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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의 성에 차지 않는 오바마 대통령 새 전기(傳記) (1)

* 럿거스대학교에서 언론의 역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데이비드 그린버그 교수가 쓴 글입니다.

서평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들 몇몇과 출판 과정을 챙겨야 했던 출판사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새 전기(傳記) “Rising Star: The Making of Barack Obama (떠오르는 별: 버락 오바마 성공기)”를 읽었거나 읽고 있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퓰리처상을 받기도 한 언론인 출신 역사가 데이비드 개로우(David J. Garrow)가 쓴 새 전기는 정말 훌륭한 책입니다. “떠오르는 별”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 14위까지 오른 건 분명 대단하지만, 순위권에 일주일밖에 머무르지 못하고 금방 사라진 건 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이 책이 올해 나온 책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고 중요한 책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저로선 더욱 그랬습니다. “떠오르는 별”은 로버트 카로의 역작에 버금갈 만큼 꼼꼼하게 사료와 팩트를 모아 정리한 걸작입니다. 또한, 대통령이 되기 전 오바마의 삶에 관해 지금껏 우리가 본 어느 책보다도,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접할 어떤 기록보다도 권위 있는 설명을 담은 책인데다가 술술 읽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개로우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진행한 방대한 조사만 보더라도 이 책은 최근 퇴임한 전직 대통령을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게 무척 중요한 책입니다. 책 초반부는 개로우가 이 책을 쓰며 발굴해낸 셸리아 미요시 제이거와의 인터뷰, 그리고 제이거와 버락 오바마 사이에 벌어진 여러 일화가 담겼습니다. 셸리아 미요시 제이거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오바마의 전 여자친구입니다. 현재 오베를린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제이거는 오바마가 지역 공동체 활동가로 일하던 시절 오바마와 함께 살았는데, (오바마의 엄마처럼) 당시 인류학 박사과정 학생이었습니다. 오바마는 제이거에게 청혼했었고, 미셸과 사귀기 시작한 뒤에도 몇 차례 제이거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제이거라는 인물은 오바마에 관해 개로우가 발굴해 낸 셀 수 없이 많은 흥미로운 사실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개로우는 제이거 외에도 총 1천 명이 넘는 오바마의 친구와 동료를 만나 인터뷰했고, 오바마와도 8시간 동안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또한, 오바마가 대학생 때 쓴 시, 로스쿨 시험 답안지, 그가 함께 작성했지만 공개되지는 않은 정책 원고, 시카고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을 때 그에 대한 강의평가, 그의 납세 내역, 2004년 미국 상원의원 경선에서 상대편 후보의 약점을 분석해 놓은 문서, 그가 진지하게 사귀었던 여자친구들에게 썼던 편지와 여자친구들이 오바마와 사귀던 당시 쓴 일기와 그 안에 담긴 (외설적이진 않지만) 섹스에 관해 솔직하게 적어놓은 이야기까지, 오바마의 삶 곳곳에 걸친 수많은 문서를 찾아내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 정치인 오바마를 키워낸 시카고 시절과 주 상원의원으로 일하며 정치를 배운 시간을 세심하게 재구성해낸 부분은 이 책의 백미입니다. 개로우는 역사가로서 놀라울 만큼 훌륭한 일을 해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훌륭한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했을까요? 우선 1,460쪽에 이르는 엄청난 두께에 기죽은 독자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 가운데 1,078쪽 정도는 대화체로 편하게 읽을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그렇게 두꺼운 책을 선뜻 사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웬만해서는 이 책을 샀을 법한 사람 중에 책이 발매되기도 전에 책보다 더 유명해진 서평 때문에 주저하게 됐다고 제게 말한 이들도 있습니다. 그 서평은 <뉴욕타임스>의 미치코 카쿠타니가 쓴 서평으로, 카쿠타니는 이 책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습니다. 서평의 첫 문단에서 눈에 띄는 부분만 모아도 다음과 같습니다. “지루하기 짝이 없이 길기만 한 내용, 곳곳에 과장된 설명이 지루하게 이어지며, 특히 거의 정신줄을 놓고 쓴 듯한 에필로그를 보면 전반적으로 신중함이 결여된 전기.”

서평이 나간 지 나흘 뒤, 이번에는 워싱턴포스트의 데이비드 모리니스가 남긴 신랄한 트윗에 아마도 이 책을 사려던 사람들이 더 줄어들었을 겁니다.

딱 한 번만 내 생각을 남기려 한다. 오바마에 관한 새 전기를 쓴 데이비드 개로우는 내가 지금껏 만나본 이들 가운데 정말 드물게 남의 뒤통수나 치는 야비하고 극도로 불쾌한 인물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워싱턴포스트의 대기자 모리니스는 “Barack Obama: The Story (버락 오바마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개로우가 쓴 책보다 분량은 훨씬 짧지만, 마찬가지로 좋은 책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모리니스 기자를 조금 아는데, 정말 인품이 훌륭하고 온화한 사람으로 이렇게 쉽사리 남을 비방할 사람이 아닙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의 전기를 펴낸 두 데이비드 (모리니스와 렘닉)는 개로우의 책 곳곳에서 지나치게 날 선 비판과 조롱을 받습니다. 제 생각에는 다른 작가를 언급한 것 자체가 쓸데없었다고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개로우는 “떠오르는 별”에 다른 전기 작가들이 받은 부정적인 평가나 그저 그런 평가를 주로 인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추가로 자기 외의 작가들을 에둘러 깎아내리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이 결혼 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 제이거는 언론인이 아닌 “최고 수준의 역사가”로부터 연락을 받아 기뻤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최고 수준의 역사가란 다름 아닌 개로우 자신을 일컫는 게 분명합니다. 개로우는 또한 오바마가 다닌 푸나호우 고등학교 생활을 취재하고 들여다본 수많은 기자 가운데 같은 학교에서 오바마를 빼면 유일한 흑인 남학생이던 동창 한 명에게 연락을 취한 기자가 많아야 두 명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개탄합니다. 만나는 건 차치하고 전화라도 해봤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다며 기자들을 나무란 겁니다. 개로우는 또 자신의 저서를 은근슬쩍 언급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오바마가 로스쿨에 다닐 때 친구인 롭 피셔와 함께 썼지만, 정식으로 발표된 적은 없는 정책 원고를 소개한 각주에 자기가 쓴 책을 언급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수줍은 척하며 실은 자기 자랑을 하는 모습이 눈살이 찌푸려지는 수준은 아니긴 합니다만, 안 그래도 개로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비평가들의 비위를 거스르기는 딱 좋은 수준입니다. (여기서 개로우도 평소 도량이 넓은 사람이라는 점은 언급해야 하겠습니다. “떠오르는 별” 책 곳곳에서도 개로우는 자신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작가와 그들의 저서를 여러 차례 소개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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