사이입니다.  우선 2시간의 장벽을 깨는 것부터 쉽지 않아보입니다. 기록이 단축되는 속도가 지난 50년과 같다고 가정하면, 기록은 1년에 8초씩 단축돼 2040년이 되어서야 2시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20년 간 마라톤의 위상이 올라가고 대회 상금이 늘어나면서 장거리 인재가 마라톤으로 몰려 기록 단축세가 빨라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점을 고려해도 1년에 9.4초씩 줄여서는 2036년이 되어야 겨우 2시간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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