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1940년대부터 수십 년에 걸친 LGBT(성 소수자) 직원 차별에 대해 존 케리 장관 성명을 통해 사과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벤 카딘 상원의원은 작년 11월 국무부의 이 같은 행태가 “미국적이지 못하고 용납할 수 없다”며 정식 사과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20세기 중반 게이 직원들을 대대적으로 몰아낸 국무부의 조치는 “라벤더 공포(Lavender Scare)”로 불립니다. 매카시즘의 광풍이 몰아치던 시절, 미국 정부 내 “변태”들에 대한 탄압도 못지않게 활발했다는 것이 성, 섹슈얼리티와 법률에 대한 저서 “욕망의 경계들(The Boundaries of Desire)”을 펴낸 에릭 버코위츠(Eric Berkowitz)의 설명입니다.
“라벤더 공포”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데이비드 존슨(David Johnson) 사우스플로리다대 교수는 이 같은 조직적인 탄압이 1940년대부터 국무부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이후 조지프 매카시가 국무부 내 공산주의자 명단을 들고나오자, 국무부는 이미 반체제분자들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근거로 동성애자 탄압을 들면서 자신을 변호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더욱 집중적인 LGBT 직원 축출로 이어졌죠.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연방정부에 동성애자 고용 금지령을 내렸고, 이는 수십 년간 지속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커리어가 망가졌고, 일자리를 잃고 자살한 사람들도 나왔습니다.
카딘 의원은 지난 11월 케리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성적 지향을 근거로 국무부에서 퇴출당한 사람이 1천 명을 넘고, 이후에도 차별적인 고용 지침에 의해 수많은 이들의 취업이 좌절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성애자 “혐의”를 받은 직원이 “안보 리스크”라며 국무부에서 쫓겨난 일은 1990년대에도 있었다는 것이 카딘 의원의 설명입니다. 그는 국무부가 이 같은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인정하고 사과한 후 재발 방지를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LGBTQ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 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 관계자는 국무부 장관의 사과 성명에 대해 “수십 년간의 피해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한 시대를 맞이는 시점에서 국무부가 올바른 방향을 잡았다”고 평했습니다. 하지만 케리 장관의 성명이 동성애자 탄압에서 국무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존슨 교수는 케리 장관이 마치 국무부가 당시에 동성애자를 차별한 수많은 기관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고 그런 관행이 특별하지 않았던 것처럼 표현했지만, 국무부의 호모포비아는 당시 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독보적인 수준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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