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또래와 같은 나이에 유치원에 보내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1년 더 기다렸다가 천천히 보내는 게 좋을까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본 고민일 겁니다.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진이 덴마크 어린이들의 데이터를 분석해봤더니, 최대 1년 더 늦게 유치원에 입학한 아이들의 자제력이 일찌감치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치원 입학을 1년 미룬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11살이 됐을 때 부주의(inattention)나 과다행동(hyperactivity)이 73% 적었습니다. 이 효과는 놀랍게도 상당히 오래 지속됐습니다.”
연구진 가운데 한 명인 스탠포드 교육대학원의 토마스 디 교수는 덴마크 국립 사회과학연구원의 한스 헨릭 지베르트센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유치원 입학 시기가 부주의나 과다행동에 미치는 효과는 강력하고 오래 갔으며, 시간이 흘러 학년이 올라가면서 차이가 줄어들 거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1년 늦게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의 경우 11살이 됐을 때 거의 예외 없이 부주의나 과다행동이 또래 평균보다 덜 나타났습니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의 주요 특징이기도 한 부주의와 과다행동은 어린이의 자제력을 약화시킵니다. 앞선 연구를 보면 어린이의 자제력은 학업 성취도와 상관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마시멜로 실험이 대표적인 사례) 스탠포드 연구진이 진행한 이번 연구에서 부주의나 과다행동이 덜 나타난 학생들은 나중에 고등학생이 됐을 때 시험 성적도 대체로 높았습니다.
핀란드나 독일 같은 나라들은 이미 취학 연령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어린 시절 유치원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해도 나중에 딱히 학업에 지장을 받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15세를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핀란드 학생들은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미국 어린이들은 보통 만 다섯 살에 유치원(kindergarten)에 들어갑니다. 오늘날 미국 유치원생 가운데 약 20%가 여섯 살입니다. 미국에서 생일 기준 취학 연령을 조금 더 앞당기려는 움직임도 없지 않지만, 오히려 대세는 아이들을 일찍 제도권 교육에 맡기는 대신 집에서 더 오래 놀리며 키우다 천천히 유치원에 보내는 “레드셔팅(redshirting)”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특히 경제 사정이 넉넉한 부모들이나 남자아이인 경우에 레드셔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나이가 더 많은 아이들이 이것저것 잘할 수 있는 게 많고, 능력은 곧 자신감으로 이어지며, 자신감은 더 높은 성취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는 겁니다.
연구는 지난달 국립학술원에 실렸습니다. 연구진은 유치원에 늦게 입학하는 것과 높은 시험 성적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자, 시험 성적 대신 정신 건강의 차이를 살펴봤습니다.
연구진은 덴마크 출생집단(DNBC, Danish National Birth Cohort) 연구의 방대한 최근 조사 자료 가운데 7세, 11세의 정신건강 상태를 기록한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7세 어린이 54,241명의 부모가 자녀의 정신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설문에 답했고, 이 가운데 35,902명의 부모는 아이가 11살이 됐을 무렵 다시 한 번 설문에 답했습니다.
덴마크 어린이들은 만 6세가 되는 해에 유치원에 입학합니다. (올해 2011년생 어린이들이 입학하는 셈) 연구진은 인구조사 데이터와 덴마크 교육부의 취학 아동 데이터를 분석해 생일이 기준시점인 1월 1일 직전, 직후에 있는 어린이들을 추려내 나이의 효과를 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여섯 번째 생일이 한참 전에 지난 어린이와 아직 여섯 번째 생일이 오려면 먼 아이가 같은 학년에서 공부하는 것이죠. 여섯 살 때만 해도 몇 개월 차이는 성장과 발달 정도에서 작지 않은 차이를 낳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유치원 입학을 1년 미룬 아이들이 누구나 무상으로 유아원(pre-kindergarten)에 갈 수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환경이죠. 그래서 덴마크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쉽사리 확대 해석해선 안 됩니다. 훌륭한 무상교육 같은 대안이 없는 사회에서 부모들은 아마도 자녀를 일찍 유치원에 보내 교육을 하는 것을 여전히 선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가설이 제기됩니다. 학교에 늦게 입학하는 아이들이 나중에 자제력이 높은 이유는 틀에 박히지 않은 놀이를 통해 사고하고 스스로 학습한 덕분일까요? 발달심리 연구들을 보면 특히 어린이에게 감정적, 지적인 자기 관리를 가르치는 데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이는 무척 중요합니다. 연구진은 이런 설명을 함께 달았습니다.
“학교에 늦게 입학하는 어린이들은 이렇게 즐거운 놀이 환경을 (적절한 시기에) 충분히 겪고 왔을 수 있다.”
어쩌면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거나 놀면서 큰다는 말이 꼭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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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유치원이 유아원이랑 같은 의미로 쓰이지 않나요? 이 기사의 유치원은 한국으로 따지면 0학년, 누리과정, 공교육의 시작을 말하는 듯 합니다. 언급된 나라들에서는 아이들이 만 6세 전까지 학교는 안다녀도 다른 유아원이나 어린이집은 다니고 있다는 얘기지요.
근데 공교육만큼 철저한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자율성이 최대로 보장되는 어린이집이며 또 매일 가는 게 아니고 일주일에 몇번 식으로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보육원, 어린이집, 유치원 용어가 혼용되고 있어서 위 기사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움이 있죠.
그래도 어린이집, 보육원은 아이들 끼리 즐겁게 노는 곳이라는 뉘앙스가 강하고,
유치원이라 하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1~2년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뉘앙스가 있죠.
우리나라도 만 5세만 되면 유치원(정식 커리큘럼이 있는 곳)을 보내게 되는데,
제가 볼때, 만6세에 보내도 충분하다는 것이 기사내용 같네요.
만 5세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서 공부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오히려 독약이 된다는 느낌인거죠
저도 동의합니다.
(그나저나 대한민국에서 만 나이는 언제쯤..)
좋은 글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오해의 소지가 많은 글입니다. 기사에서 소개하는 연구가 의미하는 취학 연령 지연의 효과는 개별 부모가 그런 선택을 할 때의 효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국가 수준에서 취학 연령을 높이는 게 사회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가를 의미합니다. 안그래도 육아에 대한 근거 없고 불분명한 정보가 불안한 부모들의 눈과 마음을 어지럽히는 상황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사 소개는 다소 아쉽습니다.
Seongsoo Choi님, 지적 감사합니다. 앞에 독자분들도 지적해주셨듯, 이 기사는 제도에 따라 달리 쓰이는 용어가 달라 지칭하는 학교, 유치원, 유아원이 명확하지 않은 점, 또 부모 개인의 선택보다 사회적으로 정부가 제도를 어떻게 운영해갈지가 더 중요한데 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원문에 없는 내용이라도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더 꼼꼼하게 글을 소개했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습니다. 다음번에 부족한 부분을 꼼꼼하게 살핀 글을 골라서 소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잘모르겠고 헷갈립니다
몸이 많이 힘들고 노산이라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23갤 아이 벌써부터 보내고있는데.. 이런글 읽음 가슴이 무너집니다
이게 정답이라면 몸이 부서져도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어떤것이 답인지...
제결론은 자식교육은 부모의 인격이라 생각합니다 방법론보다는 부모의 인성이 거울같아 아이가 그대로 크는것 같습니다
저도 그닥 좋은성품은 아닌지라 기도하며 무던히 노력하고있어요
육아가 정말 어떤것이 답이라 딱 나오면 참 좋겠어요 ... 그러지 않기에 항상 고민합니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 저도 함께 성장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