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펀딩 3화에 후보로 올렸던 글 가운데 아침 식사에 관한 잘못된 속설을 지적한 소아청소년과 의사 애런 캐럴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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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침을 안 먹습니다. 사람들이 대개 아침 식사로 먹는 음식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아침 메뉴와 점심 메뉴 가운데 음식만 놓고 고르라면 저는 거의 달걀과 와플을 고를 겁니다. 제가 아침을 거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을 하러 나서는 아침 7시 반쯤에는 배가 고프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거의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도 배가 별로 안 고플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시는 걸 제외하면 정오가 될 때까지 무언가를 먹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강연에서 자신을 해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딱 그런 사람이 됐습니다. 식단도 건강하지 않고 그러다 보니 일에 집중도 잘 못 하고 결국 건강까지 해치고 마는 어리석은 사람 말입니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하루 세끼 중 가장 중요하다는 아침 식사를 거를 이유가 없잖아요?
영양, 식단 등에 관한 저의 다른 글이 지적했던 문제와 마찬가지로 아침 식사의 효능에 관한 우리의 믿음도 연구 결과를 잘못 해석하거나 편향된 연구의 결과를 절대적으로 받아들인 데서 비롯됐습니다.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이 건강에 얼마나 안 좋은지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준 연구는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학술지 <Circulation>에 발표된 2013년 연구는 아침을 거르는 남성이 아침을 먹는 남성보다 관상 동맥성 심장 질환에 걸릴 위험이 훨씬 크다고 경고합니다. 다만 아침 식사에 관한 다른 연구와 마찬가지로 연구가 밝혀낸 건 아침 식사와 병에 걸릴 위험 사이의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가 아닙니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아침 식사와 건강에 관련된 이 주제는 특히 선행연구 편향(publication bias)에 취약합니다. 2013년 <미국 임상영양학>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진은 아침 식사와 비만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들만 따로 모아 주제와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봤습니다. 처음에 영양학자들은 아침을 거르는 것과 비만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학자들은 비슷한 내용을 발표하고 또 발표해 어느 순간에는 이미 충분히 연구된 내용이라 새로 논문을 게재할 필요조차 없어졌습니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들의 방법론에도 큰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은 줄곧 아침을 거르면 비만이 될 확률이 높을 거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실험 결과를 객관적으로 해석하지 못했습니다. 연구 결과가 인과관계를 가리키지 않는데도 원인과 결과를 나타내는 단어가 동원됐습니다. 다른 사람의 연구도 곡해해 이를 해석할 때 쓰지 말아야 할 인과의 언어를 썼습니다. 이미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이 나쁘다고 믿는 사람들은 남들도 그 믿음을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이 분야의 관찰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분석한 연구도 해당 분야의 연구에 방법론상의 결함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미 선행연구의 결론에 기울어진 연구들을 모아 메타 분석을 했을 때 그 결과가 편향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제대로 된 과학 연구라면) 연구진은 상관관계를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전향적 시행(prospective trials)을 통해 검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침 식사와 관련해 제대로 된 무작위 대조군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다른 영양학 연구에서 그렇듯 방법론상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 가깝게 설계된 실험 결과를 보면 아침 식사가 꼭 필요한 끼니는 아니라는 사실에 다다릅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금전적 이해관계가 문제가 될 수 있는) 2014년 연구에서는 아침을 먹지 않던 사람들에게 아침을 먹이고 반대로 아침을 먹던 사람들에게는 아침을 거르게 했습니다. 뜻밖에도 아침 식사와 몸무게 사이에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1992년 진행한 비슷한 실험에서는 두 집단 모두 몸무게가 줄었습니다. 균형 잡힌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 결과들을 종합해 분석하려 해도 도대체 앞뒤가 안 맞으니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감이 오지 않을 지경입니다.
많은 연구는 식품 업계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진행됩니다. 연구가 한쪽으로 치우칠 소지가 다분하죠.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으면 날씬해진다는 내용의 자주 인용되는 연구는 시리얼 회사인 켈로그가 후원했습니다. 펩시의 자회사인 퀘이커 귀리연구소(Quaker Oats Center of Excellence)는 오트밀과 콘푸로스트 섭취를 비교하는 실험에 자금을 댔습니다. 엄격히 통제된 조건에서 4주 동안 식단을 달리했더니 오직 아침을 안 먹은 이들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아침을 안 먹은 이들은 몸무게도 줄었습니다.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춘 연구도 많습니다. 대개 아침을 먹는 아이들이 더 날씬하고 비만율이 낮다는 식의 결과인데, 이런 연구도 어른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비슷한 결점을 보입니다.
아침을 먹는 어린이가 학교생활도 잘하고 성적도 우수하다는 주장도 있죠. 체계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봐도 이는 사실에 부합하는 관찰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연구가 학교에서 제공하는 아침 급식의 효과를 관찰한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아침을 챙겨 먹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건 미국 어린이들 가운데 안타깝게도 먹을 게 부족해서 굶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의 방증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일곱 가구 중 한 가구가 엄밀한 의미에서 영양 부족입니다. 아이들의 숫자로 따지면 1천5백만 명입니다. 점심 급식을 하는 학교는 많지만, 아침 식사도 급식으로 제공하는 학교는 많지 않습니다.
굶주린 아이들이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다면 학교생활도 훨씬 더 잘하리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먹을 게 풍족한데도 그냥 아침이 먹기 싫어서 안 먹으려는 아이에게 억지로 아침을 먹였을 때 나타나는 변화와 영양 부족인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아침 급식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변화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아침을 거르는 어린이들이 아침을 두 끼 먹는 아이들보다도 평균적으로 몸무게가 더 나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아침을 꼭 챙겨 먹으려는 아이들이 집에 먹을 게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굶주린 아이들에게 아침 식사를 빼앗아가선 안 됩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아침을 먹어야 비만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 얼마나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릴까요?
결국, 요지는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는 근거치고 명쾌하게 앞뒤가 맞아떨어지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침에 배가 고프면 드시면 됩니다. 반대로 아침을 걸렀다고 해서 자신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죄책감 같은 거 느끼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무엇보다 아침이 중요하다며 짐짓 설교하려 드는 사람들의 말은 간단히 무시해도 됩니다. 아침 식사에 대단한 효험 같은 건 없으니까요.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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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내용이지만, 한국의 청년으로서 새벽부터 늦은시간까지 일하는 입장에서
아침을 안먹고도 배가 고프지 않고, 때로는 점심즈음때 까지 괜찮다는것은 그저 글쓴이의 환경이 매우 윤택하기 때문이라 여겨지네요.
아침먹고 간식먹고 점심먹고 간식먹고 저녁먹어야 겨우 충분한게 종일 몸쓰는 사람의 식단인데...
물론 글쓴이도 그런 점을 간과하진 않았고 그저 '배가 고프지 않은데 억지로 아침을 먹을 필요는 없다' 정도의 이야기긴 하지만요.
'아침을 두 끼' 먹는다는 표현이 금방 이해가 안 되어서 처음에는 두 종류의 아침을 먹는다는 이야기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군요. 원문과 그 reference를 보니 집에서 한번 먹고 학교에서 제공되는 아침 급식으로 아침식사를 두 번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 식사를 통해 단순히 지능과 건강뿐만이 아니라 저소득 복지까지 이야기하는것 같은데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