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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책임 최소 연령, 국가마다 천차만별입니다

관습법상 범죄가 성립하려면 행위 자체와 범의(犯意), 즉 자신의 행위가 범죄임에 대한 인지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나이에 이르러야 이와 같은 의식이 생기며, 따라서 저지른 행위에 대해 재판과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10년 전 UN 아동권리위원회가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최소한의 나이”를 12세로 권고하고, 각국이 이 연령을 지속적으로 높여가야 한다고 선언했을 뿐입니다. 필리핀과 같은 국가는 반대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최근 형사 책임 최저 연령을 15세에서 9세로 낮추자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국내외에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필리핀은 이 분야에서 상당히 진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2006년 형사 책임 최소 연령을 도입했을 때만 해도, 전 세계에 형사 책임 최소 연령이 15세 이상인 국가는 19개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하향 조정에 찬성하는 이들은 성인 범죄자들이 아이들을 꼬드겨 착취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인권 단체 등 반대파는 형사 책임 연령 조정이 범죄를 감소시킨다는 증거가 없으며, 착취하려는 이들 대신 착취당하는 이들이 처벌을 받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편 형사 책임 최소 연령이 14세 이상인 국가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범죄 문제에 있어 리버럴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노르웨이나 스웨덴 같은 나라와 동티모르, 모잠비크와 같이 최근에 사법 체계를 정비한 개도국들이 함께 있습니다. 유럽 내에서는 대부분 국가가 UN 권고 수준을 상회하지만, 8살 난 어린이도 처벌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와 같은 나라도 있죠. 영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10살이면 재판에 넘겨질 수 있습니다. 남아공, 호주, 뉴질랜드 등이 영국 식민지의 전통을 공유하고 있고, 형사 책임 최소 연령이 7세인 국가도 인도, 파키스탄 등 21개국에 이릅니다.

정확한 나이를 정하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코모로와 같이 “사춘기”로 정하고 있는 곳도 있고, 성별이나 범죄의 종류에 따라 기준을 달리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이렇게 모호한 기준이나마 있는 것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청소년 보호에 도움이 됩니다. 가장 충격적인 나라는 미국입니다. 연방 차원에서 최소 연령을 14세로 정하고 있긴 하지만, 대다수 범죄가 주 차원에서 다루어지는데, 50개 주 가운데 35개 주에 아무런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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