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내내 스포츠 선수와 구단, 협회를 상대로 유치한 막무가내식 설전을 벌였습니다. 대중 연설과 밤늦은 시각 트위터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는 공방이 오갔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기사는 NBA 지난해 우승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가 보낸 지난 23일을 재구성한 기사지만, 미국인들의 이목은 특히 정규시즌이 한창인 미식축구 NFL, 그중에도 경기 시작 전 미국 국가 연주 장면에 집중적으로 쏠렸습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San Francisco 49ers)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은 흑인에게 유달리 가혹한 경찰의 관행을 비판하며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운동을 지지하는 뜻으로 경기 시작 전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한쪽 무릎을 꿇고 저항의 뜻을 표했습니다. 미식축구뿐 아니라 여러 종목 선수들이 캐퍼닉의 의식에 동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작심한 듯 이를 대놓고 비난하며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운동선수라는 놈들이 국기와 국가에 대한 예의조차 표할 줄 모른다.”며 “국가가 나오는데 일어서지 않고 무릎 꿇는 놈들은 그냥 다 잘라버리라.”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트럼프의 경솔한 언행에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많은 언론은 주말 경기보다도 경기에 앞서 국가가 연주될 때 선수와 구단, 경기장에 온 팬들이 어떻게 행동했으며,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시시각각 구장 상황을 업데이트했습니다.)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구단들은 대개 선수들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포츠계를 애국 진영과 매국 진영으로 나누려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동안 뜨거울 NFL과 캐퍼닉,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그리고 트럼프 문제는 향후에 다시 적절한 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앞서 언급한 대로 스테판 커리에게 벌어진 생경한 하루를 정리한 기사 “Stephen Curry, on a ‘Surreal’ Day, Confronts a Presidential Snub”를 번역해 소개합니다. 원문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면 “너무도 낯선 하루를 보낸 스테판 커리, 대통령이 건 시비에 맞서다.” 정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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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잠에서 일어난 커리의 핸드폰에는 20여 개의 메시지가 와 있었습니다. 한결같이 친구인 커리의 뜻을 존중하고 응원한다는 내용이었죠.
처음에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도대체 갑자기 무엇을 응원하는 건지 몰라 의아했을 뿐이라고 커리는 말했습니다. 아직 소셜미디어에 접속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고 나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긴 트윗을 봤습니다.
커리는 화면을 보고도 대통령이 남긴 트윗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인가 싶었죠.”
커리가 기자들에게 현 정권의 정책과 대통령의 언사에 동의하지 않으므로 백악관에 초청받더라도 가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힌 것이 하루 전인 금요일의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채 24시간도 되지 않아 “커리의 발언 때문에 즉각 초청을 철회한다.”고 트위터에 써버린 겁니다.
NBA 최우수선수를 두 차례나 수상한 스타 플레이어 커리는 이날 열린 시즌 첫 팀훈련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왜 특정 개인을 그렇게 콕 집어서 그런 말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왜 그러셨을까 짐작 가는 바가 없지 않지만, 그런 행동이 한 나라의 지도자라는 분이 하실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아서요. 지도자라면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NBA 우승을 차지한 뒤부터 시즌 우승팀은 백악관을 방문하는 전통에 따라 워리어스 구단도 백악관을 방문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티브 커 감독을 비롯해 워리어스 구단 관계자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정권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NBA 챔피언에 오른 스티브 커는 (우승팀의 일원 자격으로) 여러 차례 백악관을 방문했습니다. 커 감독은 지난 6월 우승을 차지한 뒤 자신이 트럼프 정권에 비판적인 것과는 관계없이 우승팀을 이끌고 백악관에 갈 생각이 있으며 이를 일종의 화합과 통합의 제스처로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습니다.
“평상시 같았으면 정치적 견해야 잠시 미뤄두고 그저 백악관에 가서 즐거운 추억을 남기고 오면 그만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봐도 평상시 같다고 하기 어려워요. 아마도 제가 어렸을 때 베트남전쟁 시대 이후로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사회가 갈라진 시기는 제 인생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커 감독이 지난 토요일 말했습니다.
하루 전날인 금요일, 시즌 첫 팀훈련에 앞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스테판 커리는 워리어스 선수들과 팀원들이 아직 구단 차원에서 백악관에 방문할지 말지를 결정하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커리는 만약 자신에게 결정을 위임한다면 자신은 백악관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적어도 선수들 사이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 같았습니다.
이튿날인 토요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커리가 망설이고 있기 때문에 워리어스 구단이 내려야 할 결정을 대신 내려주겠다며 백악관 초청은 오늘부로 없던 일이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무슨 말을 남겼는지 까마득히 모르던 커 감독은 잠이 깨기도 전에 아내가 다급히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고 말했습니다.
“비몽사몽 간이었는데, 아내가 계속 “이거 봐, 큰일 났어.”라고 중얼거렸어요. 아마 대통령은 우리가 거절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다양한 언로를 통해 동성애자 인권 보호나 인종차별과 불평등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습니다. 여기는 구단 프런트와 임원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밥 마이어스 단장은 이런 전통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수들이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구단은 이를 지지합니다.”
커리는 무엇보다 자신이 정치적인 논쟁에 뛰어들려 했던 것이 전혀 아니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콕 집어 시비를 걸어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친구들은 물론 동료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밝혀준 덕분에 힘이 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는 오히려 더불어 사는 지혜와 사랑, 통합, 평등을 이야기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기자회견 중 커리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는 과거가 그리운 듯한 표정으로 회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오바마 대통령과도 한 번 골프 라운딩을 나갔던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아마 이번 정권에서는 적어도 저더러 같이 골프 치자는 사람은 없겠네요.”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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