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소방관 니콜 미튼도프는 지난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녀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후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업계의 관행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유명 온라인 게시판에서 미튼도프의 동료들이 그녀에 대해 성희롱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여성 소방관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남성중심 업계에서 일하면서 겪은 고통을 함께 나누고 소송도 시작했습니다. 페어팩스 소방서 역시 성희롱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고발당했습니다. 페어팩스 소방서 소속의 한 여성 소방관도 동료들이 소방차에 후터스 웨이트리스들을 불러 파티를 했다는 사실을 위에 보고한 후 왕따를 당했다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전직 응급구조요원인 한 여성은 자신도 남성 동료들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렸고, 이에 문제를 제기하면 “남자 업계에 들어왔으면서 뭘 기대한거냐”는 답을 듣곤 했다고 밝혔죠. 페어팩스 소방서의 대대장인 셰리 조쉬는 “여성이 호스를 잡거나 소방차를 몰아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런 구습이 미국 전역에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방업계는 “백인 남성의 클럽”이라 불릴 정도로 여성과 소수자 구성원의 비율이 낮습니다. 여성과 소수자를 괴롭히는 문화도 만연하며 이전에 비해 변화도 없다는게 국제소방서장협회장을 지낸 윌리엄 멧캐프의 의견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부정적 평가가 과장된 것이며, 여성들이 업계에서 느리지만 꾸준하게 입지를 쌓아왔다고 이야기합니다. 페어팩스 카운티 소방서 내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여성 공무원들이 있고요. 실제로 직원 수가 1400명에 달하는 페어팩스 카운티 소방서의 여성 소방관 비율은 미 전국 평균의 두 배 가량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건은 어떤 조직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015년 기준, 미국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7%인데 반해, 소방업계에서 여성의 비율은 6%에 불과합니다. 2008년에 나온 보고서는 여성 소방관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당시 여성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자신이 성별 때문에 동료와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고 답했고, 65%는 부서에 불평등을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으며, 30%는 원치않는 성적접근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한 번도 여성 소방관을 고용한 적이 없는 소방서가 절반 이상이며, 소방서장이 여성인 곳은 불과 3%에 지나지 않았죠.
니콜 미튼도프는 4월 13일, 직장에는 아파서 쉬겠다고 전화를 한 뒤 가족들에게는 문자를 보내고 사라졌습니다. 갑작스런 실종에 가족과 동료들은 TV에 출연해 눈물로 도움을 호소했죠. 시신은 약 1주일 후 인근 국립공원 내에서 발견됐고, 자살로 판정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인터넷 게시판에서 미튼도프에 대해 성희롱성 댓글을 단 사람들이 소방서 내 동료들이라는 의혹이 일면서, 사람들의 슬픔은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내사가 이어졌지만, 아직 댓글을 단 사람들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죠. 하지만 내사 결과와 관계없이 소방서의 조직문화를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오하이오의 한 소방관은 남성 소방관들이 여성 동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는 글을 인터넷에 남겼습니다.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들을 공유하는 여성 소방관들의 글도 속속 올라왔죠. 최근 몇 년간 소방서에서는 성희롱이나 성차별 소송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2013년에는 오하이오 주에서 한 여성 소방관이 17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동료 소방관들이 성희롱 교육 시간에 카레이싱 경기 중계를 본 사실이 밝혀진 덕분이었습니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임신한 소방관이 현장에 파견되었다가 유산을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폐쇄적이고 근무시간이 긴 소방서가 대학교의 남학생 사교클럽 같은 조직문화를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여성은 7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이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지만, 여성 소방관을 고용하기 위한 적절한 시스템도, 필요한 장비나 시설도 부족하기 때문에 여성 소방관의 비율은 여전히 매우 낮습니다. 소방서의 성차별 사건을 맡았던 한 변호사는 소방관의 일이 매우 육체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남성들은 여전히 이것이 여성의 일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고 변화를 거부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미국 최초의 여성 소방관이었던 주디 브루어는 자신이 근무한 26년간 업계가 많이 바뀌었지만, 사람마다 여성 소방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페어팩스 소방서에서 미튼도프와 함께 근무하던 여성 동료들은 누구보다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패트리샤 토마셀로는 어릴 때부터 소방관을 꿈꿨지만 오빠로부터 여자는 소방관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습니다. 하지만 꿋꿋하게 소방학교로 진학해 꿈을 이뤘죠. 하지만 근무 첫 날, 남성 동료가 여성비하적인 말로 자신을 부르는 것을 듣고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소방차 파티를 상부에 보고했다가 따돌림을 당했지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바로 토마셀로입니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또 다른 여성 소방관 마갈리 헤르난데스도 대장으로부터 원치않는 성적 접근과 스토킹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자 대장이 따돌림을 주도했다는게 헤르난데스의 주장입니다. 위험한 화재 현장에서 동료와 서로 의지해야하는 소방관에게 이런 상황은 실질적인 목숨의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한 간부급 여성 소방관 역시 페어팩스 소방서가 헤르난데스의 문제 제기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자신이 헤르난데스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제외되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물론 페어팩스 소방서 내에도 이 여성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여성 소방관들이 있습니다. “내가 아침에 출근할 때 나는 내가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방관이라고 생각하죠. 다른 사람들과 구분해서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한 여성 소방관의 말입니다. 토마셀로는 자신의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조직 문화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튼도프의 죽음이 알려졌을 때,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아팠어요. 내가 그녀일 수도 있었던거죠.”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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