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로우는 또한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할 만큼 니코틴에 중독된” 사실을 계속해서 부인하는 오바마를 발견합니다. 오바마를 알고 지낸 수많은 사람이 개로우에게 오바마는 오랫동안 흡연량을 조절하지 못했다고 증언합니다.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학생 오바마는 하루에 담배 두 갑 정도를 피웠고, 나중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마다 또다시 흡연량이 늘어났습니다. 로스쿨에 다닐 때는 케임브리지 시 당국이 실내 흡연을 금지하자 하버드 로리뷰 사무실이 있는 가넷 하우스 건물 앞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오바마를 누구나 볼 수 있었습니다. 시카고에서는 농구나 골프 등 운동을 한 뒤 어김없이 담배를 한 대 피웠습니다. 그는 법대 교수로 일할 때도 항상 가방에 담배를 들고 다녔는데, 학생들은 오바마 교수의 가방에서 담배를 발견할 때마다 크게 실망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 뒤에도 2011년 마침내 금연을 선언할 때까지도 오바마는 애연가로 살았습니다. 물론 오바마가 자신의 흡연 사실을 모두 털어놓지 않는 것이 흠결은 아닙니다. 또한, 그가 애연가라는 사실이 그에게 실망할 근거가 될 수도 없습니다. 이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소아마비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능한 한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것과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담배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미지와 실제 오바마 사이의 괴리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이자, 특히 상징적인 사례로 꼽힐 만합니다.
오바마가 그려낸 오바마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는 실로 끈질기게 의문을 던지며 달려들고 있음에도, 개로우의 책 전체를 놓고 보면 이 책이 오바마를 끊임없이 부정적으로만 그려낸 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개로우는 스탠리 커츠가 쓴 “급진주의 수장 버락 오바마가 이끄는 미국 사회주의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Radical-in-Chief: Barack Obama and the Untold Story of American Socialism)” 같은 우파 성향의 작가들이 쓴 전기의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했는데, 특히 이 가운데 오바마를 열정적인 사회주의자로 묘사한 부분은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개로우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지녔기 때문에 기본적인 이념에서는 오바마와 별다른 마찰을 빚을 일이 없었을 겁니다. 몇몇 경우 그는 오바마에게 대단히 우호적인 사실을 밝혀내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프링필드에서 일할 때나 선거 유세 때문에, 또 대통령직을 수행하느라 바빠서 딸들에게 아빠의 역할을 얼마나 다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때문에 오바마가 얼마나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는지 일화가 책에 소개돼 있습니다. 시카고에 있을 때 오바마가 따르던 친구 중 한 명인 앨리슨 데이비스는 딸 말리아가 새로운 발레 동작을 배웠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오바마가 “전 집에 붙어있을 수가 없어서 딸들이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지 못하고 놓치고 있어요.”라고 탄식하며 눈물을 훔쳤다고 전했습니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직접 다루는 부분에 이르면 오바마를 몰아붙이는 개로우의 깐깐함도 최고조에 달합니다. 서정적인 문체와 큰 울림을 주는 이야기로 채운 이 책은 2004년 다시 출판된 뒤 많은 판매 부수를 기록합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은 오바마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관해 이 책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오바마는 복잡한 자신의 성격이 형성된 과정을 비롯해 자신의 삶에서 중요했던 일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서술했습니다. 이 책은 “회고록” 혹은 “자서전”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로 팔렸고, 많은 독자는 오바마 스스로 돌이켜 본 삶의 여정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개로우는 바로 여기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 소개된 수많은 사례와 이야기가 치밀하게 만들어진 발명품임을 알게 된 개로우는 마침내 도가 지나칠지 모른다는 우려를 무릅쓰고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은 “역사 소설”이라고 칭하기에 이릅니다. 그는 또한 오바마가 하버드 로스쿨에 다닐 때 친구이자 여러 가지 일을 함께한 동료인 피셔가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도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이 관여했다고 폭로합니다. 브렌트 스테이플스는 뉴욕타임스 서평에 “새 책 “떠오르는 별”은 오바마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생산하는 데 있어 오바마 자신이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이후 지금껏 누려 온 독점적인 지위를 깨겠다는 의도를 거침없이 드러낸 책”이라고 썼습니다. 정말로 그렇습니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 등장하는 사람 중에는 책의 내용이 개로우보다 더 불편한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오바마와 사귀었던 제이거 교수는 오바마가 글쓴이에게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 책 속에서 자신을 묘사하는 데 있어 선을 넘었다고 말합니다. 오바마와 사귀었던 또 다른 여성 제네비에브 쿡을 비롯한 어쩌면 여러 여성과 마찬가지로 제이거는 그저 오바마의 이름 없는 ‘전 여친 중 한 명’이라는 복잡한 집단에 속했습니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은 오바마와 사귀었던 여성들을 모두 백인이라고 묘사했는데, 제이거는 개로우에게 자신은 절반이 아시아계라서 스스로 완전히 백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와 제이거의 교제는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교제가 아니었습니다. 제이거가 지적한 것처럼 이는 혼혈 미국인 두 명의 교제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버락도 저처럼 절반은 백인의 피를 물려받았잖아요.” 제이거가 개로우에게 한 말입니다.
제이거는 또한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 두 사람이 갈라서게 된 계기를 묘사한 장면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습니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보면 이 커플은 한 흑인 극작가가 연출한 연극을 본 뒤 그에 대한 견해 차이가 심해져 마침내 헤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제이거의 기억은 사뭇 다릅니다. 오바마와 제이거는 결정적으로 1961년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전범 재판을 다룬 시카고 스페르투스 인스티튜트의 전시회를 본 뒤 심하게 다투게 되고 헤어집니다. 전혀 맥락이 다르죠.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오바마는 사랑하는 사람과 다투고 멀어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종적 차이를 꼽았습니다. 제이거는 인종적 차이라는 것이 없지는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오바마에게 크게 실망한 결정적인 계기는 오바마가 흑인 중심의 역차별 인종주의(black racism)에 단호히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떠올렸습니다. 당시 시카고 시장의 흑인 보좌관인 스티브 코클리가 공공연히 내세운 반유대주의가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시카고 정계의 화두가 됐습니다. 제이거는 이때 오바마가 다시 한 번 주어진 현실에 너무나 쉽게 순응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합니다. 도덕적인 옳고 그름을 따져가며 때론 용기 있게 대의를 외치는 사람을 원했던 제이거에게 가면 갈수록 현실을 핑계로 그저 세상에 순응하는 오바마와는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두 사람이 이렇게 명백히 다른 주장을 하는 건 어쩌면 세월이 흐르면서 두 사람이 간직하는 기억이 달랐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똑같은 일을 겪고도 애초에 그만큼 생각이 달랐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어쨌든 오바마의 실용주의를 향해 제이거가 제시한 새로운 관점은 오바마의 다른 지인들과 한 많은 인터뷰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됩니다. 결국, 개로우가 발굴한 오바마의 이런 특징은 “떠오르는 별”을 관통하는 주제로 자리매김합니다. 결국, 개로우는 이를 토대로 오바마를 향해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같다는 대단히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고, 이 도발적인 평가는 수없이 인용됩니다. 사실 이는 지나치게 가혹한 평가입니다. 2008년 오바마가 들고나온 희망과 변화의 메시지에서 공허함을 느껴 냉담해진 과거 지지자들도 나중에는 오바마의 완고함이나 계획적인 성격이 그가 정치에 필요한 ‘밀당’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인물임을 보여주는 근거라는 지적에는 대체로 동의합니다. 어쨌든 개로우는 수많은 인터뷰와 근거를 동원해 오바마의 실용주의가 오바마의 ‘성장 소설’을 쓰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였음을 밝혀냅니다.
“떠오르는 별”은 부제에 적시한 대로 버락 오바마의 성공기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며, 똑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풀이하느냐에 따라 사뭇 다를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앞서 소개했듯, 개로우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오바마라는 인물의 대중적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하지만 그는 또한 진짜 오바마의 성격이 어떻게 자리를 잡아갔는지도 꼼꼼히 추적하며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공동체에 뛰어들어 시민운동을 하던 시절 그가 어떻게 열정과 의지를 갖춘 인물로 거듭났는지 개로우의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 오바마는 제이거를 비롯한 몇몇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무언가에 대해 말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훗날 오바마가 제이거와 결혼할 수 없었던 이유로 꼽히기도 하는데, 제이거는 오바마가 더 큰 정치인이 되려면 자신은 반드시 흑인 여성과 결혼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는지에 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의 친구인 아지프 아그하는 개로우에게 “오바마가 내게 정확히 그렇게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시기에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오바마가 무언가 더 위대한 사명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 운명적인 무언가가 오바마의 실용적인 성향과 정치적 야망을 동시에 키웠다는 사실입니다.
개로우가 그린 오바마는 분명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살아있는 전설에 가까운, 흠잡을 데 없는 오바마와는 분명 다릅니다. 하지만 (개로우가 발굴해 낸) 진짜 오바마의 모습이 더 복잡하고, 더 흥미로운 동시에 무엇보다도 더 인간적입니다. 오바마의 카리스마와 운명적인 느낌은 그를 권력의 정점에 올려놓은 바람의 핵심이자 요체입니다.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려면 민주당은 오바마가 2008년에 부린 마술과도 같은 흡인력을 지닌 인물을 발굴해내야 할 것입니다. 개로우는 오바마와 진행한 인터뷰를 고르고 골라 이 과정을 상세히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개로우는 정치 컨설턴트가 아니라 역사가입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의 후광을 그저 기리는 일은 역사가의 일이 아닐 겁니다. 오히려 위대한 인물의 공과를 균형 있게 따지고 살펴 그 사람의 인간성을 드러내는 것이 역사가 본연의 책무에 가까울 것입니다.
위대한 지도자 한 명이 정치적 희망의 모든 짐을 다 지고 가는 상황이 가져올지 모르는 위험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직접 경고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1989년 9월, 시카고대학교를 떠나 하버드로 가기 전 오바마는 공동체 일선에서 시민운동을 하면서 느낀 점과 경험을 나누는 원탁회의에 초대받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는 해럴드 워싱턴이 시카고 시장에 당선됐을 때 시카고에 일었던 위대한 변화를 향한 희망을 언급합니다. 해럴드 워싱턴은 당시 오바마와 주변 인물들 사이에선 여전히 존경받는 정치인이었지만, 행사 참가자 가운데 일부는 워싱턴의 이름을 듣자마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회의 말미에 오바마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워싱턴이 너무나도 카리스마가 강한 지도자였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래서 워싱턴이 착수한 개혁은 탄탄한 정치적 지지기반을 다지지 못하고 뿌리를 내리지 못했으며, 워싱턴의 때 이른 죽음으로 개혁을 추구한 지도자가 사라지자 흐지부지됐다는 겁니다. 회의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주어진 자원을 누가 언제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갖도록 나누느냐를 결정하는 예술과도 같은 정치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의 비전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오바마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폴리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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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나도 그의 업적은 사라지지 않고, 대단했다는 생각도 변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