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라 할 만한 전기 작가들을 흠집 내려는 듯한 문장보다 더 큰 문제는 책의 주인공인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도 쩨쩨할 만큼 쓸데없이 꼬투리를 잡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개로우는 오바마가 1995년 회고록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Dreams from My Father)”을 펴낸 뒤 “평범한(modest)” 출판 행사를 했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W.E.B. DuBois의 성을 원래대로 ‘두보이스’라고 읽지 않고 프랑스어식 발음으로 ‘뒤보아’라고 말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개로우는 또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 시절 오바마가 이런저런 문제투성이인 부동산 개발업자 토니 레즈코의 청으로 일리노이 주 주택 당국에 쓴 편지에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이 있다”고 깐깐하게 지적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우리 가운데 맞춤법을 항상 완벽하게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꼬투리를 잡은 개로우 본인의 책 “떠오르는 별”에도 사족으로밖에 안 보이는 수식어나 잘못 쓴 문장 부호가 없지 않습니다. 명사로 쓰여야 할 “impact”가 동사로 쓰인 곳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문장은 비문이지만, 그래도 이 책이 부드러우면서도 씩씩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필체로 잘 쓴 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인생 전체를 샅샅이 뒤져가며 조금이라도 이상한 부분은 어김없이 찔러보는 태도는 오바마의 인생에 대한 오바마 본인의 기억과 개로우가 취재해 밝혀낸 사실을 비교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두드러집니다. 개로우는 이때마다 오바마의 기억이 완전하지 않고, 과장돼 있거나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꼭 짚고 넘어갑니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비롯해 오바마의 과거를 그려낸 책, 서술, 인터뷰 등에서 개로우는 오바마의 허점이나 흠결을 쉴새 없이 지적합니다. 오바마는 (어릴 적 살았던) 인도네시아 말을 쉽게 배웠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고, 어릴 때 검은 피부를 하얗게 바꾸려 했던 한 흑인에 관해 읽고 충격을 받았던 기사가 어느 잡지 기사인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으며, 학창시절 푸나호우 고등학교 농구팀에서 자신이 대단히 중요한 선수였다고 부풀려 말했다는 겁니다. 또한, 10대 청소년 때는 자신이 악동이었던 것처럼 그리고 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공익연구기관에서 일하던 시절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거나 아예 잘못 썼다는 겁니다.
이쯤 되면 개로우는 오바마가 저지른 사소한 실수까지 잡아내는 일에 거의 재미가 들린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떠오르는 별”에 혹평을 내린 비평가들은 오바마에게 이런 식의 꼬투리 잡기를 토대로 설익은 회의론을 들먹이는 개로우의 태도에 정나미가 떨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바마 대통령을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들은 꽤 많습니다. 대부분 언론은 임기 마지막 해 물러나는 대통령 오바마에게도 날 선 비판보다 2008년 신드롬을 일으키며 대통령에 당선되던 때의 환호 어린 시선과 지지를 보냈습니다. 오바마는 한마디로 다른 보통 정치인과는 근본적으로 결이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오랫동안 오바마를 지지해 온 사람들은 특히 대통령 임기 마지막 몇 달간 지난 2008년 정치권을 넘어 세상을 강타했던 오바마의 모습, 즉 희망이 없다고 여겨지던 정치권에 진심 어린 목소리로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던져준 오바마의 구세주 같은 모습을 되살려내려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오바마의 그런 이미지는 치밀하게 만들어낸 환상 같은 것입니다. 개로우는 CBS의 언론인 밥 쉬퍼를 인용하며 조심스레 “어쩌면 우리는 오바마란 인물에 대해 지나칠 만큼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워싱턴 정가를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보편적일지 몰라도 소위 지식인층 사이에서조차 단 한 번도 널리 퍼진 적이 없습니다.
“떠오르는 별”이 지나칠 만큼 꼬투리를 잡는 것으로 읽힌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진짜 버락 오바마란 인물의 모든 것을 꼭 밝혀내겠다는 개로우의 결연한 다짐 때문일 것입니다. 스스로 만들어낸 신화를 포함해 이제는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오바마를 겹겹이 싼 신화의 껍질을 전부 다 벗겨내겠다는 다짐 말이죠. 개로우의 날카로운 지적처럼, 적어도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를 유력 정치인의 반열에 올려놓은 그 연설 이후 우리가 봐 온 오바마는 두 가지 다른 모습입니다. 오바마와 함께 로스쿨을 다닌 피셔는 “진짜 오바마, 그리고 이와는 다른 대중에게 보이는 공적인 이미지의 오바마”라고 설명합니다. 오바마는 이에 관해 스스로 이렇게 말했죠. “원래의 제가 있고, 그리고 사람들이 ‘버락 오바마’라고 부르는 또 다른 제가 있는 셈이죠.” 개로우는 공적인 이미지의 오바마란 인물을 무자비하다 싶을 만큼 악착같이 파헤치고 분해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덜 알려진 진짜 오바마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마찬가지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입니다. 바로 이 노력 덕분에 새 전기 “떠오르는 별”은 오랫동안 기억될 만한 가치 있는 책이 됐습니다. 또한, 이 책이 온통 사실관계를 따져 묻는 비판적인 논조로 가득한 이유도 개로우의 그러한 노력 때문입니다.
“떠오르는 별”은 시종일관 오바마가 연애편지나 인터뷰, 그리고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그려낸 자신의 모습과 오바마의 진짜 모습 사이에 있는 괴리를 파헤칩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대중에게 풀어낼 때 오바마가 이야기에 과장을 좀 보태거나 사소한 부분을 꾸몄다고 해서 그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게다가 개로우의 설득력 있는 주장처럼 오바마가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쓸 당시 이미 정치 입문에 뜻을 두고 있었다면 더 그렇습니다. 그보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꾸민 오바마의 모습을 밝혀낸 개로우의 책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정치인이라면 으레 하는 식의 언변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실과 진심을 전해 온 인물이라는 오바마의 이미지 탓일 겁니다. 다른 전직 대통령과 비교해보면 금방 감이 올 겁니다. 빌 클린턴의 “나의 인생 (My Life)”이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결정의 순간들 (Decision Points)”를 읽는 독자들은 이미 어느 정도 이 책이 적당한 자기 자랑과 자신이 내린 정치적 결정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가득한 책일 것임을 짐작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읽은 이들은 대부분 정말로 오바마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떠오르는 별” 뒷부분에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정치인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진실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읽을 때면 오바마 자신도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하기만 한 정치인은 아니었다는 불편한 사실을 밝혀낸 개로우의 업적이 새삼 대단해 보입니다.
개로우는 오바마가 종교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실제 오바마의 행적과 배치된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오바마는 시카고 하이드파크에서 논란이 된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의 삼위일체 교회에 가곤 했습니다. 오바마의 시카고 친구들은 적어도 “오바마가 뼛속까지 신실한 유형의 인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적어도 동성애자의 권리 같은 사회적 문제에서만큼은 오바마의 진보적인 성향이 가감 없이 드러난 것이라고 믿지만, 개로우는 동성혼 문제에 관해 오바마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얼마나 자주 태도를 바꿨는지 여러 기록을 통해 밝혀냅니다.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 (베트남전 반대 운동 중에 테러 공격을 감행한) 오바마는 빌 에이어즈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묻는 말에 “저와 이웃에 사는 사람이고, 시카고대학교 영문과 교수이며, 제가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개로우는 오바마가 설명한 것보다 둘 사이가 훨씬 가까웠음을 밝혀냈습니다. (당연히 에이어즈가 40년 전에 저지른 테러 공격에 오바마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됩니다. 그보다 많은 이들은 에이어즈와 (2008년까지만 해도 남편보다 더 유명했던) 에이어즈의 부인 버나딘 도헌이 저질렀던 폭력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듯한 태도가 오바마도 속한 시카고의 지식인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는 시카고 매거진의 보도에 크게 분노했습니다.)
젊은 시절 오바마에게서도 자기 자신을 은근슬쩍 합리화하는 습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개로우는 오바마가 여자친구였던 알렉스 맥네어에게 보낸 편지를 인용합니다. 오바마는 편지에 자신이 “금융 데이터 분석을 주로 하는 회사에서 가장 장래가 촉망받는 젊은 인재 가운데 한 명”이라고 썼습니다. 오바마는 1983년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하고 이 회사에서 일했는데, 편지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나는 실수 없이 매끄럽게 주어진 일을 처리할 수 있었어. 누군가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은 부분도 제대로 고쳐놓고, 동료들이 씨름하는 문제들도 내가 나서서 해결하곤 하지.” 하지만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기억하는 오바마의 모습은 다릅니다. 개로우는 “남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이던 동료”, “오로지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듯한 사람”,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한”, “어떤 의미에서 내성적인”과 같은 동료들의 박한 평가를 종합해 오바마가 여자친구에게 현실과는 완전 딴판인 모습의 자기 자신을 꾸며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폴리티코)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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