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쓴 네이트 콘(Nate Cohn)은 <뉴욕타임스>에서 미국 대선 관련 뉴스를 담당하고 있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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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주에 거주하는 온건 성향 공화당 지지자에 대한 오해
제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 관해 처음 쓴 기사는 공화당 지도부 가운데 누가 어느 후보를 지지했느냐에 관한 기사가 아니었습니다. 그 기사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주, 이른바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에 사는 공화당원을 분석한 기사였습니다. 최근 일련의 선거에서 이들은 이념적으로 보수적인 후보보다 공화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주류 정치인에게 표를 줬습니다. 최근 의회 선거에서 보수적인 티파티의 지지를 받은 후보들이 선전하긴 했지만 블루 스테이트의 온건한 공화당원들이 있으므로 저는 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정치인 출신 후보가 이념적으로 지나치게 보수적인 아웃사이더보다 우세하리라고 믿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은 다른 공화당 지지자들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이념적으로 온건했습니다. 즉, 당 지도부의 자연스러운 우군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분석이 맞아떨어졌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적 아웃사이더였던 테드 크루즈는 블루 스테이트에서 거의 지지를 받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분석은 훨씬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민주당 텃밭에 거주하는 온건 성향 공화당원들은 당 지도부의 신실한 동맹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트럼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랬습니다. 블루 스테이트 공화당원들은 뉴햄프셔에서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줬고, 이후에도 이런 현상이 계속됐습니다.
단순히 우리의 분석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즉, 이념적으로 일관되게 보수적인 후보에 반대해 온 것을 두고 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후보를 지지했다고 잘못 해석했을 수도 있죠. 혹은 이들이 크루즈가 아닌 다른 후보가 트럼프의 주요 경쟁자였다면 그 후보에게 표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제가 생각한 트럼프의 가장 큰 약점은 블루 스테이트에 사는 공화당원들로 이들 때문에 트럼프가 경선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들은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만들어준 일등 공신으로 판명됐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을 얻습니다. 진보적이거나 중도 성향의 지지자들이 발붙일 곳은 이제 공화당에 거의 없다는 점이죠. 트럼프에게 표를 준 이들은 이민자, 여성, 그리고 다른 사회적 이슈에 대해 트럼프가 한 극단적인 발언에 거의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공화당 지도부 엘리트의 능력에 대한 과대평가
저는 공화당 경선이 시작될 때부터 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다는 주장, 즉 “당 지도부 결정론(party decides)”을 신봉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즉, 당 지도부나 공화당 후원자, 그리고 당직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후보는 효과적인 캠페인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인력에서 부족함을 겪을 것이며 당 지도부나 기부자들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아웃사이더 후보가 늘 겪어 온 이런 문제를 전혀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자원이 부족한 것은 트럼프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그에게는 무제한 언론 보도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의 연전연승을 막는 데 제대로 된 전략을 전혀 쓰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말도 안 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해도 공화당 지도부는 그를 다른 평범한 후보 중 한 명으로 대했습니다. 이는 트럼프가 승리한 이유 가운데 하나기도 합니다.
유명인사 보도의 중요성 망각
제가 대중문화에 별 관심이 없었고, 그다지 TV를 많이 보지 않기 때문에 저는 트럼프가 말 그대로 경선 내내 TV만 틀면 나오는 현상이 계속되리라고는 정말이지 까마득하게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언론은 2012년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허먼 케인(Herman Cain)과 같이 변덕스럽고 뉴스거리를 쉼 없이 쏟아내는 트럼프에 관해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트럼프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식은 적이 없었습니다. 결국, 시작부터 언론은 트럼프 부상에 결정적인 몫을 담당했습니다.
경선 규칙
트럼프는 경선 규칙 덕을 보기도 했습니다. 만약 공화당의 경선 규칙이 민주당과 비슷했다면 트럼프는 아직도 승리를 확정 짓지 못하고 여전히 공화당 소속 국회의원을 비롯한 슈퍼 선거인단(super delegate)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올해 주별 경선 일정도 트럼프를 도왔습니다. 첫 번째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불과 45일 안에 전체 선거인단 2/3의 표가 주인을 찾아가는 일정이었습니다. 이는 공화당 지도부로서는 재빨리 후보군을 추려내야 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공화당 지도부가 더더욱 그럴 만한 여건이 아니었죠.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우리는 너무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경선 제도하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른 적이 몇 번 없다 보니, 과거를 바탕으로 예측하기에는 축적된 데이터가 부족했습니다. 공화당 경선의 승자가 결정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앞으로 11월 대선 결과를 예측할 때 앞서 언급한 점들을 반드시 마음속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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