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 지난 12월 1일, 실업률과 저조한 경제지표 등으로 인하여 지지율 4%를 보였던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는 2017년 대선에 좌파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 번의 임기만 치른 현직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않은 일은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없었던 일입니다.
에세이 “사임할 수 있는 권력(Le pouvoir d’abdiquer)”의 저자이자 역사학자인 자끄 르 브룅(Jacques Le Brun)과의 인터뷰입니다. 그의 에세이는 권력자의 사임, 퇴위의 상징적 가치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책에서 설명하시는 자발적으로 권력에서 내려오는 일은 단지 자신이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인가요?
스스로 물러나는 것과 강제로 물러나는 것은 다릅니다. 이는 일정 기간 보장된 특정한 직무를 단순히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자신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성격의 권력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카를 5세(Charles Quint, 카를 5세 혹은 카를로스 1세, 1500-1558)나 베네딕토 16세(1927-2013)와 같이 왕이나 교황의 경우에는 신이 이러한 권한을 부여하였으며, 대통령의 경우에는 민중이 권력을 부여하였습니다.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의 사례는 프랑스 대통령 임기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권력의 특별한 성격을 다른 이들에게 드러내는 자유와 권력의 행위입니다. 재선 출마 포기, 사퇴 모두 이 최고 권력을 의식한 표현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누구도 1969년의 국민투표의 실패 이후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1890-1970, 1969년 지방제도 및 상원 개혁 관련 국민투표 실패 후 대통령직 사임)을 헌법적으로 물러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프랑수와 올랑드도 누구도 그의 재선 출마를 포기하도록 강요할 수 없었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재선 출마는 제5공화정에서는 관습으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랑드의 결정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효과는 더욱 강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프랑수아 올랑드가 대선 재출마를 포기한 것과 과거의 왕이 퇴위하는 것을 비교할 수 있을까요?
권력에서 물러나는 일은 절대적인 행위입니다. 우리는 그 행위에서 여러 이유를 찾아낼 수 있겠지만, 그중 무엇도 그 행위를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퇴위 당시 카를 5세는 병에 걸리고 지친 상태였으며, 자신의 권력에 강하게 반대하는 자신의 가문과 국가에 대항하던 투쟁이 이루어지던 상황이었으나, 이 중 어떤 이유도 황제의 퇴위를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질서나 인과관계에서 도출된 것이 아닌 절대적인 행위라는, 더욱 깊은 곳에 숨겨진 움직임의 결과입니다.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는 역사적 상황을 서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런데도 ‘권력을 포기하는 행위’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부인할 수 없는 유사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매혹하는 부정적인 충동, 즉 상징적인 죽음의 행위입니다.
프랑수아 올랑드의 갑작스러운 결정에는 집권자의 신체의 이중성도 나타납니다. 권력을 구현하는 그의 헌법적, 공식적 신체가 있으며, 다른 측면에서 취약함과 질병에 노출된 인간의 신체 혹은 왕의 몸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신체는 일시적으로 한 사람을 통해 구현됩니다. 결국, 이는 개인의 질병과 수술이 국가적 사안이 되었던 루이 14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극복할 수 없는 이중성입니다.
말씀하시는 내용대로라면, 프랑수아 올랑드는 다시 대통령이 되기를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전적으로 구체화한다는 것인가요?
난니 모레티의 영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Habemus Papam, 2011)”가 떠오릅니다. 군중이 새로 선출된 교황이 발코니에 등장하여 선언 연설을 하기를 기다리는 와중에 교황은 교황직을 거부합니다. 그는 모든 상징과 표식으로 드러나는 자신이 갓 부여받은 권한을 통해서만 자신의 직위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즉 그는 자신의 권한을 포기함으로써 자신이 교황이 될 수 있었음을 증명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평범한’ 시민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해왔으며, 사적인 문제들로 인하여 직위가 약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프랑수아 올랑드도 이번 담화를 통해, 예고 없이 권력으로 향하는 경로에서 스스로 이탈하여 결과적으로 그가 대통령이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결국 그는 빛나지 않기로 선택한 첫 대통령으로 남을 것입니다.
Véronique Radier
(L’O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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