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콘, “나는 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하지 못했나?” (1)
2016년 5월 9일  |  By:   |  정치  |  No Comment

*글을 쓴 네이트 콘 (Nate Cohn)은 <뉴욕타임스>에서 미국 대선 관련 뉴스를 담당하고 있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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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도널드 트럼프의 돌풍을 예측하지 못했는지 정확히 분석하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지난해 6월 그가 트럼프 타워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경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1%라도 있었을까요? 아니면 20%?

트럼프의 승리는 정치에서 1차 세계대전이나 경제 대공황처럼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사변에 가까운 일일까요? 즉, 트럼프의 승리는 복잡한 원인을 가지고 아주 가끔 일어나는 일로서 어떤 사람들은 그 원인을 이해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를 간과했고, 복합적인 요소가 한데 모여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낸 그런 이례적인 현상에나 비견할 수 있는 일일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우리가 트럼프를 과소평가했던 것일까요? 인습을 타파하는 정책을 앞세우는 선동가적인 면모를 제외하고서라도 우리는 유권자들이 절대 TV 리얼리티쇼에나 나올 스타를 설마 대통령 후보로 뽑을 리가 없다고 너무 쉽게 가정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당의 지도부가 당내 경선 결과를 좌우한다는 이른바 “당 지도부 결정론(the party decides)”을 과신한 것일까요?

바로 앞서 언급한 모든 요인이 함께 작동했다고 보는 것이 정답에 가까울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가 – 특히 저 스스로 – 트럼프를 과소평가했습니다. 우리는 잘못된 가정 위에서 상황을 분석하려 했고, 데이터를 잘못 해석했으며 서로 관련된 사건의 연관성을 놓쳤습니다.

 

숫자 17 (The Number 17)

만약 공화당 대선 경선이 시작되었을 때 이번 경선이 과거와 다르다는 신호가 있었다면 그것은 아마도 17이라는 숫자일 것입니다. 17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든 후보 수죠. 너무 많은 후보가 난립하면서 공화당 기부자들과 당 지도부는 처음부터 경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대신 초기 경선에서 누가 살아남는지 한발 물러서서 지켜본 뒤 지지 후보를 결정하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당 지도부가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힘은 자연히 분산됐습니다.

이는 심각한 집단행동의 딜레마(collective action problem)를 낳았는데, 그 어떤 후보도 트럼프를 공격하는 데 자신의 시간과 돈을 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트럼프는 다른 후보들처럼 보통 후보 중 한 명이 되었고, 트럼프가 다른 후보를 신랄하게 공격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경선 기간 내내 너무 많은 후보가 있어서 트럼프를 저지하려는 노력은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가 진행될 때도 여전히 후보는 9명이나 되었고,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때도 6명이 남아있었습니다. 슈퍼튜즈데이에도 5명이 남아있었고, 공화당 예비 경선의 2/3가 끝나고 나서야 후보는 3명으로 압축되었습니다. 각 경선 단계에서 트럼프가 받을 수 있는 표의 최대치는 한정되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를 보면 이런 주장이 빈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후보가 너무 많아서 표가 여러 후보로 분산되면서 트럼프가 계속 1위를 하는 상황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죠.

후보가 너무 많아서 생긴 또 다른 효과는 트럼프의 반대 진영이 후보가 적었을 상황에 비해 늘 돈과 조직력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다는 것이죠. 마르코 루비오와 같은 후보는 평소 같았으면 당 지도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이득을 누렸을 텐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후보가 난립하면서 루비오가 빛을 볼 충분한 시간이 없었던 것이죠.

 

강력한 대항마의 부재

경선이 시작될 때부터 젭 부시에게는 당 지도부가 선호하는 후보지만 약한 후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습니다. 저는 마르코 루비오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스콧 워커 역시 마찬가지였죠. 경력과 서류상으로 보면 공화당 후보 중에는 최고로 보였지만, 실제로 경선이 시작되면서 그의 약점이 빠르게 드러났죠.

그리고 당의 지지를 받는 부시나 루비오와 같은 후보들이 다른 후보로부터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죠. 예를 들어 존 케이식은 왼쪽(진보적인 쪽)에서 이들을 공격했고, 테드 크루즈는 이들을 오른쪽(더 보수적인 쪽)에서 공격했죠. 케이식에게는 마르코 루비오가 공화당 내에서 중도 보수 세력을 결합하지 못하게 막아낼 정도의 힘은 있었지만, 2008년 매케인 후보와는 달리 자신이 스스로 공화당 후보가 될 정도의 지지를 확보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었던 공화당 주류 후보들을 막을 정도의 영향력밖에 없던 케이식은 테드 크루즈가 트럼프를 막을 유일한 후보가 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 결과적으로 일조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엄청난 득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공화당원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후보의 부재는 트럼프를 깰 수 있는 유일한 라이벌이 테드 크루즈가 되는 상황을 만들어 냈습니다. 우리는 트럼프에 대해서는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이 많았지만, 크루즈 후보에 대한 언론의 진단은 대체로 정확했다고 생각합니다. 공화당 지도부는 크루즈를 강하게 반대했고, 무엇보다 스스로 “매우 보수적”이라고 밝힌 유권자층 외에서는 크루즈의 인기가 너무 없었습니다. 따라서 그가 경선에서 이길 확률은 낮았습니다. 이는 트럼프에게는 행운이었죠.

뉴햄프셔 경선을 앞두고 열린 공화당 후보 토론회에서 마르코 루비오가 토론회를 망치지 않고, 케이식 대신 2위로 뉴햄프셔 경선을 마무리했다면 공화당 경선이 어떻게 진행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케이식과 부시가 경선을 그만두고 루비오가 공화당 내의 중도 보수층을 결집해서 경선을 이겼을 수도 있을까요? 우리는 영원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없게 됐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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