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에서 유권자의 모호한 직관 만큼 강력한 힘은 없습니다. “나는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해요. 그는 행동하는 사람같이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한 4학년 학생이 <코스모폴리탄>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버니 샌더스는 너무 이상적인 것 같이 느껴져요.” 예일대학의 한 학생이 플로리다의 기자에게 한 말입니다. 지난 4월 위스콘신에서 있었던 테드 크루즈 경선에서 그의 팬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가 자신의 약속을 지키리라는 것을 내가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이 느껴집니다.”
저들은 생각하지도, 믿지도, 계산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비슷하게 느낄 뿐입니다(feel like).” 이런 표현은 이제 정치 영역을 넘어 어디에서나 쓰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어떤 의견을 그저 느낌이나 감으로 퉁침으로써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X세대와 내 주변 학계에서도 이런 표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른 많은 경우가 그렇듯 젊은 세대는 커다란 문화적 변화를 먼저 느끼고 전달했을 뿐입니다.
언어학자들의 불완전한 자료에 의하면, 이 표현은 지난 세기말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단 10년 사이에, 북아메리카 영어에서 이 단어는 “나는 ~ 생각합니다”, “나는 ~ 믿습니다”와 동의어가 되었습니다. 언어는 살아있는 생물입니다. 그리고 나같이 까다로운 사람은 새로운 표현에 늘 불만이 듭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다릅니다. “나는 그런 것 같이 느껴져요(I feel like)”는 그냥 무해한 표현이 아닙니다. 조지 오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각이 언어를 오염시킨다면, 언어 역시 생각을 오염시킬 수 있다.” 이 표현은 오늘날 우리가 가진 논리와 감정, 주장에 대한 혼란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혼란은 정치적 결과로 이어집니다.
윌리엄스 칼리지의 4학년 나타샤 판가르카는 “그런 것 같이 느껴져요(I feel like)”라는 말을 교실에서 매일 듣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것 같이 느껴져요’라고 말함으로써 빠져나갈 길을 확보하는 거죠. 어떤 사실에 기반해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녀는 말을 잇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보다 편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겁니다.”
통계적으로는 젊은 여성이 이 표현을 남자보다 조금 더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내 수업의 남학생들 역시 거의 모든 문장을 “~ 같은 느낌이 듭니다.”로 끝냅니다. 이런 언어 습성의 근본적 원인이 성별에 기인한 것이 아니므로 성에 따른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늘날 대학생들은 다양성이 커지고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누구도 싸움에서 한 발 물러서려는 태도 자체를 잘못됐다고 비난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에 연결된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올릴 수 있는 시대이며 우리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의 주장을 경험한 세대입니다. 그래서 그 어떤 이전 세대보다도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세대일지 모릅니다.” 판가스카의 말입니다. 그러나 그녀 역시 이런 애매한 표현에 문제를 느끼기 시작했고, 이제 그녀는 그 표현을 피하고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교 3학년 징 카이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나는 그 표현을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합니다. 그 표현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언어적 보호장치는 대학에서 특히 흔히 발견됩니다. 대학에서 이런 경고 및 안전구역을 의미하는 표현은 학생들로 하여금 논쟁을 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은 “느낍니다(feel)”보다 더 안전한 표현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사회학자 브래들리 캠벨은 오늘날 대학 캠퍼스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품위 문화(culture of dignity)”에서 “사람들은 소심하므로 공격적인 표현을 들어서는 안 된다”는 가정에 기반을 둔 “피해자 문화(culture of victimhood)”로 바뀌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쓴 바 있습니다.
이 표현은 모순적인 표현이기도 한데, “나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라는 표현은 더욱 부드러운 대화를 가장하지만, 이 역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말이므로 절대 고집을 꺾지 않겠다는 의미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즉, 그렇게 말하는 순간 어떤 의미에서 더 이상의 토론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주장을 펴면 “우리는 그들을 논리로 이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결국 그들에게 그 경험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그 경험이 덜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이의 말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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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 like. 느껴진다도 맞는 말이지만, 느낍니다 보단 "~인것 같아요" 으로 번역하는게 더 다가오네요. 또 '~인 것 같아'를 실생활에서 더 많이 쓰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feel like" 자체가 지금 이 글의 중심 주제이고, 논의인 만큼 최대한 원어에 가깝게 번역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물론 -인 것 같아요라는 의미에 가까울 수는 있지만, -인 것 같아요라고 번역해버리면 나머지 'feel'을 중심으로 전개된 논지가 흐트러지기 때문입니다. 어원적으로도 feel like가 - 처럼 느껴진다-> -인 것 같다라는 형태로 관용적으로 변용된 것일테구요.
30대가 엑스세대라고요? 아닐텐데..
40대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