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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에게 불임 수술을 의무화하는 정책, 계속 유지될까?

성별 재지정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호르몬 요법과 수술, 사회적인 낙인과 차별까지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몰타, 아일랜드,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시민은 당국에 자신의 결정을 알리는 것만으로 성별을 재지정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동의나 정신 질환 진단까지 요구하는 국가도 있죠. 스위스와 그리스, 대부분의 동구권 국가를 포함한 18개 유럽 국가에서는 그 이상의 조치를 요구합니다. 바로 불임 수술이죠. 그 배경은 무엇일까요?

이처럼 트랜스젠더에게 불임 수술을 받게 하는 정책에는 어두운 우생학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스웨덴은 1970년대 초반, 세계 최초로 성별 재지정을 허용한 국가입니다. 그런 스웨덴도 당시에는 트랜스젠더가 정신병이고 아이를 키우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근거로 불임 수술 의무화를 엄격하게 적용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마저도 “트랜스섹슈얼리즘”을 “반대의 성별로 살아가고 받아들여지기를 원하는 욕구”로 정의하여 일종의 정신, 행동 장애로 보고 있습니다.) 스웨덴에서 이 정책이 사라진 것은 2013년의 일이죠. 하지만 유럽의 다른 국가들이 비슷한 정책을 취한 후였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추산에 따르면 EU 내 생물학적 성별과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 인구는 150만 여 명에 달합니다. 유럽은 성소수자 인권 면에서 진보적인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트랜스젠더 인권은 예외입니다. 성별 재지정에 필요한 절차가 국가마다 크게 다르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복잡한 의료 절차와 서류 작업이 필요하죠. 불임 수술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문제입니다. 지난 4월, 유럽인권재판소는 강제 불임 수술이 사생활 및 가족 생활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다며 소를 제기한 프랑스 시민 3인의 손을 들어준 바 있죠.

프랑스는 인권재판소의 판결을 따라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해당 판결은 비슷한 정책을 취하고 있는 20개 유럽 국가 역시 인권 협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개정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인권활동가들 역시 비슷한 판결이 몇 건 더 나와야 유럽이 일종의 법적 합의에 다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잇습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해가 확산되고 있고, 트랜스젠더라고 모두 수술을 원치는 않는다는 사실 역시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여러 국가에서 젠더는 개인의 정체성 가운데 덜 중요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의회는 현재 공적 문서에서 젠더를 아예 기록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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