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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반대와 페미니즘, 양립할 수 있을까?

낙태할 권리를 반대하는 사람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칭할 수 있을까요? 이번 주 토요일 워싱턴에서 열릴 여성행진을 앞두고, 주최 측이 “낙태 반대 페미니스트 단체”를 배제하면서 해묵은 논쟁이 재점화되었습니다.

이달 초, “뉴 웨이브 페미니스트(New Wave Feminists)”의 운영자는 여성행진의 공식 파트너 신청을 했습니다. “뉴 웨이브 페미니스트”는 “쎈캐, 프로 라이프, 페미니스트(Badass, Pro-life, Feminists)”를 자처하는 단체로, 오랫동안 반(反)트럼프 태도를 고수해 왔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만, 트럼프의 여성 혐오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싶다며 여성행진 참가 신청서를 냈죠.

이 단체가 여성행진의 수백 개 파트너 단체 중 하나로 등록되면서, 언론에는 이번 여성행진이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진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심층 분석 기사까지 등장했습니다. 주최 측과 인터뷰를 한 “아틀린틱”의 기자는 이번 행사가 진정한 의미의 교차성을 보이고 있으며 페미니즘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고 썼죠.

하지만 곧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록산 게이, 제시카 발렌티 등 저명한 여성주의 운동가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힌 것입니다. 이들은 선택할 수 있는 권리야말로 페미니즘의 근본이며, 여성의 의사에 반하는 출산을 강요하는 것을 결코 여성주의라 부를 수 없다며 주최 측에 재고를 요청했습니다. 주최 측은 즉각 답을 내놓았습니다. “뉴 웨이브 페미니스트”를 공식 파트너 명단에서 제외하고 이번 여성행진의 공식 입장은 “프로-초이스(pro-choice)”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해당 단체를 명단에 올린 것은 “실수(error)”였다고 밝혔죠.

“뉴 웨이브 페미니스트” 측은 신청서를 제출할 때 단체의 입장을 명백하게 밝혔으며, 파트너십 취소 조치와 성명 발표 전후로 주최 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성명 발표 전부터 낙태 문제에 대한 주최 측의 입장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근본적인 의견 차이를 가진 다른 여성들과 나란히 서고 싶었다는 것이 단체의 입장입니다. “의견에 차이가 있지만, 신념이 겹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여성주의라는 클럽 안에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하면서 프로-라이프(pro-life)만 안 된다는 게 참 아이러닉하네요.”

물론 페미니즘은 일종의 클럽입니다. 공유하는 원칙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여성 단체”를 공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여성주의 리더들은 다른 이슈에서 연대할 수 있는 잠재적인 파트너를 잃은 것도 사실입니다. 행진 참가자들의 단결을 다진다는 차원에서 합리적인 결정이었지만, 이들이 배제한 사람들의 수가 적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2015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보는 밀레니얼 여성 가운데 18%가 자신을 프로-라이프로, 37%가 프로-라이프이자 프로-초이스로 규정했습니다.

“뉴 웨이브 페미니스트” 측은 공식 파트너십 지위와 관계없이 22일 행사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애초 행진 참여자 수를 50~100명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번 논란으로 홍보가 돼 더 많은 “프로-라이프 페미니스트”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팻말들도 준비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지난봄 인터뷰에서 했던 말 “당연히 페미니스트이면서 프로-라이프일 수 있죠”도 슬로건이 될 수 있겠네요. (슬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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