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스미스 씨는 태어날 때부터 자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난소는 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인공수정과 대리모 출산을 통해 남편과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식을 가질 수 있었죠. 2009년, 스미스 씨 부부는 제니 프렌치라는 대리모로부터 쌍둥이를 얻었습니다. 프렌치 씨는 본인의 난임 경험을 통해 난임 커플을 돕는 일을 하게 되었고, 자신이 “낳은” 아이들, 또 그들의 부모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미스 부부가 이런 식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입니다. 영국은 엄격하지만 명확한 법규에 따라 대리모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미국만 해도 주마다 법이 다릅니다. 대부분 국가에서 대리모 제도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제도의 부재와 비용의 문제는 국제 대리모 거래로 이어졌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리모를 고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개발도상국으로 향하자, 이들 국가는 이를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태국 정부는 2015년 외국인들이 돈을 주고 대리모를 고용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네팔에서는 대리모가 보상을 받지 않아도 대리 출산 자체가 불법입니다. 인도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대리모 산업이 크게 성장했지만, 최근 외국인의 대리모 고용을 전면 금지했죠. 이런 조치는 대리모들을 착취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개도국의 교육 수준이 낮은 여성들은 임신 한 번으로 10년 치 급여에 해당하는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들이 계약 내용을 알지 못하고 계약서에 서명하거나, 불임 클리닉이 임신 가능성을 높이거나 비용을 낮추기 위해 위험한 시술을 감행하는 상황을 우려합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 규칙이 엄격해진다고 해서 국제 대리모 제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국가로 옮겨갈 뿐이죠. 인도 정부가 남-남 커플의 대리모 고용을 금지하자, 인도의 알선 업체들은 냉동 배아와 임산부들을 비행기에 태워 네팔과 태국, 캄보디아로 건너갔습니다. 그리스와 라오스, 우크라이나,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인기도 높아졌습니다. 이렇게 해외로 나간 대리모들은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떨어져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더욱 착취에 노출될 위험에 처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대리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리모를 통해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가 정확히 집계된 바는 없지만, 2014년 미국에서만 최소 2,200명에 달하며, 이는 2007년보다 두 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영국에서는 2016년에 400명의 아기가 대리모를 통해 태어났는데, 이는 2007년에 비해 무려 8배 증가한 것이죠. 인도의 한 대형 클리닉은 2004~2015년 외국 고객의 의뢰로 1,000건 이상의 대리모 출산을 기록하기도 했죠.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부가 입양을 택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를 낳고 입양을 보내는 건수 자체가 크게 줄었습니다.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면서, 대리모 출산을 원하는 남-남 커플도 많아졌죠. 배우자 없이 아이를 키우려는 남성이나 여성도 있습니다.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이 모든 것이 가능해졌고, 유전적으로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아이를 출산만 하는 것도 가능해진 것이죠.
미국에서 정식 대리모 계약이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은 1976년의 일입니다. 당시 아버지의 정자를 대리모의 체내에 인공적으로 주입해 아이가 태어났지만, 이후 대리모이자 생물학적인 어머니인 여성이 양육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걸어 이 계약이 유명세를 치렀죠. 이 사건으로 대리모 제도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뉴욕을 비롯한 여러 주에서 대리모 제도가 금지됩니다. 대리모들이 낳은 아이에게서 정을 떼지 못한다는 이미지도 그때 널리 퍼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대리모가 아이를 직접 키우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는 경우는 극도로 드물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대리모들은 애초부터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자기 아이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아이의 운명이 바뀌는 드문 경우는 오히려 의뢰인 부부가 마음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2004년 이후 대리모 제도를 법제화한 캐나다에서는 지금까지 그와 같은 경우가 5건 발생했습니다. 원인은 주로 부부의 이혼 때문이었죠. 하지만 대리모가 양육권을 얻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모두 제 3자에게 입양되었죠.
선진국에서는 중개 역할을 하는 업체가 모든 상황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합니다. 호주에서는 대리모와 의뢰인이 모두 전문 심리 상담과 법률 자문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영국에서는 부모가 대리모를 통해 낳은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기 전에 사회복지사의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관련 단체는 대리모와 부부가 최소 3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서로를 알아갈 것을 권고하고 있죠. 세 사람이 “태아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임신을 중절한다” 등의 문항이 포함된 질문지를 놓고 의견을 맞추어 보기도 합니다.
대리모가 법제화된 곳에서도 사람들은 규제를 피하고자 해외로 눈을 돌립니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커플들만 대리모를 쓸 수 있으므로, 혼자서 아이를 갖고자 하는 사람들은 외국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동성애자 커플에게 대리모를 허용하지 않는 이스라엘과 호주 일부 지역 출신의 부모는 네팔 대리모 산업의 주요 고객입니다. 특히 아기 거래의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대리모에게 임신, 출산과 관련된 비용 외에 추가적인 보상을 절대 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알선 업체는 광고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잠재적 고객은 업체를 찾아 헤매야 합니다. 대리모를 통한 출산 비용도 물가 수준, 보상 가능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한편 아기가 태어난 후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영국 국적의 부모가 해외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을 경우, 모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되어도 입국 후 아이의 부모로 법적 인정을 받기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립니다. 대리모 고용이 합법인 국가에서는 여느 부모들처럼 임신과 출산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고 축하를 받지만, 자국에서 대리모 고용이 불법이라면 해외에서 낳은 아이를 비밀리에 데려와야 합니다. 어떤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무국적자 신세가 되기도 합니다. 유럽에서도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생물학적 부모의 집이 아닌 고아원으로 보내질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에 대리모 출산 관련 법규가 없던 나라에서도 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2013년, 스웨덴 정부도 대략적인 원칙을 발표하면서 입법을 예고했죠. 하지만 1년 후 윤리성 검토를 맡은 위원회는 대리모 합법화에 반대하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근거로는 첫째,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이가 자라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점, 둘째, 대리모가 되는 결정을 강요받지 않았음을 100% 확신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꼽았죠.
종교적 보수주의자들과 좌파 페미니스트들이 드물게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가톨릭교회가 대리모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고, 여성이 출산 기계로만 취급받는 상황을 우려하는 페미니스트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죠. 2015년 유럽의회 역시 대리모 제도가 여성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금지해도 대리모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국경을 넘어 이동할 뿐이죠.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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