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사에서 이토록 비호감인 두 사람이 양 당의 대선 후보로 결정된 적이 있었을까요?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그림은 그야말로 암울합니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자 절반 가까이가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싫어하는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투표하겠다고 대답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를 먼저 살펴보죠. “트럼프의 정치적인 입장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답한 사람은 43%, 반면 “클린턴이 싫어서”라고 답한 사람은 47%에 달했습니다. 클린턴 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클린턴의 정치적 입장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답한 사람은 40%, “트럼프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라고 말한 사람이 46%였죠.
일단 1대 1 대결에서 클린턴이 약 9%p 앞설거라는 조사 결과가 있는 만큼, 트럼프를 떨어뜨리는 것을 우선순위로 여기는 사람들이 클린턴을 싫어하는 사람들보다는 더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클린턴에게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예측불가 위험천만 선동가는 아니니 이해할 만한 결과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사람이 싫어서 다른 쪽에 표를 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지나치게 많습니다. 두 사람의 비호감도는 정치적 양극화에서 기인한 면이 있습니다. 2014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대 당을 매우 싫어하는 공화, 민주 양당 지지자가 20년 간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하니까요. 상대 당에 대한 증오는 생각보다 훨씬 강렬합니다. 상대 당이 매우 싫다고 답한 사람 가운데 다수가 “상대 당은 미국의 안녕에 위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수준이니까요. 이토록 싫어하는 당이 대통령을 배출한다니 얼마나 공포스럽겠습니까.
물론 이런 분위기만으로 두 사람의 비호감도가 모두 설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면 열렬한 팬도 많겠지, 그래도 안티보다는 팬이 많겠지,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도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까요. 1980년대 이후, 열성 팬보다 열성 안티가 많은 채로 본선에 진출한 후보는 없었습니다. 트럼프의 안티가 하도 많아서 클린턴이 상대적으로 나아보일 수는 있지만, 클린턴 입장에서는 트럼프와 붙게 된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릅니다.
“트럼프/클린턴만 아니면 돼”라고 생각하는 안티 캠프는 유세 기간 동안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를 싫어하던 공화당 지지자들도 결국은 클린턴이 싫어서 트럼프에게 표를 줄 것이고, 버니 샌더스의 극성 지지자들이 아무리 클린턴을 싫어해도 트럼프에게 표를 줄리는 없으니까요. 앞으로 미국 대선 경쟁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설득하는 경쟁이 아니라 상대방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미국에 얼마나 큰 재앙일지를 설득하는 시합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슬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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