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매스터대학 사회복지학과의 새라 그린 교수가 HIV 보균 여성들을 만날 때면 종종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제가 강간을 당해도 잡혀가게 되나요?” 이 무슨 황당한 의문이냐고요? 걱정의 배경에는 HIV 보균 사실 비공개 범죄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대법원은 상대가 HIV 보균 사실을 밝히지 않거나 이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경우, 성적 행위에 대한 모든 동의는 무효가 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즉, HIV 보균 사실을 밝히지 않고 성적 접촉을 해 상대를 감염시키거나 감염 위험에 노출시키면, 성적 접촉은 성폭력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그린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법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며, 나아가 여성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법이 관계 내 권력의 불균형이나 여성이 처하게 되는 상대적 위험이라는 맥락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캐나다 HIV/AIDS 법률 네트워크(Canadian HIV/AIDS Legal Network)의 자료에 따르면 1989년 이후, HIV 보균 사실 공개 의무법과 관련해 기소된 사람은 최소 180명에 달합니다. 이중 여성은 18명에 불과하지만, 대다수가 소외와 폭력을 경험했습니다. DC라는 이니셜로 알려진 한 여성의 예가 전형적입니다. DC는 1991년 HIV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의 결과 바이러스는 감지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2000년 그녀는 한 남성을 만났고, HIV 보균 사실을 알리기 전 딱 한 차례 성관계를 했습니다. 이후 이들은 함께 살게 되었고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관계를 하기도 했지만 상대 남성은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4년 후, DC는 이별을 결심하고 헤어지자고 말했지만, 상대 남성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DC가 아들과 함께 짐을 가지러 집으로 갔을 때, 남성은 DC와 그녀의 아들을 폭행하기에 이릅니다. 남성은 폭행죄로 고발을 당했지만, 오히려 DC가 HIV 보균 상태를 숨긴 채 콘돔 없이 자신과 관계를 했다며 경찰에 신고합니다. 결국 DC는 성폭행 및 가중폭행죄로 기소되었고, 대법원까지 가서야 무죄를 선고받게 됩니다.
성폭행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에 콘돔 착용이 들어가는 것도 불공평하다는 지적입니다. 콘돔 착용을 “결정”하는 쪽은 남성이기 때문이죠. 신변에 안전을 느끼지 않고 상대 남성에게 콘돔 착용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 콘돔 사용에 대해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나의 요구를 상대가 들어줄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에 있는 여성이 아니라면 문제는 복잡해집니다. 특히 성매매 여성들은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습니다.
온타리오 주 해밀턴의 한 성폭력 관련 기관장은 “HIV 보균 사실 공개 의무가 얼핏 여성을 보호하는 법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보균 상태를 상대에게 밝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토론토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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