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온 화성인에게 지구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오로지 하계 올림픽 메달 집계표만이 주어졌다면, 그는 지구를 얼마나 잘 파악할 수 있을까요? 알고 보면 메달 집계는 지구의 지난 한 세기를 파악하기에 상당히 좋은 자료입니다.
우선 메달 종합 순위에서 1~4위를 차지하는 미국, 러시아, 중국, 독일의 메달 획득 추이를 살펴보면, 메달 순위의 등락이 각국의 흥망성쇠와 대강 일치합니다. 올림픽이 취소되었던 해(1916, 1940, 1944)를 통해, 세계대전이 있었던 시기도 추측할 수 있죠. 미국이 다른 강대국에 비해 꾸준히 많은 메달을 획득해온 것도 주목할만한 현상입니다. 미국은 20세기 내내 올림픽에 걸려있는 메달의 15~20%를 가져갔고, 최근에는 이 수치가 조금 떨어졌습니다. 미국의 메달 집계에서 두드러지는 두 번의 올림픽(1980, 1984)은 냉전의 와중에 올림픽 보이콧이 있었던 해입니다.
서양 강국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던 올림픽에서 개발도상국들이 메달 경쟁에 뛰어든 모습도 세계 경제를 연상시킵니다. 20세기 내내 중국이 올림픽 메달 경쟁에서 빠져있는 것은 중국의 오랜 정치적 내홍과 쇄국주의적 면모를 보여줍니다. 중국은 1980년 즈음 개방 기조를 택했고, 1984년 올림픽에서 강렬한 첫인상을 남깁니다. 이후 중국은 매 대회 꾸준히 10% 내외의 메달을 가져가고 있으며, 2008년 안방에서 올림픽을 열었을 때는 미국과 맞먹는 성과를 냈습니다. 빠른 경제성장으로 미국에 이은 제 2의 경제 대국이 된 중국을 연상시키는 성적표입니다.
러시아와 그 전신인 소련이 2차대전 전까지 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냉전 기간 내내 미국과 전쟁을 방불케 하는 메달 경쟁을 벌인 것도 국제정세와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올림픽 메달을 정치, 경제적 우위의 상징으로 여겼던 소련은 올림픽 스포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1956년부터 1992년까지 1968년과 1984년을 제외한 전 대회에서 미국을 압도합니다. 소련은 이미 연합이 분해된 1992년 대회에도 “단일팀”으로 출전해 가장 많은 메달을 가져갑니다. 러시아는 최근 몇 게임에서 이전보다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단의 3분의 1이 도핑 문제로 출전길이 막히면서 위기에 처한 상태입니다.
독일은 1차대전 패전으로 국력이 약해지기 전까지 올림픽 강국으로 군림했습니다. 1차대전 이후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았던 독일이 다시 돌아온 것은 히틀러가 올림픽을 선전 목적으로 활용하고자했던 1936년이었습니다. 하지만 2차대전에서도 패한 독일은 다시 올림픽 무대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1952년이 되어서야 동독, 서독으로 돌아옵니다. 동독은 국가 규모에 비해 놀라운 성적을 내며 올림픽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이후 이 성과가 상당 부분 약물에 기댄 것이었음이 드러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세계는 독일이 올림픽 무대의 최강자로 부활할 것을 예상했지만 이는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독일은 여전히 상당수의 메달을 가져가지만, 그 위세가 예전만 못합니다. 세계 정치에서 유럽의 위치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물론 나라 규모에 비해 유독 성과가 좋거나, 반대로 저조해 눈에 띄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단거리 육상 선수들의 활약으로 메달을 가져오는 자메이카, 조정, 육상, 카누, 사이클, 승마 등 다양한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뉴질랜드는 올림픽 우등생입니다. 두 국가의 인구는 합쳐서 7백만이 채 되지 않지만, 런던 올림픽에서 무려 25개의 메달을 가져갔죠. 반면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의 인구는 총 20억에 달하지만, 런던에서 고작 8개의 메달을 나눠가졌을 뿐입니다. 리우에서는 좀 더 행운이 따르기를 바랍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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