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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를 떠나는 보수성향 미국인들

“제 아이들의 정신세계가 이 동네 선생들의 리버럴한 교육에 점령당하고 있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막내아들이라도 구하고 싶어요.” “캘리포니아의 리버럴들은 제가 식사 전에 기도하는 것을 조롱합니다. 더는 이런 구속과 사회주의 환경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 인생의 다음 장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캘리포니아에 사는 보수주의자들이 폴 채벗 씨에게 보내온 이메일입니다. 43세의 공화당원인 채벗 씨는 이들에게 텍사스 북부의 콜린 카운티로 이사 오라고 권유합니다. 채벗 씨 자신도 작년 말 선거에서 두 번 낙선한 후 고향인 캘리포니아를 뒤로하고 콜린 카운티에 정착했죠. 그리고 올해 5월, 자신처럼 “블루스테이트(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주)”를 벗어나고자 하는 보수주의자들을 돕기 위한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이주를 원하는 고객과 “레드스테이트(공화당이 강세를 보이는 주)”의 부동산 업자들을 연결해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것을 수익 모델로 삼는 이 신생 기업의 미래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아직 실제로 중개료를 받은 사례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정치적 양극화가 진행 중인 미국에서 채벗 씨의 회사는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벌써 1천여 건의 문의가 들어왔죠. 가장 문의가 많은 지역은 바로 텍사스 주의 영원한 라이벌인 캘리포니아 주입니다.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 카운티에서 나고 자란 채벗 씨는 보수 성향 블루칼라 커뮤니티의 붕괴를 직접 목격하면서 환멸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공립학교가 망가지고, 범죄는 늘어나고, 주민들은 복지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에게 최후의 한 방은 낙선이었습니다. 이라크 참전 용사이기도 한 채벗 씨는 군사 기지 재유치와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공약, 생명 존중, 가족 우선, 신앙 존중이라는 기치 하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민주당 후보에게 11% 이상의 차이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2014년에도 낙선했지만 그때는 표차가 훨씬 적었죠. “캘리포니아에서는 리버럴이 무슨 잘못을 해도 잘못이 되지 않습니다.”

선거 패배 이후 그는 아내와 네 자녀를 데리고 텍사스 주 콜린 카운티로 이주했습니다. 새로운 주거 지역과 골프 코스, 인공 호수와 쇼핑몰들이 들어선 이 동네에서 채벗 씨는 7, 80년대의 오렌지 카운티를 떠올립니다. “여기는 그래피티도, 갱단도, 늘 머리 위를 맴도는 경찰 헬리콥터도 없어요. 꿈 같은 생활이죠.”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 1, 2위인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는 아메리칸 드림의 서로 다른 버전으로 오랫동안 경쟁을 벌여 왔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는 높은 세금과 높은 수준의 복지, 강한 공립 대학교를 자랑하는 반면, 텍사스 주는 낮은 세금, 약한 규제, 제한적인 복지를 내세웁니다. 미국 사회의 문화 전쟁에서도 두 주는 대표 선수 격이죠. 지난달에는 공화당 소속의 텍사스 주지사가 입양 기관이 게이나 트렌스젠더 부모 고객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에 대한 반발로 주 정부 공무원의 텍사스 출장을 금지했습니다. 그러자 텍사스 주지사 대변인은 “공무원 출장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과도한 세금과 규제를 피해 텍사스로 빠져나오는 기업들을 막을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맞섰죠.

채벗 씨의 고객들은 이름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메일의 사용을 허용했지만, 인터뷰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불만은 비슷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범죄 증가, 총기 규제, 홈스쿨링 관련 규제, 어린이 예방 접종 의무화, 연방 이민국에 협조하지 않는 지역 법 집행 기관, 높은 세율, 부동산 가격 상승, 공립 교육의 악화 등, 이들의 눈에 “미국의 몰락”을 상징하는 모든 것들입니다. 반면 채벗 씨가 홍보하는 텍사스 주는 미국적 유토피아 그 자체입니다. 일자리와 값싼 주택이 넘쳐나고, 세금은 낮고, 전통적 가족의 가치가 존중받는 곳이죠.

하지만 실제로 두 라이벌 주 간의 차이는 생각처럼 크지 않습니다. 작년 기준 텍사스는 266,600개의 일자리, 캘리포니아는 242,600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내 신규 일자리 창출 부문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죠. 실업률은 두 곳 모두 5%를 밑돌고 있습니다. 중위 소득은 캘리포니아가 61,818달러로 53,207달러인 텍사스에 앞서지만, 중위 주택 가격은 캘리포니아 500,200달러, 텍사스 167,100달러로 차이가 상당합니다. 올 초 발표된 한 경기 관련 보고서는 캘리포니아를 3위에, 텍사스를 6위에 두었습니다. 텍사스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인 대니얼 하머메시 박사는 경제면에서 텍사스가 캘리포니아보다 더 낫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캘리포니아의 생활비가 더 비싸기는 하지만 그만큼 훨씬 더 살기 좋은 동네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한편 텍사스 일부에서는 이곳도 캘리포니아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주도인 오스틴은 언제나 리버럴들의 오아시스와 같은 지역이었고, 휴스턴 역시 다양성을 갖춘 메트로폴리스로 변해가고 있죠. 민주당이 포기했던 지역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진보 성향 정치인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채벗 씨의 콜린 카운티도 예외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도요타자동차가 미국 본부를 캘리포니아에서 콜린 카운티로 옮기면서, 부동산 가격 폭등과 교통 체증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습니다. 여전히 정치적으로는 공화당이 강세지만, 기업들이 이주해오면서 민주당 성향의 주민들도 유입되고 있죠. 2012년 대선에서 미트 롬니가 65%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는 이 동네에서 56%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벗 씨의 잠재적 첫 고객인 멜리사 씨는 마음을 굳혔다고 말합니다. 48세의 어머니인 그녀는 대학에서 심리학과 스페인어를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푸드 식당의 일자리밖에 구할 수 없었던 캘리포니아의 현실에 크게 좌절했다고 말합니다. 딸이 문학 수업에서 담배와 신경안정제를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책을 받아왔을 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죠. 멜리사 씨는 채벗 씨의 소개로 콜린 카운티에서 부동산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샌디에고 집보다 훨씬 큰 집을 70% 정도의 가격에 구입하기로 결정했죠.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들어선 기분이에요.” 이 부동산 거래가 완료되면, 채벗 씨는 창업 이후 처음으로 수수료를 받게 됩니다. (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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